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2023. 7. 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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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원전 정치경제학<27>
친원전 과학자들 무해론 단정·과신
방류 삼중수소 한국 식수 기준 초과
도쿄전력, 64개 핵종 중 9개만 검사

과연 후쿠시마 오염수는 먹어도 되는 물일까? 희석해 방류하면 문제가 없을까?

웨이드 엘리스 옥스포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5월 19일 국민의 힘이 주최한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 간담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10ℓ를 마셔도 안전하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엘리스 교수를 초청한 서울대 주한규 교수(한국원자력연구원장)가 뒤늦게 언론에 “오염수 그 자체는 마실 수 없는 물”이라고 발언을 바로 잡고 대신 사과를 할 정도였다.

도쿄전력은 지난 21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를 외국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준비를 마친 희석·방류 설비의 모습. 연합뉴스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는 지난 6월 7일 “처리후 희석한 후쿠시마오염수를 마시겠다”고 인터넷에 공개했다. 단 전제조건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제반 시험적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료의 직접 채취를 허용해 이중 확인이 가능해야 하며 삼중수소를 충분히 희석할 때라고 조건을 달았다. 제법 까다롭다. 그냥 마실 물은 아닌 것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지난 6월 20일 국민의 힘 의원총회 특강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 후 100년을 살아도 영향 없다. 후쿠시마에서 수 킬로미터만 가면 희석된다. 1ℓ에 1Bq 삼중수소는 한강 물 수준이다. 중국서도 방류하고, 우리나라도 하고 있다. 영향은 사실 없고, 총량을 따져 보면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너무 확신에 찬 발언에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 이것이 소위 친원전 학자들이 국내 언론에 쏟아내는 오염수 무해론의 핵심이다.

이러한 말들이 과학적이라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어떠한 자세한 설명도 없다. 지나친 단정과 과신이 앞서 보인다. 과학이라고 해도 화학의 희석론만 이야기하지 생물의 농축학은 거론하지 않는다.

여기다가 일본 정부나 우리 정부가 언론을 통해 ALPS(다핵종제거설비)를 거치면 삼중수소만 빼고 나머지 60여 핵종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는데 그 실상이나 도쿄전력의 전력(前歷)을 안다면 과연 그렇게 100% 확신할 수 있는 사안일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삼중수소 농도가 73만Bq(베크렐)인 후쿠시마 오염수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해 일본 배출기준 6만Bq보다 40분의 1 수준으로 낮은 1500Bq로 줄여 방류한다는 것이다. 음용수 기준으로 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1만Bq이라고 하지만 미국은 740Bq, 유럽이 100Bq, 미 캘리포니아주는 15Bq이다.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의 삼중수소 배출관리기준은 4만Bq이지만 월성원전의 실제 삼중수소 배출수준은 놀랍게도 13.2Bq이다(한국일보, 2021년 4월 14일).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환경부의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 제2조는 먹는물의 경우 삼중수소가 6Bq을 넘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일본이 국제적으로 오염수를 마실 수도 있는 물이라고 말할 정도이면 적어도 월성원전 수준의 배출수 기준인 10~20Bq은 돼야 과학적으로도 안전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왜 이러한 요구를 하지 못하는가? 어떻게 정상 운전 중의 배출수와 중대사고가 난 원전의 오염수가 같다고 말할 수 있는가?

게다가 일본의 ‘오염처리수 안전’ 주장은 주장일 뿐 제대로 검증된 것이 없다. 도쿄전력은 64개 방사성 핵종 중 9개 핵종만 검사해 발표했고 그것도 저장탱크의 4분의 1에서만 측정했다. 게다가 삼중수소는 ALPS를 거쳐도 70%가 오염수로 밝혀졌다. ALPS의 2차 처리 효과나 잔류 방사성물질 총량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해양 희석 전 특정지역의 방사성물질이 고농축될 때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조사도 전혀 안 돼 있다.

지난 1월 미국 페렝 달노키 베레스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도쿄전력이 확인한 9개의 방사성 핵종은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입증할 대표성이나 인과성이 없다. 샘플링한 오염수 역시 저장 탱크의 4분의 1 수준만 측정해, 방사성 슬러지 폐기물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며, 일관성 없는 데이터 표본 추출이다”라고 지적했다(주간조선, 2023년 5월 9일).

정상 가동 원전에서 배출되는 폐수와 멜트다운(노심용융)된 후쿠시마원전에서 방출되는 ALPS처리수는 완전히 다르다. ALPS는 삼중수소가 원천적으로 제거되지 않은 것 외에 세슘137, 세슘135, 스트론튬90, 요오드131, 요오드129 등 12개의 핵종은 제거되지 않았다. ALPS가 처리할 수 없는 핵종 중 11개는 일반 핵폐수에 포함되지 않은 핵종이다. 2018년에는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핵종인 세슘137, 스트론튬90, 요오드131이 ALPS처리에도 불구하고 검출 한계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https://www.chosyu-journal.jp/shakai/20833).

