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니스 홍 “오는 9월 배민 ‘요리(YORI)’ 로봇 공개”...4년 만에 베일 벗는다

이민아 기자 2023. 7. 2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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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과 함께한 첨단 요리 로봇 개발 프로젝트 ‘요리(YORI)’가 9월 말 공개될 예정입니다. 시중에 있는 훌륭한 요리 로봇도 한 가지 일이나 요리만 할 수 있는데, YORI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로봇은 거의 모든 종류의 요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2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만난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 UCLA 기계공학과 교수 겸 로멜라(RoMeLa·로봇메커니즘연구소) 소장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요리’ 로봇이 9월 말 공개될 예정인 사실을 처음으로 밝히는 것”이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현재도 훌륭한 요리 로봇이 많지만 대부분 한 가지 일, 한 가지 음식만 할 수 있다”며 “요리 프로젝트로 만든 로봇은 거의 모든 종류의, 그리고 앞으로 생길 요리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한국푸드테크협의회가 주관하는 ‘2023 글로벌 푸드테크 스타트업 컨퍼런스’를 앞두고 서울대에서 열린 청년 토크 콘서트에 연사로 나섰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인 그가 약 두시간 동안 속사포처럼 푸드테크(음식과 기술의 결합)와 로봇에 대한 강연을 끝내자 학생들의 사진 요청이 쏟아졌다. 그는 “우워어어” “브애애애앰”과 같은 의성어를 내면서 액션 영화 주인공 같은 자세를 취해줬다. 학생들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 UCLA 기계공학과 교수 겸 로멜라(RoMeLa·로봇메커니즘연구소) 소장이 25일 서울대 미술관에서 개구진 표정을 짓고 있다./이민아 기자

그가 2014년부터 몸담고 있는 로멜라는 최근 10여년간 인간형 로봇을 비롯해 여러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만들고 있다. 미국 최초의 성인 크기 로봇인 ‘찰리’, 전술위험작전로봇 ‘토르’(THOR-RD), 연구 교육용 개방형 플랫폼 휴머노이드 ‘다윈OP’ 등 휴머노이드 로봇도 그의 작품이다.

그런 홍 교수가 로봇만큼 사랑하는 게 요리와 맛있는 음식이다. 그는 세계적인 요리 경연 프로그램인 ‘마스터 셰프 USA’에 나간 경험을 이날 언급하며 “요리와 로봇 공학은 닮은 점이 참 많다”고 했다.

그는 “스타 셰프 고든 램지가 제 요리를 먹어보고 ‘데니스, 유아 브릴리언트!(You are brilliant!)’라고 말하고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요리를 사랑하는 천재 로봇공학자에게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7월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지난 첨단 요리 로봇을 개발하는 ‘요리(YORI) 프로젝트’다.

첫 프로젝트 4년차에 접어든 올해 9월 말, 홍 교수는 미래형 요리 로봇의 모습을 대중 앞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텐션이 대단하다.

“하하, 이런 (멋진) 걸(로봇) 만들었는데 기분이 좋지 않겠나!”

─’요리’ 로봇에 들어가는 기술은.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다. 다만 고기를 두들기는 작업과 같이 충격을 주는 일이나, 닭가슴살과 같은 불균질한 원재료를 자르는 기술이 들어갔다. 그릇에 식재료를 넣고 흔들면서 양념이 고루 배게 하는 일처럼, 사람이 하기엔 별거 아닌 일이지만 로봇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들을 이 로봇은 할 수 있다.”

─'요리’ 로봇은 사람처럼 음식을 요리하나.

“그렇지 않다. 우리 연구팀은 아예 새롭게 요리 연구를 재정의했다. 재료를 투입해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인풋(투입)’과 ‘아웃풋(산출)’으로 정의했다. 사람과 기계가 요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로봇은 요리 방법, 순서 등을 사람이 하는 것처럼 똑같이 할 필요가 없다.

요리의 과정을 단순화했다. 이 로봇을 만들면서 ‘요리 로봇’ 기술 만큼이나 ‘기계를 위한 요리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웃으며) 사실 요리에 대한 연구를 로봇에 대한 연구보다 많이 했다.”

─'요리’ 로봇은 어떻게 생겼나.

“일종의 모듈 방식으로 구성했다.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붙일 수 있는 형태다. 우리가 만들어낸 요리 로봇은 손 같은 것도 없고 프라이팬도, 칼도 달려 있지 않다. 프라이팬 같은 도구는 손이 있는 인간을 위해 고안된 도구지 로봇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필요에 따라 요리 도구를 로봇의 팔에 끼웠다 붙였다 할 수 있다. 크기도 꽤 크다. 한 이만할 거다(그는 한껏 웃으며 양 팔을 한껏 뻗어서 로봇의 가로 세로 높이를 설명했다.) 일종의 음식 공장이라고 보면 된다.”

─푸드테크가 발전하면서 조리 로봇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이런 제품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국수, 치킨, 피자 등을 만드는 조리 로봇은 ‘싱글 태스크(한 가지 일)’만 할 수 있거나, 한 가지 음식만 요리할 수 있다. 지금 개발하고 있는 요리 로봇은 ‘멀티 태스크(여러가지 일)’ 로봇이다. 우리 요리 로봇은 현존하는 모든 요리, 나아가 앞으로 개발될 요리들도 모두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뭐가 더 우월하다’ 이런 말은 아니다. 싱글 태스크 로봇과 멀티 태스크 로봇은 각기 다른 시장이며, 각기 다른 수요를 가진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데니스 홍 교수와 우아한형제들이 손잡고 개발하는 요리 로봇 '요리(YORI)' 공개 예정 설명./이민아 기자

─'요리’ 로봇으로 시연해본 음식이 있나.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만들어 보고 있다.”

─'요리’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

“우아한형제들 이야기라 제가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세 가지로 알고 있다. 첫번째가 지속 가능한 식재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직 농장(버티컬 팜), 두번째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요리 로봇, 마지막이 배달이다. 수직 농장에서 만든 식재료로 요리 로봇을 통해 요리한 후, 배달 로봇으로 사람들에게 가져다주는 시스템이 비전이라고 알고 있다.”

─'요리’ 로봇 가격이 무척 비싸겠다.

“요리 로봇은 사실 당장 상용화돼서 제품으로 보급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번에 공개되는 건 멀티 태스크 요리 로봇의 첫 풋프린트(발자국)라고 말할 수 있겠다.”

─'요리’ 프로젝트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음식을 준비하는 게 피곤하고 귀찮을 때, 대신해주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로봇의 본질은 인간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다. 사람이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해주는 게 로봇이다. 요리의 본질은 ‘먹을 수 있는 사랑, 나눌 수 있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요리 로봇의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인가.

“항상 현실을 기반으로 하면서 별을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 요리 로봇은 공상 과학이 아닌 현실 공학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장기적인 미래를 보고 개발하고 연구했던 다른 프로젝트들과는 성격이 달랐다. 이 프로젝트는 논문을 쓰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닌 일상 생활과 가까운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항상 생각했다.

‘공돌이’들은, 즉 연구자, 기술자, 공학자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흥분 때문에 프로젝트의 본질을 잊는 경우가 많다. 요리 로봇의 본질은 그 결과물로 나오는 음식이 맛있고 건강해야 한다는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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