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류승완 "여름 시장 총대 멨다고? 설마 2년 전만 할까 생각"[인터뷰]③
영화 ‘밀수’로 여름 극장가를 공략할 한국 영화 ‘빅4’의 첫 주자로 나선 류승완 감독이 밝힌 각오다. 류승완 감독이 수장으로 있는 제작사 외유내강은 유독 극장가의 작품 경쟁이 치열하다는 여름에 두각을 드러낸 제작사다. 류승완 감독을 천만 감독에 등극시킨 ‘베테랑’부터 재난 코미디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엑시트’, 영화관이 좌석 띄어앉기와 10시 이후 상영 금지를 시행했던 팬데믹 시기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전작 ‘모가디슈’ 모두 여름에 개봉해 뜻깊은 성과를 이뤘다. 특히 2년 전 영화계가 정말 어려웠던 시기, 류승완 감독이 총대를 메고 ‘모가디슈’의 여름 개봉을 택했던 당시의 뚝심은 수많은 영화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줬다.
2년이 흐른 지금 한국 영화의 상황도 그리 녹록지는 않다. 개봉작들의 연이은 부진에 ‘한국영화 위기론’이 대두되는 때 ‘밀수’는 여름 극장가 한국 영화 대작들 중 가장 먼저 첫 선을 보인다. 이후 개봉을 앞둔 여름 한국 영화들의 미래가 ‘밀수’의 성패에 달렸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다만 이같은 반응을 접한 류승완 감독의 반응은 오히려 덤덤했다. “바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니 관객들도 이 영화를 여름에 보시는 게 좋겠다 생각했을 뿐”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류승완 감독은 ‘밀수’의 개봉일인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밀수’는 바다에 건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밀수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베테랑’, ‘모가디슈’ 등으로 액션 장르의 정점을 찍은 류승완 감독이 이번엔 ‘바다’를 배경으로 수중 액션 활극을 시도했다.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처음으로 김혜수, 염정아 투톱 여성 주연을 내세운 상업영화로도 주목받았다. 김혜수와 염정아의 진한 워맨스는 물론, 남녀 불문 극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존재감을 뚜렷히 뽐내는 캐릭터 오락 액션으로 입소문을 타 시사회 이후 호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함께 한국 영화 ‘빅4’의 첫 타자로 관객들을 먼저 만난다. 개봉일인 이날 오전 43.2%의 압도적인 비율로 전체 예매율 1위, 예매 관객 수 25만 명 가까이 기록하며 흥행 신호탄을 순조롭게 쏴 올렸다.
류승완 감독은 예매율 1위 소감에 대해 “예매율이 좋게 나온 건 기쁘지만, 아직까진 긴장 상태”라며 “영화를 관람하신 관객분들이 우리 작품을 보고 기분 좋은 반응을 보내주시는 게 더 중요하다. 시사회 때 반응과 실제 관객들의 반응은 다를 수 있으니 그걸 지켜보느라 긴장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취재진을 향해 절박한 포즈로 “도와주세요!”라는 너스레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모가디슈’에 이어 이번에도 여름 시장을 택한 류승완 감독. 2년 전에 이어 또 첫 타자로 총대를 메신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류 감독은 “총대를 메려 한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인터뷰마저 당시엔 화상으로 진행했다.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상황에 극장에 영화를 개봉한다는 사실이 정말 우울했다”면서도, “다만 감사히도 많은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보고 호응해주셨다. 만약 ‘모가디슈’가 유머가 아주 풍부한 장르에 객석의 반응이 유독 중요한 영화였다면, 그 때 개봉을 못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떠올렸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 개봉이라는 게 감독의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저와 제작진이 총대를 멨다는 건 여러분들이 우릴 좋게 봐주셨기에 나온 표현이라 생각한다”며 “다만 적지 않은 시간을 영화계에서 보낸 사람으로서 우리라도 영화를 개봉하지 않는다면 극장이 정말 큰일나겠다고는 생각했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밀수’의 여름 개봉을 고집한 건 관객들 입장에서 영화의 색깔과 가장 맞아떨어질 개봉 시기가 ‘여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류승완 감독은 이를 어린 시절 기억에 얽힌 에피소드로 설명했다. 류 감독은 “어린 시절 고등학생 때 학교 땡땡이를 치고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을 보러 극장에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 때가 굉장히 더웠다. 그 더위의 열기가 스크린 속에 그대로 구현돼 펼쳐졌던 기억이다. 그 때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제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회고했다. 어린 시절 ‘아비정전’을 보고 실감한 계절감과 스크린 영화의 감동을 ‘밀수’에서 관객들에게 똑같이 돌려주고 싶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밀수’는 변수가 많다는 영화판에 올해 초부터 일찌감치 여름 개봉을 확정지어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모가디슈’로 2년 전 살이 닿게 체감했던 팬데믹의 위기와 쓸쓸함을 겪어보니 이보다 더 나빠질 일은 없을 것이란 묘한 자신감이 피어올랐다고 했다.
‘밀수’를 만들기로 결심하면서는, 대중 영화 감독으로서 관객들이 자신에게 갖는 익숙한 기대치와 흥미를 유발할 새로운 자극 사이 균형을 맞추는 게 숙제였다고 했다. 류승완 감독은 “일단 나처럼 이미 만들어놓은 영화들이 있는 감독은 늘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을 어떻게 추구할지에 대한 딜레마”라며 “관객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내 영화를 보고 쌓은 기대치의 데이터가 있는데 이를 충족시키면서도, 식상함을 주지 않아야 하는 게 나와 같은 장르 영화 감독들의 숙명인 듯하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익숙함을 잘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얼마나 멀리나갈 수 있을지 보여주는 건 쉽지 않다”며 “그 밸런스 조절에 실패하면 작품이 너무 낯설어 외면당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익숙해서 ‘재탕’이란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한마디로 살얼음판”이라고 이를 표현했다.
다만 ‘밀수’는 확실히 본인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고. 류승완 감독은 “물 속에서 펼쳐지는 본격적인 액션.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란 측면에서 내 스스로가 충분히 새로웠다. 또 장르 특성상 ‘밀수’란 제목에서부터 벌써 연상되는 지점들이 있지 않나”라며 “익숙함과 새로움의 밸런스를 잘 맞출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직접 내가 찍어보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밀수’는 오늘(26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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