미 연방법원, 바이든 행정부 새 강경 이민 정책 제동
미국 연방법원이 ‘타이틀42’ 종료 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새롭게 도입한 강력한 이민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25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의 새 이민 정책에 대해 인권 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행한 이민자 신속 추방 정책인 ‘타이틀42’가 지난 5월 만료된 후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자 증가를 저지하기 위해 새로운 이민 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이민자들을 즉각 추방하지는 않지만, 공식적인 이민 경로를 거치지 않는 사람들에게 형사처벌 등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이 정책이 이민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미국 땅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어떻게 도착했는지와 관계없이 망명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한 연방 이민법을 위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존 타이거 판사는 35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에서 “이 정책은 실질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모두 유효하지 않다”며 “미국에 입국한 비시민권자를 망명 자격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이민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항소 준비를 위한 시간을 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2주간 판결 효력을 연기했다.
정부는 이날 곧바로 캘리포니아 제9순회항소법원에 항소했다. 정부는 이번 판결에 대한 효력 정지 청구도 병행할 계획이다.
인권 단체들은 법원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소송을 제기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변호인은 “미국의 약속은 자유와 희망의 등불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이 약속을 배신하는 잔인하고 비효율적인 정책을 지속시킬 것이 아니라, 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더 잘 해야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취임했지만, 타이틀42 종료 후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슷한 강경한 이민 정책을 도입하면서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타이틀42 폐지 후 망명을 위해선 정부의 모바일 앱을 통해서 이민 인터뷰 약속을 잡거나 미 국경으로 가는 길에 다른 국가들에 먼저 보호를 요청해야 한다.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가 적발될 경우, 5년 동안 재입국이 금지되고 기소 후 형사처벌 될 수 있다.
정책 시행 이후 최근 몇 달 동안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이민자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6월 국경을 넘다가 적발된 이민자 수는 42%가량 감소한 10만명 미만으로,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자가 급증하면 공화당의 정치적 공세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은 정치적 스펙트럼 양극단으로부터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공화당은 남부 국경 문제를 내년 대선 때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이슈로 삼을 것인 만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성가신 도전 과제로 남게 됐다”고 보도했다.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305162148025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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