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美 진출, 이젠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오스틴'이다 [긱스]

2023. 7. 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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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해외 진출은 모든 스타트업이 바라는 목표입니다. 타국에서 '유니콘' 반열에 오른 한인 스타트업 창업가 이야기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들이 선택한 곳은 단연 미국 실리콘밸리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동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실리콘밸리를 대체할 지역으로 떠오르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창업 풍경을, 6개월 전부터 현지에 나가 사업 중인 엄수원 아드리엘 대표의 글을 통해 소개합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전경.


미국. 모든 스타트업이 꿈꾸는 거대한 시장. 미국은 땅덩어리도 인구도 한국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스케일을 자랑하기에,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결코 진입과 확장이 쉽지 않은 곳이다. 이렇게 큰 시장에서도 ‘스타트업 허브’라고 할 만한 몇몇 밀집 지역이 있는데,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는 수많은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누구나 알 만한 스타트업의 성지이다. 걸출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는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한 이 날씨 좋은 지역에 많은 인재와 훌륭한 회사들이 꾸준히 모이며 투자 자본과 각종 인프라까지 따라왔다. 이는 거대한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켜 오늘의 실리콘밸리가 만들어졌다.  

그런 실리콘밸리를 등지고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엔지니어들이 떠나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만 30개 이상의 대기업이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본사를 옮겼고, 지난해에만 65만 명이 캘리포니아를 떠나 엑소더스 현상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가장 유명한 기업 이전 사례는 바로 테슬라.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긴 뒤 일론 머스크가 오스틴의 친구 집에서 얹혀살던 일화는 동네에서 유명하다. 이외에도 오라클(Oracle), 빅커머스(BigCommerce), 인디드 (Indeed)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및 스타트업들이 오스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른바 ‘실리콘힐스’의 탄생이다. 

 임대료·세금 낮은 오스틴…투자도 몰린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벤처캐피털(VC) 투자 금액에서 실리콘밸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투자된 VC 펀딩 규모는 749억달러(94조6800억원)로, 2020년 대비 1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새로운 실리콘벨리로 부상하는 텍사스 오스틴은 49억5000만달러(6조2600억원)를 기록해 같은 기간 77% 상승했다. 

수많은 사람과 테크 기업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부동산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했고,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세금이 높아서다. 이에 반해 텍사스주는 캘리포니아에 비해 생활비가 훨씬 싸고, 부동산 가격도 낮다. 또 기업에 대한 적은 규제와 낮은 세금이 장점으로 꼽힌다. 길거리를 30분 정도만 걸어봐도 느껴진다. 지금의 텍사스, 특히 오스틴과 댈러스는 오히려 캘리포니아의 도시들보다 더욱 깨끗하고 도시적이며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한때는 작은 시골 도시였지만 삼성, 애플, 테슬라, 오라클과 같은 많은 기업들이 오스틴에 자리를 잡으며 IT 대기업와 스타트업의 거점으로 부상했다. 이에 더해 전통적으로 유명한 라이브 바와 수많은 맛집, 칵테일 바, 평화로운 공원들 등 활기차고 살기 좋은 도심의 분위기도 미국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미 텍사스주립대는 오스틴의 우수 인재 공급 역할을 맡는다.

실리콘밸리에 스탠퍼드대가 있다면, 오스틴에는 텍사스 주립대(University of Texas)가 있다. 훌륭한 인재의 공급도 충분한 데, 캘리포니아 대비 20~50%까지 저렴한 인건비를 자랑한다. 또한 오스틴에서는 모든 곳에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다. 도시 자체는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어 확장이 어려운 구조이지만, 그만큼 이곳 거주민들은 통근도 편리하고 각종 편의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네트워크에 최적…직접 확인한 '만남의 기회'

지난 5월 진행된 아드리엘 오스틴 마케팅 서밋(Austin Marketing Summit) 행사.


오스틴 도심 한가운데에는 ‘캐피탈 팩토리(Capital Factory)’라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유명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 와이콤비네이터(YC)의 텍사스 버전이라고 본인들을 소개한다. 초기 기업에 투자 및 조언 등 각종 도움을 주고 오피스 공간도 제공하며, 다양한 네트워킹 파티를 주최한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개발자이거나 창업자다. 서로 전혀 모르는 관계임에도 반갑게 인사하고 금세 친해지며 링크드인 ‘맞팔(맞팔로우)’을 한다.

대부분은 2개월 전, 3개월 전, 6개월 전에 온 사람들이다. 모두가 온지 얼마 안 되었지만 오스틴을 사랑하고, 너무나 살기 좋은 곳이라고 칭찬한다. 한 번은 ‘스타트업 위크’라고 해서 일주일 동안 다양한 세미나와 네트워킹 이벤트가 열렸다. 한 세미나가 끝나고 내가 연사에게 질문을 했는데, 그걸 본 어떤 창업가가 말을 걸어와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함께 협업할 만한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고객사를 서로 공유하는 기회도 만들게 되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이어지며 가치가 창출되는 공간, 캘리포니아 북쪽에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라는 곳이 만들어지던 초기의 모습이 이곳 오스틴에서 2023년부터 반복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수많은 투자자와 개발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미래 언젠가 자신도 도움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낌없이 서로를 도와주는 실리콘밸리의 문화는 오스틴에서도 마찬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나도 학부모 모임에 갔다가 우연히 우리 회사 솔루션에 관심을 갖는 잠재 고객을 만나기도 했고, 그를 통해 한 투자자와 연결되어 미팅하기도 했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IT 기업들이 포진해 있어, 여러 조언을 구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특히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고 시드(초기) 투자처를 찾는 초기 창업자들과 그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들도 많기 때문에 기죽지 않고 사업 개발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도 생각보다 큰 장점이다.

 미국 주요 도시의 '테스트베드'도 가능

텍사스 주립대 근처의 오스틴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오스틴에 사는 창업자들이 모이면 꼭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텍사스가 미국 중부에 있어 한국과 유럽까지 시차적으로 커버가 가능하다는 점도 막상 살아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큰 이점이라는 부분이다. 미국은 땅이 너무 넓어 한 국가 내에서도 3시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이게 오래 살다 보면 은근히 불편하다. 오스틴에 거주하면 웬만한 화상 미팅을 너무 이르거나 늦지 않은 시간에 진행할 수 있고, 새벽잠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한국과 유럽의 고객들과도 어렵지 않게 소통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오스틴뿐 아니라 댈러스와 휴스턴이라는 거대 도시가 근처에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세 도시의 주요 산업과 문화가 조금씩 달라서, 이 세 곳에서 기업 운영 및 영업을 경험해보고 만든 성공 방정식을 웬만한 미국의 주요 도시들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텍사스 스타트업으로서 가질 수 있는 우위이다. 말 그대로 텍사스주가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미니어쳐 버전이라서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빠르게 많은 경험을 압축해서 해야 하는 스타트업엔는 더할 나위 없이 큰 장점이다.  

스타트업 혹한기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다. 이 시기에 가장 비싸고 경쟁이 심한 곳으로 가기보다는, 아직은 많은 한국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이미 미국인들에게는 새로운 스타트업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오스틴을 고려해보길 추천한다.  

엄수원 아드리엘 대표
△서울과학고 졸업
△서울대 화학과‧경영학과 학사
△파리공립경영대학원(HEC Paris) 재무금융학 석사
△올리버 와이만 금융부문 컨설턴트
△AXA손해보험 한국지사 전략기획실장
△솔리드웨어 공동대표
△포브스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선정
△UN 디지털 협력 고위급 패널리스트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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