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BIS 비율 10% 밑돈다”… 산업은행, 건전성 ‘경고등’

김유진 기자 2023. 7. 2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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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작년 9월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내년 9월 BIS 비율 9.45% 전망
금융 당국 “연말까지 13% 이상 유지 가능”
산업은행 전경/산업은행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한전 지분을 보유한 산은의 지분법 손실도 커지며 건전성 지표가 날로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BIS 비율이 바젤Ⅲ의 규제 하한선인 10.5%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산은은 신뢰도 하락으로 국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26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산은이 지난해 9월 기준 실시한 위기상황분석(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기본 시나리오를 적용했을 때 BIS 비율이 내년 9월 9.45%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BIS 비율은 악화 시나리오에서 8.95%, 심각 시나리오에서 8.02%까지 떨어졌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산업은행의 BIS 비율은 13.11%다. 은행은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금융감독원장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BIS 비율은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은행의 총자본(분자)을 위험가중자산(분모)으로 나눈 값이다. BIS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의 건전성이 좋다는 의미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정한 국제표준규제인 바젤Ⅲ에서는 은행의 BIS 비율이 10.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국내 금융 당국의 권고치는 이보다 높은 13.0%다.

그래픽=정서희

산은은 한전의 대규모 적자 탓에 BIS 비율이 악화되고 있다. 산은은 한전의 주식 13조3413억원(지분 32.9%)을 보유하고 있다. 한전의 당기순손실 중 해당 지분율만큼 산은의 손익에 반영되다 보니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식한 지분법 손실은 8조507억원에 달했다. 한전은 지난해 24조4291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1월 당기순손실도 4조9112억원에 달했다.

산은은 지난 2020년 말 15.96%에 달했던 BIS 비율이 올해 1분기 말 13.11%로 2.85%포인트 하락한 부분 중 한전 손실에 대한 영향만 1.95%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전이 계속해서 손실이 발생한다면 산은 역시 추가적인 지분법 손실 인식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산은은 현재 금융 당국의 BIS 비율 권고치를 겨우 넘기고 있는 수준이다. 아직 바젤Ⅲ에서 정한 하한선은 지키고 있다. 그러나 만약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처럼 BIS 비율이 더 악화된다면 산은은 건전성 우려가 있는 금융기관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고, 국제 업무 수행에 있어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전기요금은 물가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한국전력공사의 재무건전성 제고만을 고려한 즉각적인 전기요금 인상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따라서 금융위원회와 산은은 3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전력 공사의 손실발생으로 인한 추가적인 지분법 손실 인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산은의 재무건전성 제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산은은 BIS 비율 상향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HMM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영구채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강석훈 회장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산업은행 제공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BIS 비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난해 11월 이후 공기업 주식 1조원을 현물출자 받고 후순위채권 1조3000억원을 발행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산은은 후순위채 7000억원을 더 발행해서 자본을 확충하려고 하고, 수익성 부분도 좀 더 제고해서 자본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외부 변수에 취약한 게 지금 재무구조라서 안정화를 위해 HMM 매각도 중요하고, 배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라며 “각고의 노력으로 (BIS 비율) 13%를 넘기고 있는데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볼까’라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어서 정부와도 현물·현금출자를 계속 논의하고 있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은 산은이 지난해 9월 스트레스 테스트 시행 이후 다양한 자본 확충 노력을 기울인 만큼 산은의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국 관계자는 “연초부터 BIS 비율이 13%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산은과 지켜보고 있다”라며 “지난해 9월 이후 후순위채를 통한 증자를 실시해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말까지 더 좋아져 13%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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