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식적으로라도 해보자" 김원형 감독의 주문, 괜한 일 아니다... 'SSG 입단 8년차'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김동윤 기자 2023. 7. 2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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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SSG 안상현./사진=SSG 랜더스
"가식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훈련보다) 조금 일찍 나와서 뭔가 해봤으면 좋겠다."

최근 잠실 LG전에서 김원형(51) SSG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보여주기' 식이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물론 SSG 선수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SSG는 10개 구단 중 경기 전 미팅보다 가장 빠르게 나와 선수들이 훈련을 시작하는 구단 중 하나다. 과거에도 그래왔고 2020년 추신수(41)가 솔선수범하면서 차츰 그 수는 늘어났다. 누구의 강요가 아닌 메이저리그처럼 자기가 해야 할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훈련 문화다.

김 감독은 "시작할 땐 가식적으로 느껴질 순 있어도 그러한 모습이 계속되면 코치들에게도 좋은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또 처음에는 선수가 가식적으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반복되면 좋은 습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젊은 선수들이 그렇게라도 하면서 코치들에게 어필을 했으면 좋겠다. 코치들도 (말이라도) '운동 열심히 한다'고 칭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된다. 자연스레 실력도 향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21일 잠실 LG전에서 대수비로 출전해 9회말 유격수 박성한과 함께 매끄러운 내야 수비를 보여준 안상현(26)을 격려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사파초-선린중-마산용마고를 졸업한 안상현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6번으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됐다. 빠른 발과 뛰어난 운동능력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자신에게 맞는 타격스탠스를 좀처럼 찾지 못하면서 국군체육부대(상무)를 다녀와서도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매사 쾌활한 태도는 코칭스태프들이 선뜻 기용하는 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다. 실제로 매 경기 훈련에서 가장 많이 웃으며 주변 분위기를 즐겁게 하는 선수 중 하나가 안상현이다. 그와 동시에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나와 훈련에 매진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SSG 안상현이 내야 펑고를 받고 있다./사진=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은 "(안)상현이가 홈 경기 때 미리미리 나와서 손지환 코치와 함께 정말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많이들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안)상현이가 약간 덜렁덜렁한 스타일로 보이는데 야구 경기할 때만큼은 진중하다. 갈수록 기량도 좋아지고 있다. 솔직히 (부임) 첫해부터 지난해까지는 믿고 내보내기 힘들었는데 올해는 2루 대수비로 믿고 맡길 정도로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 결실이 최근에는 그라운드에서 결과로 나오고 있다. 아직 표본은 작지만, 올 시즌 안상현은 32경기 타율 0.314(35타수 11안타), 출루율 0.400, 장타율 0.400으로 OPS 0.8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입대 전후 1군에서 5볼넷 43삼진으로 좋지 않았던 볼넷 대 삼진 비율이 타격 메커니즘 수정으로 올해 5볼넷 8삼진으로 개선된 것이 크다. 수비면에서도 손지환(45) SSG 1군 수비코치와 함께 일대일 훈련을 하면서 송구 메커니즘을 수정, 이젠 믿고 맡길 정도가 됐다.

손지환 코치는 "(안)상현이는 발도 빠르고 미들 인필더에 필요한 첫발 스타트가 정말 좋다. 괜히 박성한이 아시안게임을 가는 것을 대비해 유격수 훈련을 시키는 것이 아니다. 유격 수비에도 차츰 좋은 모습이 나오고 있고 송구 메커니즘을 수정하면서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식적이라도 해보자"는 김원형 감독의 주문이 괜한 일이 아닌 것. 다른 팀에서도 눈독들인 입단 8년 차의 잠재력이 계속된 훈련과 노력으로 뒤늦게 꽃을 피고 있다. 그래서 더 주목할 만하다. 김원형 감독은 "(안)상현이는 가능성이 정말 큰 선수다. 발도 빠르고 타격에서도 보기보다 힘이 있고 수비도 괜찮다. 그렇게 가능성이 있는 선수니까 (잘하고자 하는) 욕심만 가질 것이 아니라 몸으로도 보여줬으면 하는 것"이라고 더 큰 발전을 기대했다.

계속된 칭찬과 차츰 쌓여가는 좋은 결과는 밝은 겉모습 속 고민이 많았던 유망주의 마음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안상현은 "연습할 때는 좋아졌다고 칭찬해 주시는데 두 분 모두 그렇게 말해주실 줄은 몰랐다"고 민망해하면서 "타격의 경우 공을 정확하고 강하게 치는 메커니즘으로 수정했다. 그동안 해왔던 것을 바꾸는 거라 거부감도 있고 쉽지 않았는데 결과가 잘 나오다 보니 '이게 나한테 맞네' 하는 느낌이다. 수비에서도 지난해 시즌 말미부터 송구 메커니즘을 바꿨는데 올해 들어 확실히 안정적으로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결 편안해졌고 (2루에 비해) 거리가 있긴 하지만, 유격수 수비에서도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SSG는 박성한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차출된 8월 말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안상현을 유격수로 기용할 전망이다. 순위 싸움이 치열한 시즌 막판, 가장 중요한 수비 위치에서 안상현을 기용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쌓였음을 뜻한다. 안상현은 "시즌 전 목표는 1군에 계속 붙어있는 것이었다. 그 목표는 실패했지만, 남은 시즌에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많은 타석에 들어서서 (바뀐 모습으로 임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SSG 안상현(오른쪽)이 1루를 향해 송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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