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 붕괴 잇따르는 상주보, “설계 결함탓 철거 안 하면 더 큰 사고”

김기범·강한들 기자 2023. 7. 2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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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중호우로 무너져내린 경북 상주 낙동강 상주보 제방을 긴급 복구해놓은 모습. 빨간 선 표시는 수위가 올라갔던 높이.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환경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최근 장맛비로 인해 붕괴 사고가 잇따른 낙동강 상주보의 철거를 주장했다. 이들은 상주보 자체를 철거하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4대강 16보 전체의 존치 견해를 밝힌 환경부도 비판했다.

26일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경북 상주의 상주보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보와 제방이 만나는 둔치 부분 피해에 이어 제방 일부와 제방에 이어져 있는 도로도 붕괴했다. 이 단체는 지난 24일 상주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보강 공사 차원에서 콘트리트로 타설해둔 부분의 위쪽 제방이 무너져 내린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았을 때는 물 흐름이 이 제방의 아래쪽에만 부담을 주기 때문에 아래쪽만 콘크리트로 타설해둬도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이어진 비로 수위가 올라가면서 비교적 강도가 약한 위쪽 제방이 터졌다는 것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수위가 좀 더 올라갔으면 상주보 제방 전체가 완전히 붕괴될 뻔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 6월 26일 경북 상주시 중동면 4대강 사업 낙동강 33공구 상주보 공사현장에서 제방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주민과 공사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앞서 지난 19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상주보 우안고정보와 연결된 구조물 인근에서 콘크리트 블록이 붕괴하고, 경북 구미 구미보 좌안 둔치에서 침식 현상이 일어나는 등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상주보는 2011년 6월 준공을 1년 앞두고 제방이 장맛비에 붕괴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무너져내린 경북 상주 낙동강 상주보 제방의 위치.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김진홍 중앙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보의 수문에서 방류가 이뤄지는 지점과 그렇지 않은 지점의 가장자리에서는 유속 차이로 인해 수리학적으로 와류(소용돌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 와류가 상주보 좌안 제방 붕괴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상주보에는 좌안에 수문을 열 수 있는 가동보가 있고, 우안에 그렇지 않은 고정보가 있는데 홍수 시 가동보의 수문을 열면 좌안 쪽으로 물흐름이 편향된다”며 “게다가 보 상류의 지천들 흐름도 좌안으로 향하게 돼 있다 보니 흐름이 빠른 좌안과 우안 사이의 유속 차이가 매우 크고, 와류가 생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와류가 계속 발생하면 콘크리트로 보강해 놓은 부분이 파이면서 더 큰 규모로 제방 붕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전반적인 설계 부실 때문에 상주보 자체를 철거하지 않는 한 제방 붕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 낙동강 상주보의 좌안과 우안 구조물 위치. 김진홍 중앙대 명예교수 제공.

‘극한 호우’가 내리면 보 인근 제방들의 붕괴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상주보 제방에 문제가 처음 확인된 7월15일 상주보 하류 강창교의 유량은 초당 6036t으로 상주보의 계획 홍수량(1만1100t)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백 교수는 “홍수위 절반 정도의 비에도 제방 붕괴 사고가 난 것은 상주보 자체가 원인이라고 봐야한다”면서 “근본적으로 필요성이 없는 보를 없애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제방이 붕괴할 때는 호안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침식이 일어나고, 이후 파이핑 현상(제방 틈 사이로 물이 조금씩 세어 나가며 구멍이 점차 커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과정을 거친다”며 “다행히 수위가 낮아지면서 제방의 문제가 드러났지만, 그렇지 않고 물이 계속 차 있었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었다”고 우려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4대강 보 존치 입장을 비판하며 철거를 요구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27일 오전 11시 상주보 좌안 제방 붕괴 현장에서 감사원과 환경부를 규탄하는 동시에 상주보 철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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