지난 21일 오전 전남 장흥군 회진면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전국어민회총연맹장흥지회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어민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4월 일본 야마조에 타쿠 참의원은 ALPS가 제대로 된 시운전도 거치지 않고 8년간 미검증 상태로 운용되었다고 주장했다(https://www.youtube.com/watch?v=xRABrxHCCzw). 야마조에 의원은 참의원 질의에서 “일본은 음용수 기준이 없다. ALPS처리해도 70%가 기준치 이하의 핵종이 나온다. 핵종의 총량이나 희석처리한다고 해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 ALPS는 사용전 검사조치가 나지 않는 것이 아니냐, 처리조건까지 없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자 후케다 도요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장은 건너뛰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러한데 우리나라 방일시찰단은 도대체 뭘 보고 뭘 점검했다는 말인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한 뒤 삼중수소 농도 측정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해양 방류할 방침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측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걸리는데, 그 사이에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를 보관할 장소가 없다는 이유라는 것이다(MBC, 2021년 6월 12일).

2023년 6월 일본 국회의 ‘원전제로 의원모임’이 도쿄전력과 화상회의를 열었다. 아베 도모코입헌민주당 중의원이 “교반 설비가 없어서 지금처럼 섞지 않고 있고 그러면 정작 방출할 때 결과적으로 다른 결과값이 나오리라 충분히 생각할 수 있지 않나” 등을 지적했다. 이에 도쿄전력 관계자 스즈키는 “교반은 하지 않았습니다. 탱크 뚜껑을 열고, 샘플링 기계 등을 집어넣어 채취하고 있습니다. 방출 시 그럴(다른 결과가 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죠. 전혀 없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등을 답했다(JTBC. 2023년 6월 6일).

영국에서 식품기준청 지침에 따라 1997년부터 10년간 매년 실시한 조사에서 삼중수소의 경우 셀라필드핵연료재처리공장이 있는 영국 브리스톨해협에서 바닷물이 자연상태에서 5~50Bq/L인 데 비해 넙치 4000~5만 Bq/㎏, 홍합 2000~4만 Bq/㎏의 농축이 인정됐는데 이들 어종 농축률 평균치의 각 3000배와 2300배였다(McCubbin D et al. 2001. “Incorporation of organic tritium by marine organisms and sediment in the severn estuary/Bristol channel (UK).” Mar Pollut Bull. 2001 Oct;42(10):852-63. PMID 11693639). 이는 자연 상태의 삼중수소수(HTO)와 내부피폭된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의 피해 차이를 보여주는 증거 아닌가. 먹이사슬로 인한 장기적 인체 피해가 우려되는 이유이다.

여기서 방사성물질의 특성을 특히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학적 지식을 좀 더 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본의 내과의사이자 한의사인 우쓰미 사토루(內海聰)의 『방사능과 원전의 진실』(2015)은 참고할 만한 책이다. 그는 흔히 삼중수소 세슘 오요드 등을 측정해 화제로 삼는 것은 국가가 그밖의 다른 핵종의 위험성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것이 은폐공작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방사성물질 중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플루토늄(Pu)이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원전사고 이전부터 30Bq/㎡이 전국 각지에 존재한다고 알려졌는데 그것은 냉전시대 핵실험 후유증이 주된 요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플루토늄의 주된 방사선은 관통력이 약한 알파선이지만 체내에 들어오면 영구불멸로 내부피폭이 문제가 된다. 플루토늄의 반감기(Pu239=24,100년)가 매우 길고 에너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플루토늄은 위장벽을 통해 흡수되기 쉽고 주로 뼈에 모이기 쉬운데 이는 골수암, 백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원래 방사능은 암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면역이상, 기형, 신체변화, 정신이상 등 다양한 폐해를 초래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스트론튬(Sr)은 반감기가 약 29년간으로 길고 칼슘(K)이온과 유사하기에 뼈에 모이는 등 세포전달을 교란시키는 작용이 있고 백혈병이나 골수암의 원인이 되기 쉽다. 스토론튬의 독성은 일설에는 세슘(Se)의 수백배가 되며 뼈만이 아니라 뇌에도 장애를 끼치기 쉽다고 한다. 스트론튬이 붕괴해 이트리움(Y)으로 변하면 췌장과 같은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 쉽다. 스트론튬은 물에 녹기 쉬운 성질이 있는데 토양에 오래 머물기 보다는 세슘과 달리 확산되기 쉬운 성질이 있다. 『일간 겐다이(現代)』(2012년 7월 12일)에 의하면 2011년 3월 쓰쿠바시 기상연구소가 부지 내 강하물을 조사한 바 스트론튬의 경우 1986년 체르노빌원전사고 직후 기상소에서 관측된 값의 3배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스트론튬은 주로 특수한 측정기가 아니면 측정되지 않는다. 학술지 『네이처』에는 쥐에 스트론튬을 투여한 결과 다수가 사산했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미국의 핵물리학자 스턴그라스(Ernest J. Sternglass) 박사는 이트리윰이 췌장에 집중돼 당뇨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세슘은 휘발성이 높은 것과 근육에 축적되고 위장에서 쉽게 흡수되며, 칼륨과 유사한 게 문제다. 세슘의 반감기는 세슘134가 약 2년, 세슘137이 약 30년으로 아주 길다. 세슘을 체내에 받아들이면 세포 내의 미네럴인 칼륨과 구별이 되지 않아 몸의 조직으로 잘못 흡수된다. 암을 일으키거나 백혈구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이 때문이며 아이들의 경우 특히 위험하다. 방사성물질은 물질적 반감기와 체내 반감기가 있다. 한번만 세슘을 받아들이면 체내로부터는 그 뒤 사라지지만 매일 세슘을 받아들이면 일정량의 세슘이 체내에 남게 된다. 매일 10Bq씩 체내에 받아들여지는 경우 약 2년 후에는 1400Bq을 넘어서게 된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일반식품에 포함된 방사성세슘의 기준치는 1kg당 일반식품은 100Bq인데 체르노빌원전사고의 영향을 조사한 의사이자 병리해부학자인 유리 반다제프스키 박사는 세슘137이 아이의 체중 1kg당 10Bq 축적한 것만으로도 유전자에 악영향을 주고 부정백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세슘은 방사선을 내는 빈도도 다르고 인공방사성물질의 내부피폭에서는 간장, 뼈, 신장, 성선, 자궁 등 특정 내장에 피폭이 집중되기 쉽다.

