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마다 ‘사랑해요’…” 채 상병 어머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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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근이 몫까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해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아들을 향한 그리움을 보였다.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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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근이 몫까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해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아들을 향한 그리움을 보였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지난 25일 해병대가족모임 카페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부르고 싶어도 부를 아들이 없다는 현실에 목이 멘다. 정말 많이 사랑한 우리 아들 수근이 너무너무 보고 싶다”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아들의 죽음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고 피어야 할 꽃이 일찍 저버려 정말 가슴이 먹먹하고 이게 현실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채 상병은 다정한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항상 전화 통화 말미에 ‘사랑해요’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며 “지금 이 순간에 우리 수근이만 생각하면 모든 게 받아들이기 힘들고 (아들이) 현관문을 열고 활짝 웃으며 들어올 것만 같아 더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갑자기 해병대 지원을 했다고 말해서 놀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왜 힘든 길을 택해서 가냐 말려도 봤지만, 그때 저희 생각을 굽히지 않았어야 했는데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 했고 수료식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이라며 “지금도 가슴이 아려오고 그때 많이 보고 대화를 할 것을, 모든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에 위로를 보낸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먼 길 마다하지 않으시고 전국에서 조문 오시고 함께 마음과 힘을 보태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많은 분의 격려와 위로가 있어서 힘을 낼 수 있었다. 덕분에 무사히 장례도 마치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며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했다. 그는 “수근이 몫까지 우리 부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께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당시 수색작업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이 구명조끼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 ‘군인이 소모품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해병대사령부는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는다”며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국방부와 해병대는 그를 일병에서 상병으로 한 계급 진급 추서했고, 병사 계급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인 광복장을 수여했다. 채 상병의 유해는 지난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됐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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