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우유 싸긴 한데…'유통기한 1년' 수입산 품질 괜찮을까
우리나라 우유의 품질은 세계 무대에서 '월드클래스'라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다음 달부터 원윳값 인상이 예고되면서 우유·유제품의 가격이 치솟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수입산 멸균우유'로 눈길을 돌린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수입산 멸균우유 홍보·광고물 중엔 △낙농 선진국에서 제조해 품질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 △국산 우유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유통기한이 길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인 것처럼 소개되는 경우가 적잖다. 과연 멸균우유는 신선 우유와 어떻게 다르고, 수입산 멸균우유를 안심하고 마셔도 될까?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들어온 수입 멸균우유는 2019년 1만484t(톤)에서 지난해 3만3058t으로 3년간 3.2배 늘었다. 이들 제품은 '살균' 처리한 신선 우유와 균 처리 방식이 다르다. 병원성 유해 세균뿐 아니라 우유 속 유산균 등 유익균까지 모두 죽이는 방식이 '멸균'인 것과 달리, 유해 세균은 죽이되 유익균은 일부 남기는 방식이 '살균'이다. 수입산 멸균우유가 전량 '멸균' 처리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장기간에 걸쳐 장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부패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 국내에선 해외 7개국에서 온 멸균우유 28개 제품이 시판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 전망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수입산 멸균우유의 원산지는 폴란드(75.1%), 독일(10%), 이탈리아(7.7%), 호주(5.3%), 기타(영국·프랑스·오스트리아 등 2%) 순으로 많았다.
이들 수입산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이 대개 1년이다. 이는 평균 11~14일에 불과한 신선우유보다 유통기한이 26~33배나 긴 것이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멸균우유가 국내에 들어오는 데만 한 달 넘게 소요되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장거리를 장기간에 걸쳐 이동하면서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수입산 멸균우유엔 원유 등급이 표시되지 않아, 품질뿐만 아니라 맛·신선도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는 온라인 마켓에 일부 소비자가 올린 구매 후기에서도 엿보인다. 최근 후기에선 '이번에 처음 시켰는데 포장이 부실하다', '우유가 다 터진 채 왔다', '우유 외관이 깨끗하지 않은 느낌이다', '우유 맛이 입에 맞지 않는다' 등의 평가가 이어졌다.
반면, 국내산 신선 우유는 착유 후 적정온도로 바로 냉각시킨 후 신선한 우유 상태 그대로 3일 내 유통된다. 국내에도 멸균우유 제품이 나와 있다. 그런데 국내산 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은 평균 12주로, 1년인 수입산 멸균우유에 비해 매우 짧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유통기한을 1년으로 상향 조정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귀띔했다. 멸균우유는 12주가 지나면 '크림화 현상'이 발생해 유지방이 분산된다. 이 관계자는 "크림화 현상이 미생물 증식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품질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소비자가 많아 국내산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을 12주 내외로 짧게 설정해 관능 품질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산 멸균우유가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가 '저렴한 가격'이다. 그렇다면 국내산 멸균우유보다 가격이 얼마나 쌀까? 현재 판매되는 주요 멸균우유 제품의 1L당 가격을 비교해봤더니 서울우유 멸균우유는 1740~2100원, 매일유업의 멸균우유는 1840~2150원이었는 데 반해 독일의 작센 멸균우유는 2100~4200원, 폴란드의 믈레코비타는 1650~1960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산 멸균우유의 가격과 대동소이했다.
우리 낙농가들은 "우리나라 신선 우유의 강점은 '신선함'과 '품질'"이라고 자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국산 우유의 가장 높은 품질 등급이 '1A'다. 원유 1㎖당 체세포 수 20만 개 미만, 세균 수 3만 개 미만이면 1A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낙농 선진국으로 알려진 덴마크와 같은 수준이다. 특히 독일(1㎖당 체세포 수 40만 개 이하, 세균 수 10만 개 이하), 네덜란드(1㎖당 체세포 수 40만 개 이하, 세균 수 10만 개 이하)보다 1A 등급이 되기 위한 기준이 더 엄격하다.
한편, 우리나라의 우유 소비량은 2001년 1인당 63.9t에서 2021년 86.1t으로 34.7% 늘었지만,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1년 45.7%로 되레 줄었다. 자급률이란, '국내 소비량' 대비 '국내 생산량' 비중을 뜻하는데, 국내 우유 생산량은 2001년 233만8875t에서 2021년 203만4384t으로 약 30만t이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수입량은 65만2584t에서 251만1938t으로 3.8배 늘었다. 다시 말해 수입 유제품이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점유해온 것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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