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올라오자 13점 뽑았다, 드라마 같은 한화 장시환 19연패 탈출기
한화 장시환(36)이 19연패 끝에 1승을 거둔 과정은 극적이었다. 그는 25일 고척돔에서 홈팀 키움과 벌인 프로야구 원정 경기에 3-6으로 뒤지던 7회말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공 7개로 이닝을 끝냈을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한화의 8회초 공격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5번 타자 문현빈의 안타를 시작으로, 18명이 나와 13점(10안타 5볼넷)을 뽑은 것이다. 68분 동안 타순이 두 바퀴를 돌고 난 뒤 점수는 16-6이 되어 있었다.
장시환에겐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이었다. 팀이 대역전극을 펼친 덕분에 자신에게 승리 투수 자격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화는 결국 16대6으로 이겼고, 장시환은 2020년 9월 22일 두산전 승리 후 2년 10개월여 만에 1승을 따냈다. 앞선 92경기 무승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장시환은 2020시즌 막판 2패를 시작으로, 2021년 11패(1홀드), 2022년 5패(14세이브 9홀드) 등 승리 없이 18패를 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3년 총액 9억3000만원짜리 계약을 맺었지만 불운은 끝나지 않았다. 개막일이었던 4월 1일 고척 키움전에 연장 10회말 구원 등판했다가 끝내기 안타를 맞고 19연패를 당해 심수창(은퇴·방송해설위원)이 갖고 있던 역대 최다 연패 기록(18연패)을 경신했다.
장시환은 4월 9일부터 2군에 내려갔다가 3개월 만인 이달 초 1군에 복귀했고, 25일 팀 타선이 폭발하면서 지긋지긋했던 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2007년 현대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한 장시환은 2008년 초 현대 해체 이후 재창단 형식으로 리그에 참여한 히어로즈(우리·서울·넥센)에서 뛰었다. 2013년엔 장효훈이었던 이름을 장시환으로 바꿨으나 시즌을 마치고 갑상선암 수술을 받는 등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2014년까지는 승리가 없었다. 2015년 신생팀이었던 KT로 이적한 뒤 7승(5패12세이브)을 거두며 비로소 1군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장시환은 롯데 시절이었던 2019년 4월 7일 사직 한화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3회에 6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당시 한화가 3회에 올렸던 16점은 KBO(한국야구위원회) 한 이닝 최다 득점 기록이다. 그는 이런 ‘악연’을 뒤로하고 2020년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장시환은 25일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하며 감정에 북받친 모습을 보였다. 그는 “3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연패 기간엔 불안감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다. 겁이 나는 날도 있었다. 은퇴도 생각했다”면서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와이프가 같이 버텨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리그 꼴찌였던 한화는 올해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25일 현재 공동 8위인데, 5위에 2.5경기가 뒤질 뿐이어서 ‘가을 야구’에 대한 희망에 차 있다. 장시환은 “안 좋은 것은 내가 다 가져갔으니 후배들은 좋은 길만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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