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비밀 보고서 “우크라軍, 서방 훈련 무시하고 소규모로 작전…진격 더뎌”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2023. 7. 26. 16: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英국방 관리 “사실과 달라”…獨 씽크탱크 “독일식 오만 반영한 보고서” 비판도
러시아군의 20~25㎞ 두터운 방어진에, 100m 전진마다 우크라 병사 4~5명 전사

독일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반격 작전에서 그간 서방에서 배운 군사훈련과 전투 방식을 전혀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독일 일간지 빌트가 독일 국방부의 비밀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독일연방방위군(분데스베어ㆍBundeswehr)의 보고서를 인용해 “독일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1000㎞에 달하는 전선에 걸쳐 10~30명씩 너무 소규모로 부대를 쪼개서 작전에 투입하는 바람에, 서방에서 훈련받은 병사들이 집단을 이뤄 충분히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우크라군 지휘관들, 서방에서 훈련한 전투 교리 무시”

이 비밀 보고서는 “그 결과 각 소규모 부대 단위별로는 뭔가 하고 있지만, 합동 전투 리더십은 실종됐고, 서방에서 배운 전투 교리를 적용하지 못하고, 대규모 병력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서방의 월등한 무기도 쓰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소규모 단위로 분산 공격을 하다 보니, 서로 오인 사격할 위험이 높아지고, 월등한 화력을 앞세워서 자체 동력을 구축할 능력도 훼손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 인근 최전선에서 D-20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보고서는 “우크라이나군이 해외에서 새로운 전투 방식을 배워서 복귀해도, 자체 전투 경험이 많은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이 이를 무시한다”며 “우크라이나군 지도부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표준 훈련을 받은 지휘관ㆍ병사들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경험이 많은 군인들을 더 우대한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이 “리더십이 상당히 부족하며, 이는 위험하고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진다”고 이 보고서는 진단했다.

◇우크라이나군, 100m 전진에 4~5명 전사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4일 그동안 예고했던 대반격을 시작했지만, 진격 속도는 매우 더디다. 지난 24일까지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192㎢, 동부에서 35㎢의 영토를 수복하는 데 그쳤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의 3분의1 정도에 해당한다.

러시아군은 지난 수개월간 최전선에 폭 20~25㎞에 걸쳐 지뢰밭과 참호, 철조망, 콘크리트 장애물인 용치(龍齒), 도랑, 강화 진지 등을 겹겹이 설치했다. 제공권(制空權)을 갖지 못한 우크라이나군 보병은 이 최전선을 돌파하려고 할 때마다, 러시아 전투기와 드론의 공격을 받는다. 이 탓에, 우크라이나군이 100m 전진할 때마다, 병사 4~5명이 죽는다는 우크라이나 매체 보도도 있었다.

푸틴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성과가 미미한 것을 들어, 23일 “우리 방어선을 돌파하려는 적의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며 “반격이라는 것은 없다. 하나 있었는데, 실패했다”고 조롱했다.

◇일부에선 독일방위군 보고서는 “독일식 오만” 비판

독일은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미션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독일에서만 작년 겨울 이후 EU의 11개국 교관들이 5000명의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켰다. 주(主)훈련은 지금까지 군 경험이 전혀 없었던 대부분의 신병을 상대로 보병 전투훈련이었고, 레오파르트 전차와 대공(對空) 시스템 운영법, 대대급 지휘관들을 위한 고급 훈련 과정을 운영했다.

그러나 누출된 독일방위군 비밀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선 비판도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군으로선, F-16 전투기나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과 같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부터 자국 보병을 보호할 무기도 없이 러시아군 방어진을 뚫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군의 한 고위 관리는 25일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우크라이나군은 전술적 상황에서 허용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서방 훈련에서 배운 것을 적용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에도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독일방위군의 이런 비판은 진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베를린에 위치한 씽크탱크 ‘유럽의 탄력적 이니셔티브’ 설립자인 세르게이 섬렌니는 “독일방위군의 보고서는 전형적인 독일식 오만을 반영한다”며 “독일방위군의 생각은 독일에서 훈련 받은 병사들이 전투 경험이 많은 우크라이나 병사들보다 낫다는 것이지만, 독일의 훈련 인증서가 있다고 훌륭한 병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