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협박에도 학생 선도 독일 교사들…“학교 떠나지만 패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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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극우 활동을 막아보려고 온갖 애를 썼지만, 이제 떠나기로 했다."
극우 정당 지지세가 강한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작은 마을 부르크의 한 고등학교 교사 라우라 니켈(34)과 막스 테스케(31)의 말이다.
수도 베를린을 둘러싸고 있는 브란덴브루크주 등 동부 독일은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정치적 근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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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극우 활동을 막아보려고 온갖 애를 썼지만, 이제 떠나기로 했다.“
극우 정당 지지세가 강한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작은 마을 부르크의 한 고등학교 교사 라우라 니켈(34)과 막스 테스케(31)의 말이다.
에이피 통신은 25일(현지시각) 교육 당국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극우 활동에 동조하는 학생들 선도를 위해 애써온 두 교사가 최근 부르크의 미나 비트코이츠 학교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니켈은 이 학교에서 4년 동안 영어와 역사를 가르쳤고, 테스케는 3년 동안 수학과 지리를 담당했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이주민 출신 학생을 폭행하려고 한 학생들 상담을 진행하고, 독일의 과거 나치 역사에 대한 수업도 진행했다. 흑인 랩 가수를 학교에 초청해 상호 존중에 대한 토론도 벌였다.
하지만, 두 교사의 이런 활동은 학생들 사이에 극우 성향이 확산되는 걸 막는 데 소용이 없었다. 절망감에 빠진 두 교사는 이런 현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역 신문에 공개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서 두 사람은 “극우 학생과 교사들에 맞서 싸우는 교사와 학생들은 안전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이어 “이 문제를 인식하고 공개적인 싸움을 해야 한다. 학교는 모두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곳이자 열린 마음이 가득한 곳이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적들에게 근거지를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공개 편지를 쓴 이후 두 사람은 역풍을 맞았다. 익명의 학부모들이 이들을 해고해야 한다는 편지를 보내왔고, 학교 근처 가로등 기둥에는 이들의 사진과 함께 “베를린으로 꺼져라”라고 쓴 포스터가 붙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두 교사를 추적하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니켈은 에이피 인터뷰에서 “이 학교에는 극우 극단주의 글과 행동, 동성애 혐오, 성차별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수도 베를린을 둘러싸고 있는 브란덴브루크주 등 동부 독일은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정치적 근거지다. 전문가들은 특히 브란데부르크 남부 지역에서는 문신 시술소, 나이트클럽, 젊은이 단체, 심지어 이 지역 연고의 프로 축구팀 팬클럽까지 ‘독일을 위한 대안’의 정치적 메시지를 퍼뜨리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종 차별 반대 운동 단체 ‘아마데우 안토니오 재단’의 티모 라인프랑크 상임 이사는 브란덴부르크주 남부 지역이 “과거 나치가 본거지로 선언한 ‘공포의 지역’이 됐다”고까지 말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의 지지율은 최근 20%까지 치솟으면서, 집권 여당인 사민당(지지율 18% 수준)을 제치고 지지율 2위에 올랐다. 정치권 등에서는 내년 선거에서 이 당이 브란덴부르크와 인근의 작센주, 튀링겐주에서 1위 정당으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테스케는 자신들이 이 지역의 현실을 폭로하면서 극우 부상에 대한 전국적인 논의를 촉발했다며 학교를 떠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 목소리를 높일 것이고, 정치적 반향을 일으킬 것이며, 극우가 승리하도록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니켈은 “역사는 반복된다. 독일에서 반민주 정당을 멈추기 위해 뭔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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