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전승절 70주년 맞아 밀착... 한미일 연대에 맞불

전승절 앞서 이례적 중러 인사 북한 방문
김정은 참전열사묘, 중국군묘 잇단 참배
'군사성과 과시' 27일 0시 심야 열병식 관측

세르게이 쇼이구(오른쪽) 러시아 국방장관이 25일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해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 악수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중러 3국 고위급 인사가 북한의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승절에 맞춰 6·25참전열사묘와 중국군묘를 참배했다. 진영외교를 통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최근 공고해지고 있는 한미일 연대에 맞대응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쇼이구 러 국방장관 평양 도착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25일 평양에 도착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러시아 대표단의 방문에 대해 "굳건히 맺어진 전략적·전통적 양국 우호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보다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중국 대표단도 이날 북한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전날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자 중화인민공화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인 리홍충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 및 정부 대표단이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돌 경축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 고위 대표단이 동시에 북한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북한 정권수립 70주년(9·9절) 열병식 때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을, 러시아는 2019년 7월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군사대표단을 각각 북한에 파견한 게 가장 최근 사례다. 특히 러시아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전승절 행사에 정부 인사를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4년 전에 비해 대표단장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전문가들은 한미일 연대 등 미국 중심의 활발한 국가 간 연대에 맞서기 위한 북중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중러는 북한 전승절을 활용해 최근 한미일 3자 연대 강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 간 연대 강화 등에 맞서는 사회주의 국가연대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 입장에선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병식에 중러 대표단을 양옆에 두고 국방성과를 과시하려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가 전승절 열병식에 장관급 대표단을 파견한 점 △노동신문이 양국 관계에 대한 의미를 부여한 점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전폭 지지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북러 간 군사분야 협력 가능성이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에 군세를 과시하기 위한 이번 열병식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열병식은 27일 0시(자정) 또는 저녁 무렵 평양 김일성광장 일대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8년 9월 정권 수립 70주년 열병식까지는 대부분 오전에 개최했으나,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부터는 저녁이나 심야에 진행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25일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 승리 70돌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찾으시고 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했다"라고 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중 단결 굳건히 계승" 강조

한편 김 위원장은 25일 6·25참전열사묘 참배에 이어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방문해 북중 간 연대를 재확인하며 전승절 행보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열사묘를 참배한 자리에서 "7·27의 기적은 조국의 명예와 자주권을 결사수호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특출하고도 열렬한 애국위업의 승리"라며 "동시에 침략의 원흉 미제에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수치와 패배를 안기고 새로운 세계대전을 막아낸 인류사적인 대승리"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2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열사능원을 방문해서는 "전쟁 승리에 중대한 공헌을 한 중국 인민의 숭고한 넋은 영원불멸할 조중 친선의 초석"이라며 "제국주의자들의 반동적 공세를 과감히 짓부숴 나가는 조중 인민 단결의 역사와 전통은 굳건히 계승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전승절 정주년(5·10년 단위)이었던 2013년과 2018년 중국군묘를 참배한 바 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