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맞선 EU 배터리 보조금 혜택, 韓에 기회”
IRA 대응…보조금 요건 완화
“폐배터리 수거, 탄소발자국 대응해야”
26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법무법인 광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EU 배터리 정책 기업 활용 세미나’를 개최했다.
내달 EU 배터리법 발효가 예상되는 가운데 광장 소속 변호사들은 유럽 시장 진출 전 국내 기업이 점검해야 할 주요 쟁점을 소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배터리사와 배터리 소재 기업 65개사 관계자 170여명이 참석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한국 기업이 활용 가능한 EU의 보조금 지원 제도에 관심을 기울였다.
주현수 광장 변호사는 “그동안 EU는 회원국의 무분별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 보조금을 엄격하게 규제했다”며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도입 후 EU 집행위는 기업의 역외 이전을 방지하기 위해 한시적인 보조금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이 신청한 보조금 11건 중 4건만 지급 승인을 내린 바 있다. EU 회원국은 보조금 지급 계획을 EU 집행위에 신고하고, 승인받은 후에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확대되자 EU 집행위는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개정하는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를 채택하고 ‘탄소중립 경제 전환을 위한 전략적 분야 투자 촉진 보조금’을 신설했다.
주 변호사는 “배터리, 태양광 등 탄소중립 산업과 관련한 장비·부품을 생산하는 데 보조금 지급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EU 집행위는 기업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매칭 보조금도 신설했다.
매칭 보조금은 ‘EU 역외로 투자를 전환할 위험이 있는 기업’에 대해 예외적으로 해당 기업이 제3국에서 받을 수 있는 것과 동일한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미국이 IRA로 기업들을 상대로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자 맞불을 놓은 셈이다.
박정현 광장 변호사는 EU 배터리 규정의 주요 내용과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EU 배터리 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EU의 휴대용 폐배터리 수거 목표가 45%로 올라간다. 2024년부터 기업들은 탄소발자국을 신고해야 하며, 2025년에는 폐배터리 재생 효율 목표가 시행된다.
2026년에는 배터리 여권 제도가 시행되며, 배터리 분리·교체가 쉽도록 생산돼야 한다. 2027년에는 휴대용 폐배터리 수거 목표가 63%로 상향된다.
박 변호사는 “탄소발자국, 재생원료 의무 사용, 휴대용 배터리 분리·교체 가능성, 배터리 여권 등 EU 배터리 규정 요건을 준수하기 위해 제품 디자인과 생산 공정을 조정하는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제통상법적 관점에서 EU의 신통상정책을 소개한 정기창 광장 외국변호사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협상 기능과 분쟁 해결제도의 기능이 약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힘의 논리로 국제 통상 질서가 전개돼 개별 기업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과거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중국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기에 이르렀다”며 “미국, EU 등이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첨단 기술 제품 기술력을 갖춘 나라로 한국을 지목하는 만큼, 한국 기업이 다양한 국가로 진출하면 우리 수출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세계 2위의 전기차 시장이며 한국 배터리 기업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 57%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오는 2026년까지 유럽에서 전기차 300만대 분량의 210GWh 배터리 생산 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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