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으로"..北 출신 90대 참전용사 담양에 고향기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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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 출신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90대 참전용사가 전남 담양에 고향사랑기부금을 전달해 배경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잔잔한 미담이 되고 있다.
등기로 배달된 A4 2장 분량의 편지에서 정씨는 '6·25 때 월남한 북한 출신 90대 참전용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국가유공자이자 30년 간 국가공무원으로 봉직한 자신이 담양에 고향사랑 기부금을 보내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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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시스] 송창헌 기자 = 황해도 출신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90대 참전용사가 전남 담양에 고향사랑기부금을 전달해 배경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잔잔한 미담이 되고 있다.
26일 담양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담양군청 참여소통실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수신인은 '참여소통실장', 발신인은 '경기도 안양시 정영하'로 적혀 있었다.
등기로 배달된 A4 2장 분량의 편지에서 정씨는 '6·25 때 월남한 북한 출신 90대 참전용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국가유공자이자 30년 간 국가공무원으로 봉직한 자신이 담양에 고향사랑 기부금을 보내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며칠 전 우연히 아파트 우편함에서 다른 사람에게 배달된 '담양소식'이라는 소식지를 발견하고는, 6·25 전쟁 중 헤어져 아직까지도 생사가 불분명한 부모 생각에 단숨에 구독을 신청하고, 소식지 내용을 읽다 고향사랑 기부에 이르게 됐다.
정씨의 부모는 모두 담양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인 1925년 황해도로 이주했고 가족은 죽세공으로 생계를 이어오다 전쟁통에 뿔뿔이 흩어져 이산가족 신세가 됐다.
6·25 이듬해 고향 담양을 처음으로 찾은 정씨는 '월산면에 고모 한 분이 살고 있다'는 희미하고 어렴풋한 한 가닥 기억에 고모를 찾아 나섰고, 면사무소 직원 등의 숨은 도움으로 혈육과 상봉했다.
부모를 찾고 싶은 간절한 욕망에 주소도, 성도 모른 채 아이 때의 이름, 아명(兒名) 만으로 찾아 나섰는데,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은 것이었다. 이후 놀랍게도 일제 강점기 때 작성된 부친 명의의 제적부와 정씨의 출생기록, 성도 이름도 모르던 고종 형님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기적같은 일"로 여기며 살아온 정씨는 우연찮은 계기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알게 됐고, "약소하나마 이미 고인이 됐을 아버지의 명의로, 아버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고향 담양에 자식인 제가 소정의 기부금을 내고 싶다"는 뜻을 편지에 담아 관할 군청에 보냈다.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입금은행과 계좌번호를 전달받은 정씨는 그 길로 은행 창구로 향해 100만원이 넘는 기부금을 쾌척했다.
이병노 군수는 "한반도에서 포성이 멈춘, 정전 70주년을 앞두고 참전용사의 뜻 깊은 고향사랑에 감동 받았다"며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지역 발전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지 외 지방자치단체(광역·기초)에 연간 500만원 한도 내에서 기부를 할 수 있는 제도로, 10만 원까지는 전액, 초과분은 16.5% 세액공제되며, 기부금의 30%안에서 답례품을 제공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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