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규모 머니무브 우려” 퇴직연금 분납·만기 다변화 추진
연말 대규모 자금이동(머니무브)으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퇴직연금의 회사 부담금 분납과 만기 다변화가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금융협회와 퇴직연금 관련 시장 안정 간담회를 열고 퇴직연금 대규모 머니무브 리스크 완화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퇴직연금을 납입하는 금융사(사용자), 공기업, 대기업 등에 연말 전에 신규로 납입해야 하는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부담금(3조2000억원)의 40% 이상을 최소 두 차례에 걸쳐 분산·분납할 것을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기존 적립금의 12월 만기 도래분(7조7000억원)은 통상 1년인 만기를 1년6개월 등으로 다변화하기로 했다.
퇴직연금사업자로서의 금융사는 사용자 측에 만기가 1년이 아닌 상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상품 공시 의무는 퇴직연금사업자뿐 아니라 상품판매제공자(비사업자)의 원리금 보장상품에도 부여된다. 원리금 보장상품인데도 규제를 회피하는 변칙 파생 결합사채도 원리금보장상품과 동일한 규율이 적용된다. 금융위는 오늘 9월까지 이런 내용을 반영해 퇴직연금 감독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퇴직연금은 사용자(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금 재원을 퇴직연금사업자(금융기관)에 적립해 운영하게 하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법정 퇴직 급여 제도이다. 지난해 말 적립금은 335조9000억원이었다. 퇴직급여가 근무기간과 평균임금으로 정해져 있는 확정급여형(DB형)과 근로자가 적립금 운용방법을 결정하는 확정기여형(DC형)이 있다.
퇴직연금 상품은 통상적으로 만기가 1년인데 주로 연말에 사용자가 더 좋은 조건의 사업자를 선택하는 머니무브가 발생한다. DB형은 연말에 일시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에는 금리 인상에 자금 경색이 겹치면서 퇴직연금 자금을 끌어오려는 사업자와 상품판매제공자(비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했다.
사용자가 사업자를 바꾸면 기존 사업자는 현금은 물론 주식, 채권 등도 현금화해 신규 사업자에게 이전해야 해서 규모가 작은 금융사는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퇴직연금 비사업자는 매달 운용상품 금리를 공시해야 하는 사업자와 달리 공시의무가 없어서 사업자 상품 공시를 보고 이보다 높은 이율을 제시하는 ‘커닝 공시’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당국은 DB형을 선택한 기업의 올해 퇴직연금 신규 부담금은 38조3000억원이고 이 중 66.7%인 25조6000억원이 연말에 납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6월 말 기준 DB형 운용적립금 190조8000억원의 37.4%인 71조4000억원은 오는 12월에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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