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디바 신영숙 “제가 부르는 안중근 ‘장부가’ 기대해주세요”
그는 자신을 ‘느리지만 롱런하는 배우’라고 소개했다. 올해로 25년 차 뮤지컬 배우 신영숙. 1999년 뮤지컬 ‘명성황후’로 데뷔한 이래 여러 작품의 굵직한 주조연을 섭렵해온 한국 뮤지컬의 간판급 배우다. 그가 새달 18~19일 서울 강서구 엘지아트센터에서 단독 콘서트 ‘친절한 영숙씨’로 팬들과 만난다. 2019년 첫 단독 콘서트 이후 4년 만이다. 지난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신영숙은 “다른 평행우주의 신영숙, 색다른 신영숙을 보여드리겠다”며 웃었다.
그에겐 짧지 않은 무명시절이 있다. 성악을 전공하고 연기는 잘 모른 채 도전한 ‘명성황후’ 이후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서울예술단에 들어갔다. 창작 뮤지컬만 하는 그곳에서 8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바로 옆 국립국악원 가서 민요·창·정가를 듣고는 뮤지컬과 접목해보기도 하고, 한국무용도 배웠어요. 거기서 배운 걸 자양분 삼아 느리지만 롱런하는 배우가 될 수 있었죠.”
배우보다는 작품 중심인 서울예술단을 나와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녹록지 않았다. 주요 배역 오디션에서 노래를 잘해도 부족한 인지도 탓에 번번이 떨어졌다. 울고 좌절도 했지만, 하루 정도 힘들어하고 나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3~4년간 여러 뮤지컬을 전전하다 마침내 운명의 작품, 운명의 노래를 만났다. 2010년 ‘모차르트!’에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을 맡아 부른 ‘황금별’이 큰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새로운 여정에 나서는 모차르트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응원하는 노래다. “제 노래가 위안이 됐다는 편지를 많이 받았어요. 병실, 군부대에서 보낸 분도 있었죠. 지금 ‘모차르트!’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후배들도 저처럼 날아오르길 응원하고 있어요.”
치솟은 인지도 덕에 또 다른 운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2013년 초연한 ‘레베카’에서 악역이면서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 같은 댄버스 부인 역으로 깊은 인장을 새겼다. 강렬한 고음으로 치닫는 ‘레베카’는 ‘황금별’과 함께 그의 대표 넘버가 됐다. “오늘의 저를 있게 해준 두 곡이죠. 천번, 이천번 불러도 안 질릴 걸요.” 그는 이 두 곡을 비롯해 지금 전국 투어를 돌고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의 ‘더 위너 테이크스 잇 올’ 등을 이번 콘서트에서 들려준다.
이전에 부르지 않았던 곡들에도 도전한다. 헨델 오페라 ‘리날도’의 ‘울게 하소서’, 뮤지컬 ‘시카고’의 ‘올 댓 재즈’ 등이다. “‘올 댓 재즈’로 섹시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제주도 가서 하루 13㎞씩 걸으며 단식까지 했어요. 근데 제가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 힘드네요. 호호호.”
가장 기대해도 좋다는 곡은 ‘영웅’의 ‘장부가’다. 안중근 의사가 교수형 집행 직전 부르는 노래다. “제가 어떤 노래를 부르면 좋을지 팬들에게 물었더니 남자 곡이 많더라고요. 그중 ‘장부가’가 특히 자신 있어요. 제가 잘 불러서라기보다 안중근 열사가 느꼈을 두려움 등 온갖 감정이 느껴져서 눈물이 나더군요. 역시 한국 작품이 더 공감되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의상으로 이 노래를 부를지 기대해주세요.”
콘서트를 마치면 곧바로 ‘레베카’ 10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 선다. 이번 7번째 시즌까지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 ‘레베카’는 그의 이전 소속사 이엠케이(EMK)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계열사 이엠케이뮤지컬컴퍼니가 제작했다. 신영숙은 지난 2월 배우 황정민·박정민 등이 속한 샘컴퍼니로 소속사를 옮겼다. 지난해 샘컴퍼니가 제작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하면서 쌓인 신뢰 덕이다. 그는 “이엠케이는 친정 같은 곳이다. 이번에도 ‘레베카’ 댄버스 부인 역을 제안해줘서 기쁜 마음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분위기 좋게 연습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숙은 발성이 탄탄하고 기복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테크닉이 늘고 연기 경험이 쌓인 지금, 20대 때보다 노래를 더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연기 비중이 높은 작품, 연극적인 뮤지컬에 더 도전해보고 싶어요. 요즘도 계속 연기 선생님에게 배우거든요. 더 멀리 더 오래 가는 배우가 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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