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오랜 기간 성폭행"…성인화보 모델들 잇단 폭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성폭행…말하지 말라 협박"
추가 폭로자 7명…"피해자 중 미성년자도 있다"
모델들, 경찰에 고소…"법원에서 진실 밝힐것"
【서울=뉴시스】김찬호 리포터 = 성인화보 제작사에서 활동하던 모델들이 회사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해 왔다며 집단 대응에 나섰다.
성인화보 모델 강인경(25)은 25일 트위치에서 진행한 생방송에서 성인화보 제작사 A사 대표 B씨가 다수의 소속 모델들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가해 왔다고 폭로했다.
지난 2020년 창간한 A사는 일본식 성인화보 '그라비아'를 우리나라에 들여와 온라인 화보집을 발간하고 있는 회사다.
이날 방송에는 B씨에게 성추행·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A사 소속 모델 장주·우요·시라가 출연했다.
장주는 "저는 오랜 기간 동안 B씨에게 상습적으로 강제추행, 유사강간, 강간 등의 범죄 피해를 당했다"며 "이에 지난주에 B씨를 정식으로 형사고발 했다. 첫 피해부터 오랜 기간 당한 만큼 여러 차례 당했지만, 간추려 말하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어 "2020년 2월경 경기도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대표 B씨와 촬영을 진행했다. 그는 촬영 중에 저에게 '다리가 침대에 내려오도록 누워'라고 했다. 이후 제 니트를 올리더니 강제로 내 중요 부위를 손으로 만졌다. 나는 크게 당황했고, 충격과 두려움으로 얼어붙게 됐다"고 밝혔다.
B씨가 자신을 성추행하려 할 때마다 불쾌함을 드러내고 거부 의사를 표시했지만, 이같은 행동은 여러차례 반복됐다는게 장주의 설명이다.
장주는 B씨가 '가스라이팅'을 통해 모델들의 심리를 지배한 상태에서 성폭력을 가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B씨는 '네가 촬영을 잘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는 것이다. 눈을 감고 느껴라. 그냥 내가 남자친구라고 생각하고 즐기면 되지 않냐'고 말해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했다. 또 '너의 표정이나 눈빛이 좋지 않아 도움을 준 것뿐이다. 다른 모델들한테는 그러지 않는다.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모델 우요와 시라도 유사한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우요는 자신이 성추행 당했던 사실을 밝히며 "저는 매번 이런 행위들을 당할 때마다 확실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B씨는 '네가 이런 식으로 거절하면 힘들다. 네가 잘 될 것 같고, 잘 됐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러는 거다. 다른 모델들한테는 이런 행동 절대 안 한다. 네가 특별하니까 이러는 거다'라고 반복해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나만 참고 버티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다가도 계약 기간을 생각하면 '그냥 죽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며 "말하고 싶어도 돌아올 경제적 보복과 평소에도 자주 행하던 욕설과 고성들이 두려웠고, 제가 살고 있는 집까지 찾아와 할 해코지가 두려워 말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시라는 "저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여러 피해를 봤다. 여러 차례 강간을 당했고, 제가 반항하자 억압했다"며 "심지어는 핸드폰으로 동영상도 찍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다른 피해자분들과 마찬가지로 B씨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고 협박했다"며 "동영상이 유출까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모델 활동을 지속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기에 참고 다 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장주는 "고소장은 이미 제출한 상태다. 진실은 법원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우리의 주장만 앞세워 무고한 사람을 죽이려는 게 아니다. 우리 외에도 피해자들이 더 존재한다. 다른 피해자들이 고소에 동참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우리와 함께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현재 이들 외에도 A사에서 일했던 7명의 전현직 모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밝힌 상태다. 장주와 강인경은 피해자 중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B씨가 모델들과 합의를 시도하려는 듯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B씨는 강인경 측과의 통화에서 "만약 뉴스에 나오게 되면 회사는 끝나는 거니까 인경이를 비롯한 그 친구들에게 회사의 지분 100%를 다 넘겨주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B씨는 강인경 측에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강인경은 "피해자들은 마지막이라도 B씨가 진심을 보이는 것 같아 최소한의 합의를 진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협박이었다. 많은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장주·우요·시라는 지난 21일 B씨를 상습 강간, 상습 유사강간, 상습 강제추행, 불법 카메라 촬영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피해자들을 불러 피해 사실을 확인한 뒤, 대표 B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씨측도 대응에 나섰다.
B씨측 법률대리인은 "고소인 3인을 포함한 모델 10여명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진, 카카오톡 메시지 등 증거 및 진술을 검토한 결과 상당 부분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가 다투어지는 상황이고, 특히 추가로 피해를 주장하는 일부 모델들의 경우 아예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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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리포터(yoshi1207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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