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살리고 눈감은 51살 의인…“나누는 삶” 좌우명 끝까지

[덕분에 더 따뜻한 세상]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6일 경기 안산시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권은영(51)씨가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100여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26일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남과 나누는 삶’을 좌우명으로 삼을 정도로 주변을 살폈던 50대 여성이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으로 100명이 넘는 환자를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6일 경기 안산시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권은영(51)씨가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100여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26일 밝혔다. 권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고,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 환자에게 희망을 전했다.

인체조직기증은 사후에 피부, 뼈, 인대 및 건, 혈관, 연골, 심장판막, 근막, 신경, 심낭 등을 기증하는 것으로, 기증자 한명이 많게는 8명에게 기증할 수 있는 장기기증보다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권씨는 지난 1일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권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가족은 지난 2021년 7월 권씨가 장기기증희망등록을 신청하며 “죽으면 갖고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 모든 것을 다 베풀고 가고 싶다”고 했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기증에 동의했다고 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6일 경기 안산시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권은영(51)씨가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100여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은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권씨는 딸의 이름을 ‘베푸는 것이 아름답다’라는 뜻을 담아 ‘시아’로 지을 정도로 이웃에게 베푸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남과 나누는 삶’을 좌우명으로, 이웃들에게 먼저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아프리카 후원, 연탄 나르기 등 가족과 함께 여러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전북 전주시에서 2남2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권씨는 밝고 성실한 성격으로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대학에서 학생 기자를 하고 총학생회장도 맡아 다양한 활동을 했다. 졸업 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일본 연수 중 남편을 만나 1남1녀를 뒀다.

권씨의 딸은 어머니에게 “남들에게 베풀고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엄마의) 말을 잘 간직할게”라며 “우리 걱정 너무 하지 말고 하늘나라에서도 멋진 삶을 잘 살았으면 좋겠어. 사랑해. 그리고 보고 싶어”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