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 CDMO 전쟁이 시작됐다
지놈앤컴퍼니, M&A로 덩치 확대…美 서부·중부에 거점
종근당바이오, 건강기능식품서 치료제로 영역 확장
지놈앤컴퍼니와 종근당바이오가 새로운 치료기술로 주목받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전체) 위탁개발생산(CDMO)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산설비를 늘리는 반면 종근당바이오는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을 택했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의 미국 자회사인 리스트바이오가 내년 중 인디애나주 피셔스시에 마이크로바이옴 CDMO 공장을 완공할 것으로 보인다.
지놈앤컴퍼니는 생산 규모가 2000L인 리스트바이오의 공장이 완공되면 리스트랩의 생산 규모인 700L까지 더해 총 2700L의 마이크로바이옴 CDMO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회사는 향후 리스트바이오 공장의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8000L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 2021년 27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리스트랩의 지분 60%를 인수하며 마이크로바이옴 CDMO 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연구개발(R&D)부터 생산까지 이어지는 완전 통합형 제약사 도약을 위한 차원이다. 자체 개발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은 물론, 세계 2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전임상과 임상 1상의 경우 비교적 임상 규모가 적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지만, 2상과 3상을 위해서는 대규모 생산 설비가 필수”라며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CDMO 업체 중 전임상 단계부터 상업화까지 담당할 회사가 없기 때문에 M&A를 통해 생산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와 함께 종근당바이오도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CDMO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종근당바이오는 그동안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미생물 배양을 비롯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왔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건강기능식품 개발 역량을 치료제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원료의약품 생산 기준 250~1250L급 설비를 갖췄다.
종근당바이오는 내년 마이크로바이옴 CDMO 해외 진출과 연 매출 7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기존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은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 확대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CDMO에 나선 것은 향후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어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스위스 페링제약이 개발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리바이오타’에 이어 올해 4월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보우스트’를 잇달아 승인했다. 두 약 모두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감염(CDI) 재발 방지 치료제다. CDI는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CD) 균이 과도하게 증식하며 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페링제약은 항문을 통해 주입하는 것과 달리, 세레스는 먹는 약으로 개발한 게 특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는 오는 2028년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시장이 14억1630만달러(약 1조8000억원)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장 질환 위주인 치료제가 향후 항암제와 희소질환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면 시장 규모도 커질 것이라는 게 마이크로바이오업계의 전망이다.
바이오의약품 CDMO 강자인 스위스 론자는 이미 덴마크 크리스찬 한센과 손잡고 마이크로바이옴 CDMO 합작사 ‘박테라’를 설립했다. 기존 론자 생산 기지 내 대형 생산시설을 구축하며, 이미 먹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보우스트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한 관계자는 “국내외 마이크로바이옴 CDMO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산업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도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면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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