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에 온 아스필리쿠에타 “인천공항에서의 환대, 예상 못 해 놀라웠다”
첼시 500경기 등 매 시즌 30경기 이상 출전
“경기 뛰고 난 뒤 체력 회복이 가장 중요”
27일 K리그 올스타, 30일 맨시티와 경기
스페인 축구 선수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34·AT마드리드)는 유소년 내내 공격수로 뛰었다. 그리고 스페인 1부리그 라 리가에서 데뷔했을 때는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유망하지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2007-2008시즌, 당시 소속팀 스페인 오사수나로부터 임무가 주어진다. 수비수들이 전부 부상을 당했던 탓에 오른쪽 측면 수비수를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웠을만한 순간. 하지만 아스필리쿠에타는 “그건 분명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였다”라고 했다. 그게 훗날 세계 최고의 측면 수비수로 거듭나는 아스필리쿠에타의 시작이었다.
아스필리쿠에타와 그의 소속팀 스페인 AT마드리드는 25일 밤에 한국에 입국했다. 그리고 26일 오전 경기 성남 축구센터에서 훈련을 가졌다. 27일 열리는 스페인 AT마드리드와 K리그 올스타의 경기를 위해서다. 성남에서 만난 그는 “인천공항에서 환대가 인상깊었다. 그렇게 많은 분이 오실 줄은 몰랐다”고 했다.
한 번 측면 수비수를 맡았던 아스필리쿠에타는 그 뒤 두각을 드러내 측면 수비수에 정착했다. 본업인 오른쪽 측면 뿐 아니라, 왼쪽 측면 수비도 출중하다. 팀 사정에 따라 중앙 수비수도 맡는다. 선수 경력 내내 거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한 셈이다. 그는 “다양한 감독을 만나 다양한 포지션을 접했다”며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다. 누가 이렇게 많은 포지션에서 뛰어 보겠나”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어 “특별한 비결은 없다. 경기 전 나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나가서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의 경기를 기억했다. 2016년 당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스페인과 오스트리아에서 친선경기에서 1대6으로 대패했다. 아스필리쿠에타는 선발 측면 수비수로 나섰다. 그는 “우리가 크게 이기긴 했지만, 한국에 재능있는 선수가 많다고 느꼈었다”고 했다.
아스필리쿠에타는 2012년부터 11년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에서 뛰었다. 총 506경기로, 역대 첼시 선수 중 다섯번째로 많은 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데뷔 때부터 매시즌 30경기 이상 출전하면서 ‘철강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매일 컨디션 유지에 힘쓴다”며 “특히 중요한 건 경기가 끝난 뒤 체력 회복이다. 보통은 경기를 마치면 긴장을 풀지만, 그때 얼음 찜질, 수면 등 몸에 충분한 회복 시간을 줘야 다음날 다시 컨디션이 올라온다”고 했다. 본인만의 식단도 있다. 그는 “시즌 중 탄산 음료는 거의 먹지 않는다. 그리고 파스타 같은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고 했다.
아스필리쿠에타는 ‘배바지’로도 유명하다. 경기 중 불편하기 때문에 상의 유니폼을 바지 밖으로 빼서 입는 선수가 많다. 하지만 아스필리쿠에타는 늘 정갈하게 상의를 바지에 넣어서 입는다. 그의 성실함을 상징하는 옷차림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입는다’고 하자 그는 소리내 웃으며 “그냥 그게 편해서 그렇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 아니다”라고 했다.
아스필리쿠에타는 2019년부터 3년 동안 첼시의 주장을 맡았다. 그는 “리더십은 조금 타고난 편이다”라며 “모든 선수가 성격이 다르다는 걸 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모두에게 다른 방법으로 다가가야 한다. 생각이 다르다면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첼시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서 토트넘의 왼쪽 공격수인 손흥민과 종종 맞대결을 펼쳤다. 손흥민에 대해서 아스필리쿠에타는 “다이나믹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그가 수비 라인을 허무는 걸 막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야 했다”고 했다.
이날 훈련장 밖에는 아스필리쿠에타의 첼시 유니폼을 들고 있는 한국 팬들이 있었다. 이달초에 AT마드리드로 이적한 아스필리쿠에타는 “너무 감사한 마음 뿐이다. 지금은 AT마드리드 선수가 됐으니 첼시 때를 추억할 수 있어서 좋다. AT마드리드에서의 나도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아스필리쿠에타는 한국에서 27일 K리그 올스타와, 30일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와 친선 경기를 갖고 한국을 떠난다. 그는 “한국엔 처음 왔다. 비록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팬들의 응원이 벌써 느껴진다. 기회가 온다면 열심히 뛰어서 한국 팬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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