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 로비·톰 크루즈도 파업, 할리우드 덮친 AI 공포 [Oh!쎈 초점]
[OSEN=연휘선 기자]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와 마고 로비 등이 나란히 파업 중이다. 배우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미국을 넘어 한국 팬들도 놀라게 만들고 있는 상황. 그 저변에는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진화가 있다.
지난 14일 톰 크루즈가 일본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약칭 미션 임파서블7)' 행사 및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또한 영화 '바비'의 마고 로비와 아메리카 페레라가 다음 달 2일 예정된 일본 행사를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두 작품 모두 최근 한국에 주연 배우들이 내한해 적극적으로 팬 서비스를 펼친 바. 이와 정반대의 행보가 국내 팬들의 눈길을 모았다.
# 피켓 든 할리우드의 별들
공교롭게도 한국과 일본에서 상반된 홍보 일정이 빚어지기는 했으나, '미션 임파서블7'이나 '바비'나 국가 간 감정을 고려해 행사가 취소된 것은 전혀 아니다. 두 작품의 일본 행사 취소는 주연 배우들이 할리우드 배우 조합 파업에 동참을 결정한 여파다.
지난 15일부터 할리우드에서는 배우, 방송인 노동조합(이하 SAG)에서 총파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영화 및 텔레비전 제작자협회(AMPTP)와 할리우드의 작가, 감독, 배우 조합들은 3년 주기로 협상을 진행하는데, 먼저 가진 미국 작가 조합(WGA)과의 협상이 결렬됐다. 큰 이유는 두 가지 넷플릭스로 대표된 글로벌 OTT 플랫폼 생태계에서 수익 정산과 보상 방안에 대한 수정 요구, 그리고 생성형 AI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이에 5월부터 작가 조합 파업이 진행됐고, 여기에 배우들까지 파업에 동참한 것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들이 자리를 비우고 카메라 앞에 설 배우들이 촬영을 거부하니 자연스레 할리우드의 제작 일선이 마비 됐다.
심지어 할리우드의 작가와 배우들이 단순히 진행 중인 작업을 중단하는 형태로만 파업에 동참한 게 아니다. 미국 뉴욕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적인 파업 행렬이 진행 중이다. 특히 얼굴이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스타들이 거리로 나가 피켓을 들고 파업 행렬에 동참했다. '더 배트맨', '신비한 동물 사전' 등에 출연했던 콜린 파렐은 작가 파업 당시부터 거리로 나가 파업을 독려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생후 3개월에 불과한 아들을 안고 여자친구 에린 다크와 함께 뉴욕에서 피켓 시위에 동참했다.
# '챗GPT 혁명'이 공포감으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배우들은 유명세로 인해 사회적 이슈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데에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표현의 자유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부담감의 유무에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앞장 서서 거리로 나간 데에는 그만큼 최근 WGA와 SAG의 파업 이유에 공감하고 그 위기감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이미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현재 인류는 가장 풍족한 콘텐츠 산업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겪으며 영화 시장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유수의 영화들은 존재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기존 방송 콘텐츠와 더불어 유튜브로 대표되는 숏폼에 OTT 플랫폼의 작품들까지 콘텐츠가 쏟아지고 특히 콘테츠 플랫폼 사업자들이 구독료를 바탕으로 막대한 수익을 쌓고 있다.
이 가운데 배우와 작가 등 제작 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아무리 크다고 한들 제작비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소수의 감독, 톱스타 등이 성공 보수와 러닝 캐런티 등을 누리고는 있으나 이는 말 그대로 '소수'의 이야기. 빈익빈 부익부가 자연스러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를 탓할 바는 아니지만 현재 작가, 배우 조합 들은 지나치게 제작사와 플랫폼 사업자 방식으로 쏠린 수익 배분 방식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와 배우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소위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AI 시나리오'와 'AI 배우'가 탄생하는 것이다. 작가와 배우들의 일자리를 완벽하게 AI가 대체하는 날들이 심각한 위기감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공감대가 카메라 뒤에 있던 배우와 작가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 배우는 죽어도 죽을 수 없다?
AI 시나리오의 경우 아직까지 완전한 작품 탄생은 불가능하지만 배우들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AI를 통해 이미 세상을 떠난 배우 제임스 딘이 부활해 영화 '백 투 에덴(Back to Eden)'에 캐스팅 됐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는 해리슨 포드가 현재 80세에도 불구하고 40대 외모로 등장했고, '아이리쉬맨'에서는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등의 노배우들이 젊은 시절 얼굴을 AI로 구현했다.
반대 의견이 압도적인 가운데 배우들 가운데에서는 톰 행크스가 "내가 당장 버스에 치여도 계속해서 연기할 수 있다"라며 자신의 사후에도 AI 배우로 불멸의 배우로 남을 수 있는 점을 일면 수긍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로 초상권 침해는 더욱 중요하게 부각됐다. 현재 실어증에 걸린 브루스 윌리스를 AI로 합성한 광고가 배우 측과 합의도 없이 제작돼 논란을 빚었다.
이 가운데 미국 제작사 협회는 AI 기술 도입을 불사하고 있다. 기술을 통해 정교하고 오차 없는 작업을 진행해 콘텐츠 산업의 맹점인 불확식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고 이는 곧 비용 절감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과도기에 있는 AI 기술 현주소로 인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배우나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고, 감성과 완성도의 오차는 극복할 수 있다는 신뢰도 있다.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고 '챗GPT 혁명'으로까지 불리는 AI 기술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선 부분이다. 혁신적인 기술의 변화가 작가와 배우들을 도도학 역사의 흐름 앞에 할리우드 파업으로 묶어놓고 있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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