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취재 물리치고 봉사 전념” 한다면서 현장 ‘봉쇄’ 수준 통제

김현수 기자 2023. 7. 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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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현장 영상 촬영 제한 논란
수해 현장 도로 막고 인적 사항 파악
홍 시장·공무원 복장상태도 사뭇 달라
대구시 “안전 문제로 통제한 것” 해명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2리에서 지난 25일 홍준표 대구시장(사진 가운데)이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잠시 멈추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26일 오전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2리 갓재미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도로 입구에서 대구시 공무원들이 차량을 막아서며 말했다. 수해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왔다고 답하자 한 공무원은 “사진 촬영 등은 안 된다”며 “봉사활동 관련 자료는 대구시에서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해 골프 논란’으로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앞둔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숙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수해 지역을 통하는 유일한 도로를 공무원이 막고 신원을 확인하는 등 지나치게 노출을 막으면서 ‘봉사’가 아닌 ‘봉쇄’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2리 갓재미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도로 입구에서 26일 오전 대구시 공무원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대구시에 따르면 홍 시장은 지난 24일부터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2리 갓재미마을에서 피해복구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첫날부터 대구시는 현장에서 영상 촬영을 대부분 제한했다. 이후 봉사활동 동영상과 사진 등만 공식 제공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홍 시장의 봉사활동을 두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통상 정치인이 재난현장을 찾으면 인명피해 등 피해규모가 큰 지역을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다. 천향2리의 경우 산에서 밀려온 토사로 주택 1채가 무너지는 등 피해를 입었지만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방문한 수해 지역은 모두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마을이었다.

수해 현장을 찾은 한 관계자는 “(대구시 공무원들이) 마을로 향하는 유일한 길목을 막아선 채 외부인의 인적 사항을 파악했다”면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대구시 공무원들로만 구성돼 있어 외부인을 발견하면 의심의 눈초리부터 보낸다”고 말했다. 천향2리에는 대구시 소속 공무원 100여명이 홍 시장과 함께 사흘간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에서 공개한 홍 시장과 공무원들의 복장 상태가 상반된 점을 들어 ‘황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구시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일반 공무원의 복장은 땀과 진흙이 범벅돼 있지만, 홍 시장의 복장은 깨끗한 편이다.

경북지역 한 공직자는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날씨에 (홍 시장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다”며 “수해골프 논란으로 중앙당 징계에 앞서 보여주기식 봉사활동을 하며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2리에서 지난 25일 대구시청 소속 공무원이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는 예천군과 협의를 통해 대형 장비나 차량 접근이 어려워 인력지원이 절실한 천향2리에 인력을 파견했다고 설명했다. 천향2리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어 복구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 마을 진입로가 좁아 차량이 교행하기 어려운 점 등 안전상의 문제로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홍 시장이)자숙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만큼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언론에 자료가 많이 배포되면)오히려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 시장은 지난 15일 폭우가 쏟아져 경북에서만 2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된 상황에서 대구 시내 한 골프장에서 1시간가량 골프를 치며 논란이 됐다. 이에 그는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그런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비판론이 더욱 거세지자 홍 시장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국민의힘 윤리위의 징계 개시가 결정되자 홍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이란 뜻의 사자성어를 올렸다가 삭제했다. 홍 시장의 이번 수해복구 봉사활동도 당 징계 수위를 의식해 몸 낮추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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