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이랑 월급 비슷한데 왜 해요?”…ROTC 인기 시들

이학준 기자 2023. 7. 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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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C 경쟁률 하락세...경북선 40명 중 6명 탈단
현역병 처우 개선하는데 ROTC는 ‘아직’
ROTC 하면 취업에 도움된단 것도 옛말
지속되는 지원률 감소에 국방력 악영향 우려
28일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3 학군장교 통합임관식'에서 신임장교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뉴스1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국군 병력이 50만명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학군장교로 복무하는 학군사관(ROTC)을 선택하는 청년들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내년도 기준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와 전역 후 ‘취업 특혜’도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경우 국방력 약화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아직까지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 ROTC 경쟁률 하락세...경북에선 40명 중 6명 탈단

26일 국방부에 따르면, 2018년 ROTC 경쟁률은 3.3대 1이었으나 매년 소폭 하락해 작년에는 2.4대 1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서울대·연세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 ROTC 모집 과정에서 정원이 미달 되는 등 지원자 수도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경상북도 소재 대학 ROTC에서는 같은 기수의 ROTC 후보생 40명 중 6명이 탈단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한 기수에 2~3명이 ROTC를 포기하는 경우는 있어도 6명이 탈단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당초 ROTC로 임관해 군생활을 할 생각이었으나, 사병으로 입대하는 것과 비교해 특별한 장점이 없다는 이유로 탈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들이 ROTC를 선택하지 않는 원인은 급여 등 처우 때문이다. 올해 기준 초급 장교인 소위 1호봉 기본급은 185만2470원이다. 내년도 최저시급(시간당 9860원) 기준 월급인 201만580원만도 못한 수준이다. 반면 사병인 병장 월급은 100만원으로 작년 대비 약 49% 상승했고, 2025년에는 150만원까지 인상된다. 최저시급보다 못한 돈을 받으며 28개월 동안 ROTC로 군생활을 하느니, 18개월 사병을 하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하는 청년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 ROTC 임관을 앞둔 A(24)씨는 “후보생들 사이에서는 학군장교 복무가 현역병보다 나을 게 별로 없다는 인식이 우세하다”며 “현역병으로 빠르게 다녀와서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학군단을 탈단하는 사례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 기업들 수시 채용 추세에 ‘ROTC=스펙’도 옛말

특히 ROTC 복무 이력이 취업 시장에서 ‘스펙’으로 쓰이던 것도 옛말이 됐다. 과거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에서는 ROTC에 복무한 지원자에게 리더십과 책임감이 있다고 판단해 특별 채용 전형을 진행했다. 삼성그룹 14개 계열사는 지난 2011년 ROTC 특별선발제도를 통해 300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뽑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수시 채용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자연스레 특별채용 전형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채용 트렌드도 직무 역량을 중점 평가하는 형태로 변화해 군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직무가 아니라면 전역 이후 구직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근 ROTC 복무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 중인 B(28)씨는 “입사 특혜는 이제는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며 “영업 등 특정 직무가 아니면 학군장교로 복무하며 기른 적성을 살려서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처우는 형편없는데 업무량이 늘어난 것 역시 ROTC 기피 현상의 원인 중 하나다. 저출산으로 국군 병력이 2021년 51만명에서 작년 말 48만명으로 감소되자, 기존 현역병이 해오던 일이 ROTC로 몰리면서 업무 스트레스가 심화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국방력이 약화될 것이라 보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원자 수가 줄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역병들도 감소하는데 초급 장교로 임관하는 숫자까지 줄어들게 된다면, 병력 감소로 국방력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ROTC 선발제도를 단순화하는 한편 급여를 현실화해 사기를 끌어올린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급여 인상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재정당국과 협의가 필요해 시간이 걸린다. 단기복무장려금 증대와 취업 지원 강화 등 다각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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