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지원한다"더니… 작년,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비 '전무'

이창섭 기자 2023. 7. 26. 15: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년 백신·치료제 개발 예산 973억원… 집행률 9%
실집행률은 1.1%… 모두 사업단 운영비로 쓰여
"지원할 만한 기업 찾지 못해… 역량 따라오지 못해 안타까워"

지난해 약 1000억원으로 책정된 코로나19(COVID-19)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 예산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88억원만 사용돼 예산 집행률은 9%였다. 이마저도 실집행률은 1%에 불과하다. 단 한 곳의 기업도 백신·치료제 개발에서 정부 예산을 지원받지 못했다. 예산 집행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원할 만한 기업을 찾기 어려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6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책정된 예산은 973억원이다. 이 중에서 집행된 예산은 88억원, 집행률 9%다. 사용되지 않은 885억원은 이월되지 않고 반납됐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R&D) 지원 예산이 418억원이다. 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단'(사업단) 운영비로만 3억원이 사용됐다. 418억원 중 3억원이 쓰여 집행률은 0.7%다.

코로나19 치료제 R&D 지원 예산은 475억원이다. 역시 사업단 운영비 예산으로만 5억원이 사용됐다. 집행률은 1.1%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연구과제 공고는 총 4차례 있었다. 14개 기업이 공고에 지원했지만 에스티팜,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3개 기업만이 선정됐다. 이 세 기업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제에 선정됐으며 2021년 결산 시 미집행된 예산을 바탕으로 지원받았다. 2022년 예산으로 지원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연구과제는 단 한 건도 없는 셈이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비임상 R&D 지원 예산은 80억원으로 책정됐다. 비임상은 신약을 사람에게 사용하기 전에 동물에게 투약해 효능과 안전성을 알아보는 시험이다. 비임상 지원에서는 예산 80억원이 모두 사용돼 100% 집행률을 보였다.

그러나 예산을 교부받고 실제로 집행하는 사업단 단위에서는 돈이 사용되지 않았다. 사업단 운영비로만 3억원이 사용됐다. 남은 77억원은 집행되지 않았다. 80억원 예산에서 실제로 사용된 예산은 3억원, 실집행률은 3.8%다.

사업단을 운영하는 국가신약개발재단의 관계자는 "2022년에 비임상 연구 과제 선정 평가를 3차례나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에 적합한 과제가 하나도 없었다"며 "남은 예산에 대해서는 반납 처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시급성을 고려해 임상 단계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연구 과제가 없는지 디테일을 봤지만, 투자·과학적 측면에서 적합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가 없었다"며 "투자 심의를 통해 개선점을 요구했지만, 개선되지 않은 채 다시 지원한 과제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해명도 이와 유사하다. 제출 자료가 부실하거나, 실험 결과의 효능이나 근거가 부족해 개발을 지원할 기업이 없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업들을 정말로 끝까지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예산을 편성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2022년도 들어와서 완전히 달라졌고 백신도 모두 맞아버린 상황이었다"며 "예산은 목적에 맞게만 사용될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기업의 역량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해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2020년 팬데믹(감염병대유행) 발생 이후 투입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비용은 2516억원이다. 이 중에서 국비 지원액이 1586억4000만원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초기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올해 5월까지 집행된 예산은 921억5600만원으로 집행률은 58.1%에 불과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대규모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는 2022년 6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멀티주'(백신), 2021년 2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치료제) 2건에 그쳐 백신·치료제 주권 확보에 어려움이 따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