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부활? 개판 교실 유지하려는 가짜뉴스" 당정 학생인권조례·법개정 박차
8월중 교육부 생활지도고시…학생인권조례 내 교권침해 악용조항 개정협의
28일 교육위 조희연 교육감-서이초 교장 출석에 여야 이견…체벌부활설엔 "가짜뉴스"
국민의힘과 정부는 서울 서초구 서이초 새내기 담임교사 극단선택과 양천구 모 초교 6학년생의 교사 폭행 사건을 계기로 '교권 회복' 입법을 중점과제로 삼았다. 학생 생활기록부에 극단적 교권침해 사례를 기재할 수 있게 하는 교원지위법 개정 등에 대해 야당에 설득하기로 했다. 학생인권조례 내 악용소지가 있는 조항 개정을 위한 생활지도고시를 교육부가 8월내 마련하며, 교내 업무분장 부조리와 교원-학부모 소통 불합리 개선도 추진한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권보호 및 회복과 관련된 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일련의 교권 침해 사례를 언급한 뒤 "무너진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과 정부는 교권회복을 바라는 교원의 기대에 부응 공교육 활성화 기반 다지기 위해 교육활동 보호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협의회엔 여당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박대출 정책위의장·이태규 교육위 간사, 정부 측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공개 협의회서 이주호 부총리는 "지난해 학교에서 심의·처리된 '교육활동 침해' 건수가 처음 3000건을 넘었다"고 우려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권리만 규정되고 책임·의무는 빠져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선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브리핑에서 이 의원은 "첫째로 교원지위법 및 초중등교육법 등 교권보호 법률개정을 중점과제로 선정해 조속히 추진하며, 새로운 입법과제를 지속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둘째로 일선학교 현장 교원에 생활지도 범위와 방식 등 기준을 담은 학생 생활지도고시안을 8월내 마련하고, 고시 취지를 반영해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인권조례(조항)를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정비해나가겠다"고 했다.
셋째론 "학부모 등이 교육활동 방해하는 경우의 '침해 유형'을 신설하고, 전화 문자 SNS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및 민원응대 매뉴얼을 마련해 학부모 교원 간에 소통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며 "교육의 3주체인 학생·학부모·교원과 지역사회 다함께 참여하는 교권존중문화를 조성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 교권확립에 필요한 추진과제를 지속 발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교권침해 사례 생기부 기재에 관해선 "야당과 협조 사항"이라며 "당정은 정말 과도한, 사회통념상, 교육적으로 도를 넘는 폭력행위라든지 교권침해에 대해 생기부에 기재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봤을 때 너무 심하다거나, 선생님을 폭행해 중상을 입을 정도의 교권침해 행위가 있었음에도 기재를 안 하는 건 오히려 다수학생에 (역차별)"이라고 형평성 문제를 들었다.
그는 "생기부에 기록하는 건 민주당이 동의해주면 바로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며 "지난번에 저희가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이야기할 때도 모든 행위가 아니라 도를 넘는 행위에 대해 기재하자고 저희가 절충안을 민주당에 제시한 바 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교권보호 방안 적극적 나서겠다고 스스로 밝힌 만큼 민주당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이 자리에서 좀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여야가 오는 28일 교육위 전체회의 현안질의를 확정하지 못한 데 대해선 간사 협의중이라며 "사건이 크게 일어난 게 서울지역이기 때문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해당 학교(서이초) 교장선생님이 나와 원인을 정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부 장관 외에 서울시교육감과 교장선생님 두분 출석을 요구했는데, 민주당이 소극적 입장을 갖고 있다. 뚜렷하게 '못 나온다'도 아니고 순수하게 '동의한다'도 아닌 상태"라고 전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이래 진보·친(親)전교조 진영 교육감들 중심으로 도입돼왔는데,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최근 전교조 서울지부 등과의 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론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혀 여권과 각을 세웠다. 서이초 교장의 경우 숨진 교사가 불과 2년에 기피대상인 저학년 담임과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관리 업무를 맡아 부담을 호소했던 정황, 업무 배분 방식에 관한 질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부총리는 새내기 교사 업무 전가에 관해 "전체적으로 학교 업무를 구성원간 어떻게 배분하는가 전반적 검토가 있어야 한다"며 교육부가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1학년 담임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가장 오랜 경륜있는 선생님이 맡아야 하는데 초임선생님에게 계속 맡긴 점에 대해선 다소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며 "28일 교육위가 열리면 이 초임교사한테 이런 부분이 배당된 게 자의(自意)에 의한 건지 (묻겠다)"고 했다.
