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마스크에 병 걸려도 출근… 잠잠하던 코로나가 다시 고개 드는 이유
면역 감소에 방역 해제 겹친 탓
확진돼도 개인 연차 쓰거나 출근하는 직장인들
전문가 “아프면 쉴 수 있는 근무 환경 만들어져야”
국내 한 콘텐츠 제작사에서 프로그램 제작자로 근무하는 정 모(32) 씨는 지난달 중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으나 격리 권고 기간인 5일 내내 출근했다. 정 씨는 “할당된 일이 있고 기한을 맞춰야 해서 출근했다”라며 “분리된 편집실에서 최대한 격리한 후 일을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어 한편으론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정 모(36) 씨는 이달 초 코로나에 확진됐으나 개인 연차를 사용해 코로나 격리 기간을 보냈다. 그는 “코로나는 팬데믹까지 갔던 질병인데 거기에 개인 연차를 사용하는 것이 맞나 싶다”라면서 “소득 수준 및 부양가족, N차 감염 여부 등을 고려해 병가 일수를 차등 적용해 제공하면 효율적으로 병가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가파르게 급상승하고 있다. 26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7월 3주차(18~24일) 일평균 확진자는 3만8809명으로 직전 주(2만7955명)과 비교해 38.8% 급증했다. 18일부터 23일까지 확진자 수는 4만명을 훌쩍 넘었는데 이는 지난 1월 17일(4만169명) 이후 6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감염자들의 자연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직장인이 확진돼도 출근을 해야 하는 등 방역 정책이 완화된 것이 재유행을 불렀다고 지적한다. 한편 직장인들은 직장인들대로 일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코로나에 걸리면 개인 연차를 써야 하고 이마저도 눈치가 보여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 “5일 격리 의무 해제되면서 병가 신청에 부담 생겨”
지난달부터 감염 취약 시설을 제외한 대부분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고,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가 5일 격리 권고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코로나에 걸린 직장인들은 개인 연차를 사용하거나 출근을 강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역 정책 완화가 사람들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여름철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 코로나 재유행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엄중식 가천의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면역력이 감소하는 시기에 격리 의무 해제 등 물리적인 방역체계까지 없어지자 확진자가 급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해 가벼운 증상의 환자들은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라며 “의무적으로 7일을 쉴 수 있던 것이 지난달부터 5일로 줄고, (격리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으로 바뀌면서 병가를 신청하는 것에 부담이 생긴 점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인플루엔자 독감 등 여러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이라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을 땐 진단을 빨리 받고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신병원 교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제외하고 중소기업 등에선 확진이 되더라도 개인 연차를 쓰거나 출근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아프면 쉴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 확진이 됐을 경우에 격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회사에서 병가를 편하게 쓸 수 있게 제도적인 부분이나 여러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음 달부터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26일 질병청은 코로나19 감염병을 제4급 감염병으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질병관리청장이 지정하는 감염병의 종류 고시’ 일부개정안을 지난 24일 행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김동현 교수는 “코로나19가 4급 감염병으로 조정이 되면 일반적인 의료보험 체계에서 지원이 되다 보니까 환자의 본인 부담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4급이 되면 표본 감시로 들어가면서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어 등급 하향에 대해선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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