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시달리던 동료 교사들 줄줄이 병가…“무차별적 비난 멈춰주세요” [긴급점검-교사들의 호소①]
아이의 시련 견디지 못하는 부모…성장 기회 박탈
학폭 처리 공정 지키다 양쪽서 ‘교사 책임’ 비난
관리자 대응 태도에 따라 교사 스트레스 편차 커
“문제학생 분리 시스템 갖춰 친구들 피해 막아야”
서울 2년차 초등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전국 교사들의 애도와 분노가 들불처럼 일고 있다. 그의 죽음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 교사들은 거리에 나와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우리 모두의 일이다. 현장에서는 더한 일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말 그렇게까지 많을까?’ 의구심이 들어 초등교사인 지인들에게 물었다. 하나같이 ‘정말 그렇다’고 했다. 그중 한 교사는 “동료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보내온 A4용지 20페이지 분량에는 상상 이상으로 암울한 현장이 담겼다. 이 교사들은 “이제는 제발 바꿔달라”며 절절하게 호소했다. 모든 문장에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교육당국과 정치권 등이 부랴부랴 내놓고 있는 개선안, 대책 등이 얼마나 현장과 동떨어진 공염불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상의 기사나 인터뷰로는 그들의 진정성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생각 끝에 교사 7인이 보내온 답변을 그대로 독자에게 전하기로 했다. 문답형식으로 각자 답변한 내용만 정리했다.
1.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교권 침해, 각종 과도한 학부모 민원 내용이 실제 일선 학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인지요?
“네. 학교 현장은 더 심각합니다. 근무하고 있는 학교 및 친한 지인 중 학생 지도와 민원으로 인한 어려움으로 병가를 내신 일이 근 1년간 4건이 있었습니다.”
2. 교사들이 1학년을 특히 어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학년에 따른 특징은 분명 있고, 1학년과 6학년처럼 극단에 치우친 학년은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특정한 어떤 학년을 맡아서 많은 민원에 시달렸다기 보다는 악성 민원을 과도하게 넣는 특정 학부모가 그 학년에 있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합니다.
실제로 악성 민원을 과도하게 넣는 학부모에 폭력적이거나 생활지도가 어려운 학생이 있는 학년은 매해 기피 학년이 됩니다. 경력 20년차 베테랑도, 운이 없으면 악성 민원을 만나고 무력감에 빠져 고통받습니다. 일선에서 교통사고라고 많이 비유 하는데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학생들끼리 갈등이 생기거나, 우리 아이가 불편해지는 상황 그 자체를 견디지 못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갈등이 생기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대화하고 설득하고 서로간에 한발 양보하며 갈등을 해결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인데 성장의 기회를 원천 차단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민원의 대부분은 ‘우리 아이가 친구와의 갈등 혹은 교육활동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데 담임은 왜 해결을 하지 않냐. 교육활동 하지 말아라’ 등의 내용입니다. 물론 정말 들었을 때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공동체 안에서 불편함을 느꼈을 때 타인(친구나 선생님)에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고, 어떤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어른들이 알려주어야 하는데, 충분히 스스로 해결하거나 고민해 볼 사소한 문제들도 바로 담임이나 학교에 전화를 해서 직접적으로 해결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또한 어려운 과제는 극복하거나 성취하기 보다는 없애버리라고 종용합니다.
교사에게 너무나 쉽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구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아예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반대로 아동학대 신고에 교사들은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4. 교사에 대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학교 관리자들은 어떤 도움을 주는지요?
“학급 안에서의 대부분의 민원은 관리자가 알지 못합니다. 관리자가 아무 도움을 주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관리자가 학교의 모든 민원을 알기에는, 민원이 정말, 너무, 심각하게 많기 때문입니다. 민원을 넣는 것은 너무나 쉽고, 각 학급의 담임이 대부분의 민원을 감당합니다. 그래도 해결이 어려운 심각한 경우에는 학년에서 함께 협의합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지속적이고 악질적인 민원이나 학교폭력 사안들만 관리자 선생님께 연락드립니다.
관리자가 민원을 알게 될 경우 혹은 직접적인 학부모 민원 전화를 받을 경우 어떤식으로 도움을 주시는지는 학교마다 모두 다를 것입니다. 학부모로부터 담임을 보호하고, 담임 선생님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주고 도움을 주시는 관리자도 있고,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오히려 교사에게 화를 내시며 학급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냐고 하시는 관리자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해당 민원에 대한 관리자의 태도에 따라 선생님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 정도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관리자가 학부모의 편에서 ‘교사의 무능’을 논하기 시작하는 순간, 담임 교사는 완전히 무력한 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는 학교 폭력 사안이 벌어지거나 갈등이 일어났을 때, 가·피해 측 학생에게 온전한 감정적인 공감(편들어주기)를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중립적인 태도를 지키지 않으면 사안을 처리하고 갈등을 해결하는데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온전한 감정적인 공감을 해주지 못하는 그 상황에 “교사가 우리아이를 싫어한다, 가해자(혹은 피해자) 편을 드는 것이다, 교사는 그때 무엇을 한것이냐, 너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 아니냐, (심할 경우에는) 아동학대로 신고 하겠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교사에게 잘못을 전가합니다.
갈등이나 폭력으로 인해 생기는 업무 과중 역시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밤낮으로 학생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부모나 관리자, 교육청 등 모든 교육의 주체들이 학생들의 갈등이나 학교폭력 사안을 교사 개인의 무능, 학생 관리 소홀 문제로 치부하는 것입니다. 한 개인을 보호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비난할 때의 정신적인 고통은 담임 교사나 학폭 담당 교사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6. 학부모와 교육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현 아동학대 법안은 오남용되고 있습니다. 교사에게 보복적인 성격을 띈 아동학대 신고를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주세요.
그리고 지도가 어려운 문제 학생을 교실에서 분리하거나 유급시키는 등의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해주세요. 이 제도로 가장 혜택을 받을 사람은 교사가 아닙니다. 양질의 교육 받을 권리가 있는 대다수의 선량한 학생입니다.”
정리=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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