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윤종규 회장의 결단이 결실로… KB금융 실적 효자 된 보험사
윤종규, 전임 바통 이어받아 LIG손보 인수 지휘
KB금융 성공에 우리·신한·하나도 “보험사 사자”
KB금융지주의 보험 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한과 우리 등 다른 금융지주사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KB금융은 두 보험 계열사가 매년 꾸준히 수익을 내면서 그룹의 전체적인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KB손보와 KB라이프가 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안착한 데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13년 매물로 나온 LIG손해보험을 두고 다른 지주사들이 주저하는 사이 KB금융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그룹 수장(首長)에 오른 윤 회장은 전임 회장이 넘긴 바통을 이어받아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했고, KB금융은 결국 LIG를 품는 데 성공해 KB손보로 명패를 바꿔 달았다.
당시 금융 시장 일각에서는 KB금융이 많은 돈을 쏟아 무리하게 보험으로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KB손보는 LIG의 상품 개발 노하우에 그룹의 영업 경쟁력을 결합해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갔다. KB금융은 2020년 푸르덴셜생명까지 인수해 KB라이프생명을 출범시켰고, 역시 그룹 성장의 한 축으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 KB손보·라이프 순이익 전년比 25% 증가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2조9967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늘어난 1조8585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가운데 다른 비은행 계열사도 고르게 선전하며 그룹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KB손보와 KB라이프의 합산 순이익은 74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 증가했다. KB금융 전체 순이익에서 두 보험사가 차지한 비중은 24.7%였다.
KB손보는 상반기에 그룹 계열사 중 은행 다음으로 많은 규모인 525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듬직한 둘째’ 역할을 했다.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한 수치지만, 지난해 자산 매각으로 이익이 일시적으로 급증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영업력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B손보는 지난해 새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준비금을 쌓기 위해 서울 합정동 등 5곳의 빌딩을 매각했다.
KB라이프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13.1% 급증한 21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보험사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늘리기 위해 보장성보험 판매를 강화하면서 보험영업수익이 늘었고, 1분기에는 금리 하락으로 채권 등의 투자 수익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윤종규 회장 “비은행 사업이 그룹 성장 이끌 것”
KB손보의 전신은 과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과 함께 ‘4대 손보사’로 꼽혔던 LIG손해보험이다. LIG그룹은 법정관리를 받던 건설사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고 사기성 CP(기업어음) 발행으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보상금을 물어야 할 상황에 이르자, 2013년 주력 계열사였던 LIG손보를 매물로 내놨다.
당시 임영록 회장이 이끌던 KB금융은 LIG손보 인수전 참여를 결정하고 롯데그룹, 동양생명, MBK파트너스 등과 경합한 끝에 2014년 6월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윤 회장은 당시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으로 일하며 임 회장을 도와 LIG 인수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는 계속 진통을 겪었다. 당시 KB금융은 인수 가격으로 6850억원을 제시했는데, 그룹 내부에서 왜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보험사를 인수하느냐는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이 이건호 KB국민은행장과 마찰을 겪고 금융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처지에 놓이자, 정치적인 목적에서 무리하게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임 회장이 진통 끝에 2014년 퇴진하면서 KB금융이 LIG인수를 중도에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윤 회장은 취임 직후 LIG손보 인수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보험사 인수를 달가워하지 않는 내부에서 지지를 얻기보다, 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전임 회장이 남기고 간 과제를 이행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윤 회장은 2015년 구자원 LIG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담판을 벌인 끝에 제시 가격보다 400억원을 낮춘 6450억원에 LIG손보 인수를 확정지었다.
이후 간판을 바꿔 달고 KB손보가 매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인수를 결정한 윤 회장의 결단은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 됐다. KB금융은 2020년에는 푸르덴셜생명까지 인수하면서 KB생명과 합병해 KB라이프로 덩치를 키웠다.
◇ 우리·하나·신한도 보험사 인수에 사활
최근 우리와 하나, 신한 등 여러 금융지주사가 보험 계열사를 인수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KB금융이 보험사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자, 경쟁사들도 이런 성공 모델을 따르기 위해 인수합병(M&A) 시장 참여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은행과 보험, 카드, 증권사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KB금융과 대조적으로 우리금융그룹은 현재 보험과 증권 계열사가 없다. 이 때문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직후부터 줄곧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강조해 왔다. 금융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를 우선 추진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올해 들어 보험사들이 안정적인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보험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도 늘고 있다.
이 밖에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도 보험사 추가 인수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최근 KDB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MG손해보험이 재매각 절차에 들어가고 롯데손해보험이 매물로 나올 경우 신한과 하나가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8년 전 KB금융이 LIG손보 인수에 뛰어들었을 때는 금융권 전체적으로 무리한 투자를 지양하자는 기류가 강했다”면서 “당시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과감히 인수에 나선 덕에 KB금융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