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뚱뚱해" 살 빼고 또 빼다 10년 내 5~10% 사망한다는 '이 병'
미국의 유튜버인 유지니아 쿠니의 구독자는 2023년 7월 말 현재 213만 명에 달한다. 방문자 대부분은 그의 마른 몸을 보러 온다. 뼈만 남은 듯 앙상한 팔과 다리를 두고 "아직 살아 있는 게 신기하다", "쉬어야 할 것 같다" 등의 댓글이 달린다. 마른 몸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동경이 쿠니를 비롯한 셀럽(유명인)의 '자산'으로 평가받는 시대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에서는 엄격한 체중 관리가 셀럽의 기본소양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마르고 날씬한 몸을 선망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뼈말라족(뼈처럼 마른 몸을 가진 사람), 먹토(먹고 토하기), 씹뱉(씹고 뱉기), 프로아나(거식증(Anorexia)을 찬성한다(pro) 등의 신조어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날씬한 몸매를 동경해 지나치게 몸무게에 집착하는 행동은 아직 어린 10대 청소년에게서 두드러진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너무 먹지 않는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과 과하게 먹고 토하는 폭식증(신경성 폭식증)은 각각 평균 16세, 18세에 발병한다"면서 "위험성에 비해 인지도가 낮지만, 자살은 물론 난임으로 인한 저출산과도 연관되는 등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병"이라고 말했다.
먼저 거식증은 체중 증가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에 심각한 수준까지 몸무게를 줄이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저체중인데도 스스로 너무 뚱뚱하다고 생각해 계속해서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반복한다. 김 교수는 "거식증 환자는 유전적 요인이 상당히 크게 작용해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완벽주의나 강박적인 성향, 다이어트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행동도 거식증을 부르는 방아쇠가 된다"고 설명했다.
거식증 환자에게는 '체중 하한선'이 없다. 너무 말랐는데도 계속 살을 빼 뇌 위축부터 심장병, 신장 손상, 위장 질환, 골다공증과 골수 생성 억제, 치아 부식, 무월경, 피부 이상 등 전신의 장기와 기관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우울증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거식증 환자는 진단 후 10년 이내 5~10%가 사망하는 데 이는 모든 정신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이다. 김 교수는 "거식증은 전체 환자의 절반가량은 완전히 회복하지만 20%는 만성화하는 등 치료가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폭식증 역시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짧은 시간 내 많은 음식을 먹고 살이 찔까 봐 구토하거나 설사약, 이뇨제를 먹거나 과도하게 운동하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인다. 거식증과 달리 대부분 체중이 정상 범위에 해당하고 스스로 심각성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차이가 있다. 김 교수는 "생물학적으로 음식을 먹을 때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이나 심리적으로 성취 지향적이고 날씬함에 대한 집착이 심한 경우 폭식증이 발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섭식장애는 심각한 병이지만 인지도가 낮아 환자 본인은 물론 의료진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개입하지 않으면 완치 확률이 떨어지고 신체 건강은 물론 자기혐오와 우울감 등으로 마음 건강까지 황폐해질 수 있다. 만약 △음식을 먹은 후 불편한 느낌에 의도적으로 구토해 본 적이 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자제하지 못하고 먹어 걱정하고 있다 △최근 3개월 내 6㎏ 이상 살을 뺀 적이 있다 △남들이 너무 말랐다고 하는데도 스스로는 살이 쪘다고 여긴다 △온종일 먹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걱정한다 등 5개 문항에서 2개 이상 해당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섭식장애 온라인 플랫폼(http://www.eatingresearch.kr/main.asp)에 보다 세밀하게 자신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거식증은 정상 체중으로 회복을 우선 목표로 영양 치료, 심리 교육, 식습관 개선 등을 병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환자의 상태가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심하다고 판단되면 입원 등 강제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폭식증은 정확한 치료 지침을 토대로 환자가 주체적으로 4주간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는 '지침하 자조치료'를 우선 권한다. 사정의 여의찮거나 병이 심한 상태라면 전문가가 시행하는 인지행동치료를 받거나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항우울제를 사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섭식장애는 자연히 낫는 경우가 드물어 꼭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체중계 숫자에 집착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조금만 더 관대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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