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李? 누구 찍었냐에 따라…뒤바뀐 체감 '삶의 질'
작년 상·하반기 주관적 삶의 질 평가, 집단별로 크게 엇갈려
지난해 상·하반기 사이 소비자의 삶의 질에 대한 주관적 평가에 이례적인 변화가 생긴 가운데, 대선 투표 성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평소 '삶의 질'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던 60대는 긍정적으로 변한 반면 항상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던 30~50대는 크게 부정적으로 변했다. 이념성향, 거주권역 등으로 표본을 세분화하고 해당 집단의 실제 투표 결과를 매칭해 통계적으로 비교한 결과 자신이 투표한 후보의 당락에 따라 삶의 질에 큰 변화가 있었다.
데이터융복합·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2019년 1월부터 매주 18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주례 소비자체감경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조사에서는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지난 6개월간 삶의 질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고 응답자에게 5점 척도('매우 긍정, 긍정, 보통, 부정, 매우 부정' 중 택일)로 답하게 한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이를 토대로 기대평균 100점(최대 200점, 최소 0점)인 '삶의 질(QOL ; Quality Of Life) 평가지수'를 작성해 왔다. QOL 평가지수가 100보다 크면 전보다 더 긍정적, 작으면 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다.
상-하반기 삶의 질 평가지수 평균 3.4p 하락
2022년 삶의 질 평가지수는 상반기 평균 82.7에서 하반기 79.3으로 3.4포인트(p) 하락했다. 대부분 집단의 평가가 부정 쪽으로 이동했는데, 이례적인 것은 그동안 대체로 일정했던 연령대별 등락 폭과 순위가 처음으로 크게 달라진 점이다.
세밀한 원인 분석을 위해 응답자 특성을 연령대 외에도 성, 이념성향, 거주권역, 근로고용형태 별로 나눠 본 결과, 각 집단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삶의 질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그 중에서도 연령대별로 40대, 이념성향 진보, 거주권역 호남, 근로형태별로 정규직의 부정 이동이 매우 두드러졌다. 40대는 상반기 삶의 질 평가지수 82.3에서 하반기 73.9로 하락해 변동폭이 -8.4로 가장 컸다. 이어 진보(-7.4), 정규직(-6.9), 호남(-6.7) 순으로 부정 평가가 늘었다.
이에 비해 60대(+3.6), 무직·퇴직(+2.4), 학생(+1.5), 대구·경북(+1.0), 사업자(+0.4) 집단은 오히려 긍정 평가가 증가했다. 20대(-0.4), 보수(-1.0), 전업주부(-1.1) 계층은 약보합으로, 삶의 질 평가에 큰 변화가 없었다.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지지 성향이 강했던 집단(40대, 진보, 호남, 정규직)에서 체감경제 평가가 크게 부정적으로 변한 반면 윤석열 지지세가 강했던 집단(60대, 무직·퇴직, 학생, 대구·경북, 20대)에서는 긍정 이동 또는 보합이 나타났다.
정권교체 전-후 집단별 투표성향의 ‘순위상관계수’ 0.699로 높아
정치 성향과 삶의 질 평가의 인과관계를 좀 더 검증하기 위해 응답자 특성을 27개(성x연령 10개, 광역지자체 17개)로 세분하고 정권 교체일(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후 삶의 질 평가 변화와 대선후보 지지성향을 비교한 결과도 일치했다.
이재명 후보 지지 성향(윤석열-이재명 득표율, %)은 전남(-74.7%), 광주(-72.1%), 전북(-68.6%)이 압도적이고 이어 남성40대(-25.8%), 여성40대(-24.4%) 순으로 높았다. 이들 집단은 취임일 전후 삶의 질 평가지수가 -4.9~-11.0p 큰 폭으로 부정 이동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 지지 성향이 높았던 대구(+53.5%), 경북(+49.0%), 여성60대(+34.2%), 남성60대(+29.4%)의 삶의 질 평가 지수는 2.2~7.0p 상승했다.
그 밖의 집단은 대선 득표율과 삶의 질 평가의 변화 순위에 큰 차이가 없었는데 세종시는 예외적이다.
이재명 후보 지지 성향이 다소 우세(-7.8%)한 지역이긴 했지만 삶의 질 평가 하락폭(-7.2%)은 모든 집단 중 두번째로 컸다. 정권교체 이후 조직 개편과 정책 변화에 직면한 공무원 집단, 이재명 지지세가 강한 40~50대 구성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표의 대선 득표율과 삶의 질 평가 간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순위상관계수(Spearman's Correlation)를 적용한 결과는 0.699였다. 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밀접하고 0.6 이상이면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이를 감안하면 개인의 정치성향과 삶의 질 평가 사이에는 유의한 수준의 연관성이 존재한다.
“정치과잉이 절반의 승자와 절반의 패자로 나눠”
컨슈머인사이트는 “소비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 평가 하락에 영향을 준 큰 요인이 작년 하반기 나타난 금리와 물가의 급상승임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그것만으로 긍정적이던 집단의 부정 이동, 부정적이던 집단의 긍정 이동이라는 유례없는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고 조사 이유를 전했다.
이어 “작년 상반기 국내 최대 이슈였던 20대 대선과 그에 따른 정권교체에 주목한 결과 집단 별 삶의 질 평가 변화와 순위상관계수 모두에서 생각했던 이상으로 투표 행동과 삶의 질 평가 간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컨슈머인사이트는 “0.7%포인트라는 차이로 당락이 갈린 대선 결과가 말해 주듯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 중 보수-진보, 여당-야당 지지자의 갈등은 극도로 첨예하다”며 “선거 결과 국민 절반이 각각 승자와 패자로 나뉘고 개인의 삶의 질 심리마저 양극으로 치닫는 정치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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