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까지 침수…잠든 80대 업어 구조한 ‘동네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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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살고 보자, 무조건 업었죠. 저도 시골에 어머니가 홀로 계셔서 홀로 계신 분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15일 0시15분께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저지대 마을.
미처 대피하지 못한 독거노인들이 있다는 마을 이장 말에 이천경찰서 장호원파출소 고재중 경감은 팀원들과 함께 집 문과 창문을 일일이 두드리며 구조에 나섰다.
이날 40여분간의 구조 작업으로 독거노인 5명을 포함한 마을 주민 30여명이 안전하게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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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어두워 대피방송 못 들은 어르신 구해
“일단 살고 보자, 무조건 업었죠. 저도 시골에 어머니가 홀로 계셔서 홀로 계신 분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15일 0시15분께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저지대 마을. 연일 내린 비로 마을이 침수돼 성인 남성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독거노인들이 있다는 마을 이장 말에 이천경찰서 장호원파출소 고재중 경감은 팀원들과 함께 집 문과 창문을 일일이 두드리며 구조에 나섰다.
‘할머니!’ 다급하게 돌아가는 바깥 상황은 전혀 모른 채 불이 꺼진 집 안을 향해 고 경감이 외쳤다. 집 안에는 귀가 어두워 대피방송도 듣지 못한 80대 노인이 혼자 자고 있었다. “지금 물이 넘쳐가지고 피하셔야 된다”는 고 경감의 말에 할머니는 “정말로?”, “아휴 어떡해” 하며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집 앞마당은 이미 ‘물바다’가 된 상황. 이에 고 경감은 현관문을 나선 할머니에게 “(나에게) 어서 업히시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왜인지 업히는 것을 망설였는데 알고 보니 경찰관에게 미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할머니는 고 경감에게 업힌 뒤에도 재차 “미안해”라고 말했다.
고 경감은 “(물이) 허벅지까지 차서 (할머니는 혼자) 못 가셔서 그렇다. 할머니가 미안할 게 뭐가 있냐”며 할머니를 안심시키려는 듯 일부러 웃음을 보였다. 이날 40여분간의 구조 작업으로 독거노인 5명을 포함한 마을 주민 30여명이 안전하게 대피했다.
이 같은 상황은 경기남부경찰청이 지난 20일 고 경감의 바디캠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26일에는 고 경감 인터뷰 영상도 추가로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고 경감은 “일주일 내내 비가 왔고 (15일에는) 순식간에 물이 늘어났는데 (주민들은) 다 주무시고 계셨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시골에 혼자 사는 어머니가 있다는 고 경감은 “막 (집 문 등을) 두드리고 소리 지르면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며 “안전이 최우선이고 일단 살고 보자(는 생각에) 무조건 업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경희 이천시장은 전날 장호원파출소를 방문해 고 경감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김 시장은 “허벅지까지 차오른 흙탕물을 헤치고 시민 한 분 한 분의 생명을 지켜 낸 고 경감의 의로운 행동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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