그는 "(고인이) 나이스라든지 여러가지 본인의 수업 업무도 과중하지만, 담임을 맡게 되면 너무나 많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기 때문에 담임 기피현상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초임 선생님이 업무에 상당히 부담 느낀 것을 북(일기)에다 남긴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교육계 진보나 정치권 일각에서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침해 간 연관이 없다거나, 손질을 '체벌 부활 목적'이라고 규정하는 목소리가 나온 데 대해선 적극 반박했다.
이 의원은 "학생인권조례에 '학생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명시돼 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휴식권'도 보장이 당연히 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사생활 보호 권리때문에 학생 휴대폰 검사를 못하지 않나. (이 때문에 수업 중) 휴대폰 갖고 도박을 한다거나 그 이상 뭘 본다고 해도 제지할 수 없는 게 현실이고 그래서 작년에 대표적으로 나온 게 중학교 학생이 수업하는 선생님 바로 옆에 밑에 드러누워 휴대폰을 봤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도 제지하지 못하는 게 학생인권조례가 대표적 악용된 사례고. 휴식권이라며 드러누워 자는 학생도 있다. 더 쉬겠다고 해서, 여름에 여선생님이 수업하는데 상의 다 벗고 앉아있는 남학생이 있다. 그걸 고치라고 이야기하면 '휴식권 침해'가 된다. 이게 교육적으로 용납돼야 하는가"라며 "(성실한 학생에게) 칭찬스티커나 도장 찍어주면 그렇게 해오지 않은 학생으로부터 '차별당했다'고 아동학대처럼 고소고발하는 교육현실을 그대로 둘 거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그 기반이 학생인권조례라면 그런 불합리한 부분들은 고쳐줘야하는 것"이라며 "학생인권 부분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거기에 따른 책임성을 부여해 균형을 맞춰줘야된다는 게 모든 선생님께서 다 동의하시는 요청하시는 사항"이라고 했다. 한 기자가 '선생님이 휴대폰 검사를 하는 게 맞느냐'고 따져 묻자 "그게(휴대폰 사용이) 수업을 방해했을 경우 그 부분에 '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것도 못하는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박대출 의장도 "학교 현장이 이렇게 된데 대한 원인이 뭐냐고 선생님들이나 교장선생님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말하는 경우 많다고 교육당국이 설명했다"고 거들었다. 이 의원은 교권 회복, 조례 개정 등을 체벌 부활로 규정하는 주장엔 "이미 체벌이란 건 체벌을 할 수 없다는 건 우리사회에 오래전 합의된 사항 아닌가"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정말 심각한 교권침해 부분을 어떻게 제지할 건가, 교육적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이라며 "바로 체벌 부활이라는 식으로 확대해석하고, 있지도 않은 가짜뉴스 퍼뜨리고 교권보호 확립을 방해하려고 하는 분들이 계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나아가 "결국은 이걸(교권 보호를) 다 무력화시켜서 '개판 교실'의 헤게모니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분들이 분명히 있다"며 "누가 체벌(부활)을 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의원은 국민의힘 서울시당이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시한 교권보호 조례안을 거부했었다는 지적엔 "교권보호 조례안을 교육청이 시의회에 제출했다는 보도는 최근에 상황 파악해서 알았는데, 지금 (여당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올라간 걸로 안다"고 에둘러 반박했다. 이어 "학생인권과 교권보호란 부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단 아마 보류한 것으로 아는데 시의회에 제가 좀더 확인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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