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악재 되나…우크라 대반격 고전에 초조한 바이든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도 불안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대반격 작전에서 거둔 성과를 토대로 유리한 위치에서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바이든 행정부의 기대가 느린 반격 속도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WSJ의 진단이다.
서방 당국자들에 따르면 예상보다 더딘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올해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어둡게 하고 있으며 출구 없는 장기전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위치에서 러시아와 협상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수십억달러의 군사 지원을 쏟아부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방의 계속된 무기 지원이 한계에 봉착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미국 정치권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제한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NDAA·국방예산법) 수정안이 이달 20일 미 상원에서 부결되긴 했지만, 공화당 상원의원 13명이 찬성표를 던진 상태다.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을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대결로 묘사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외교정책 전면에 내세워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430억달러(약 55조원)가 넘는 군사 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의회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막대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비판해왔다.
러시아 역시 협상에 나설 의사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의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충분히 공격적으로 몰아붙이지 않았다는 자국 내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WSJ은 짚었다.
6월에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 중 일부를 되찾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몇몇 영토를 탈환했지만, 아직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돌파구를 열지는 못했다고 WSJ은 지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협상에 나설 뜻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지원하는 것 외에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확대를 옹호해온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일이 잘 풀리고 있을 때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게 분명 더 쉽다"면서도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제공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나고 러시아의 부분적인 승리를 허용하는 것조차도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뛰어넘는 "바이든 외교정책의 대표적인 실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21년 8월 이뤄진 미국의 전격적인 아프간 철수는 탈레반의 재집권 등 아프간을 대혼란에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미국에 안보를 의지해온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을 불안케 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느리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유럽 기지에서 훈련받아온 전투 여단 등을 전선에 본격 투입하기 전까지는 반격의 효과를 평가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당국자는 우크라이나가 예비 병력을 투입해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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