요오드는 반감기가 8일인데 갑상선에 모이기 쉽고 갑상선 조직을 파괴해 암이 되기 쉬운 것이 문제다. 2014년 2월 일본 후쿠시마현민의 피폭증상 등을 조사하는 ‘현민 건강관리조사’에서 소아 갑상선암이 급증하고 체르노빌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암 발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학이나 통계학으로 증명하기가 곤란한데 이 사실을 어용학자나 정치가·관료가 잘 알고 잘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요오드는 태아에 대한 위험성이 지적된다. 요오드를 사용한 의료검사에서도 피임이 권장되고 6개월간은 임신을 피하도록 경고한다. 요오드는 오줌이나 땀으로 해독하기 쉬운 방사능물질이기에 방사성요오드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사용하는 접시, 싱크대, 침대시트, 의복은 늘 깨끗하게 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임산부는 조심해야 한다고 공식 문장으로 경고될 정도의 물질이 지금 일본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오염돼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체르노빌에서는 원전사고 9년 뒤에 소아 갑상선암 발병률이 피크에 이르고 있다는 자료가 있다고 한다.

끝으로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방침에 가장 집중을 받는 방사성물질은 삼중수소(트리튬)이다. 자연계 대부분은 산화물인 삼중수소수(HTO)로 존재한다. 삼중수소는 독성이 얇고 약한 베타선을 내고 붕괴한다. 그러나 우쓰미 박사는 “비유를 하면 스트론툼이나 플루토늄을 대포와 같은 병기라고 한다면 삼중수소는 산탄총이나 기관총과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느 쪽이나 두려운 건 마찬가지다. 삼중수소는 기본적으로 오염수로부터 제거할 수 없다. 물분자이기 때문이다. 반감기가 12.3년으로 조류(藻類), 해초류, 갑각류, 그리고 어류 등 수생생물에 집중해서 축적된다. 삼중수소는 뇌종양, 아기의 선천성기형, 대부분의 장기에 암만이 아니라 기타 보편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우쓰미 박사는 “일본의 방사능 식품기준은 우크라이나보다 높다. 우크라이나의 세슘137 기준이 2Bq/Kg, 야채의 경우 40Bq/Kg 이하이지만 일본은 일반식품의 경우 100Bq, 우유와 유아용 식품 50Bq, 음료수와 음용차가 10Bq이기 때문에 현재 일본의 기준은 해외와 서로 비교해보아도 느슨하다. 내부피폭은 먹을거리만이 아니라 물이나 공기에 대해서도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나마타병피해자·지원자연락회가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미나마타병의 교훈을 잊지말라며 반대 성명을 냈다(https://www.shizenha.net/news/39217). 이들은 수은을 포함한 공장배수를 바다나 강에 방류한 것이 미나마타병의 원인이 된 것을 근거로 이같은 성명을 발표했는데 핵심은 이러하다.

“자연이나 인체에 초유의 피해를 가져온 미나마타병의 교훈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는 이번 결정에 단호히 항의하며 반대한다. 메틸수은을 포함한 공장배수를 희석해 버려도, 생물농축으로 바다나 강에 흘려보낸 메틸수은이 백만배 농도가 되어 인체에 끼친 사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지 않은 단계에서의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방출은 허용해선 안 된다.”

희석한다고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 핵종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먹이사슬에 의한 생체농축으로 메틸수은이 인체에 영향을 미쳐 미나마타병을 초래한 것처럼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는 일본을 넘어 인류에게 이러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일본 정부는, 또한 우리 정부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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