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례적’ 외교부장 임면에 오히려 더 커지는 의문
중국이 친강 외교부장(장관)을 면직시키고 그 자리에 전임자였던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원을 다시 불러온 것을 두고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임된 친강이 여전히 국무위원과 공산당 중앙위원 직위를 유지하는 것과 상급자가 하급자의 자리를 이어받는 것 모두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해임 사유 또한 여전히 불분명하다.
26일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의 이 같은 외교부장 인사를 두고 국내외에서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날 중국의 입법부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제4차 회의를 열어 표결로 외교부장 임면을 결정했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친강의 후임으로는 전임자였던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원이 복귀했으며, 친강은 국무위원직과 당 중앙위원으로서의 지위는 유지했다.
이후 여러 의문점이 불거졌다. 첫째는 친강의 외교부장직 뿐만 아니라 국무위원직도 박탈할 수 있는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왜 그의 국무위원직은 그대로 남겨뒀느냐다. 국무위원은 총리 또는 국무원 상무회의의 위임을 받아 특정 임무를 할 수 있는 자리다. 그동안 친강은 외교부장이자 국무위원 5인 중 한명으로 활동해 왔다.
중국에선 고위인사가 낙마할 때 국무원과 당 내 겸직 지위가 동시에 면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례로 2018년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양징 당시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겸 국무원 비서장을 서기와 비서장에서 동시에 해임했다. 이에 비춰보면 이번 친강의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통상 2개월 전에 일정이 잡히고 짝수달 말에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이번에는 하루 전 개최가 통보된 점도 일반적이지 않다.
둘째로 왕이의 외교부장 복귀 역시 전례를 찾기 힘들다. 왕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두 임기 동안 외교부장을 맡은 뒤 권력 서열 24위권의 중앙정치국원 자리에 올랐다. 그후 시 주석의 측근에서 외교를 보좌하는 일을 맡았다. 친강이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최근 약 한달 동안은 외국 사절 접견 등 왕이가 친강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이처럼 선임자이자 상급자인 왕이가 친강의 후임으로 돌아오는 건 공산당의 의전과 전례를 급격히 이탈한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통상적으론 권한대행 체제로 가거나 새로운 후임자를 물색하기 때문이다. 한편 “왕이의 복귀는 고위 지도부가 장기 계획을 세우는 동안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 임명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친강의 해임 사유 또한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앞서 그의 두문불출을 둘러싸고 중병설, 조사설, 불륜설 등이 제기된 바 있으나 이번 임면으로는 아무것도 해명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시 주석의 반대 세력이 친강의 불미스러운 일을 빌미 삼아 경질을 요구하자, 시 주석이 외교부장직을 면직하되 국무위원과 당 중앙위원 자리는 유지하는 제한적인 처벌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친강은 7개월 만에 물러남으로써 중국 최단기 외교부장이 될 전망이다. 친강은 중국의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늑대전사(전랑)’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로, 시 주석의 총애에 힘입어 빠른 승진을 거듭했다. 미국 주재 경험이 부족한데도 2021년 7월 주미 중국대사로 발탁됐으며, 17개월 뒤엔 외교부장에 올랐다. 지난 3월엔 외교부장직을 유지하며 국무위원으로 한 단계 승격했다.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중국 본토의 정치가 중대한 인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왕이가 친강을 대체했다는 것은 그만큼 왕이가 최고지도자(시 주석)와 밀접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우 교수는 “외교부장 교체가 친강의 운명에 대한 추측을 잠재우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드 블란쳇 국제전략연구소(CSIS) 연구원은 “친강의 사퇴를 시진핑의 권력 축소로 해석할 순 없다”면서도 “현재 친강이 당과 국무원에서 직위를 유지한다는 사실은 풀리지 않은 내부적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친강 전 부장에 관한 질문에 “제공해줄 수 있는 정보가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