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환 배트 닦아주고, 19연패 탈출 그리고 물세례…장시환 “나쁜건 내가 다, 이제 후배들이 좋은 것만”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한화의 경기가 끝난 뒤 한화 선수들은 더그아웃을 떠나지 못하고 옹기종기 모였다.
이들이 바라본 건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장시환(36·한화)이었다.
장시환은 이날 3-6으로 쫓아가는 7회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8회초 팀이 13득점을 올린 덕분에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 2020년 9월27일 NC전부터 이어진 기나긴 19연패에서 탈출했다. 무려 1036일동안 자신을 괴롭힌 KBO리그 개인 최다 연패 기록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다.
선배의 연패 탈출을 후배들이 제 일처럼 기뻐했다. “운다, 운다”라고 말하며 장시환의 표정을 살피기도 했고 방송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아낌없이 물 세례를 쏟아부었다.
온 몸이 흠뻑 젖은 장시환의 눈시울은 붉어져있었다. 그는 “한 3년 동안 19연패 했던 게 필름처럼 지나가더라. 승리하는게 이렇게 좋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승리를 따낸 곳이 고척돔이라는 것도 의미가 깊었다. 장시환은 올 시즌 개막 경기인 고척 키움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적시타를 맞고 19연패째를 당해 심수창(은퇴·18연패)의 역대 최다 연패 기록을 갈아치웠다.
“운명의 장난”이라고 표현한 장시환은 “2021년 선발로 던질 때에도 기회가 있었다가 날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고척이었다. 그런데 운명처럼 여기서 끊게 되어서 무언가 기분도 이상하다”라고 돌이켜봤다.
긴 연패를 품고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는 건 적지 않게 힘든 일이었다. 장시환은 “항상 불안했다. 좋은 기록도 아니고 솔직히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도 겁이 날 때도 있었다. 은퇴도 생각했었다”라고 털어놨다.
심수창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장시환은 “내가 연패 기록을 가지고 있을 때 그 마음을 잘 아는 건 수창이 형 밖에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 버틸 수가 없을 것 같다면서 울기도 했다. 그 때 수창 선배가 ‘그만큼 주변에서 너를 믿어서 쓴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이 때의 기억을 떠올린 장시환은 떨리는 목소리로 울음을 삼키기도 했다.
힘든 시간을 지탱하게 해 준 건 가족의 힘이었다. 그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버텨야된다고 생각했고 가족도 다 같이 버티려고 했다.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다. 나와 결혼해서 힘든 걸 같이 겪고 곁에서 보는 입장으로서 얼마나 힘들었겠나”라고 말했다. 연패 탈출이 확정됐을 때에도 가장 먼저 집에 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싶을 정도였다.
이날 장시환이 잘 던진 것도 있지만 후배들이 화끈하게 타선 지원을 한 덕도 컸다. 경기 전부터 느낌이 온 것일까. 장시환은 이날 노시환의 배트를 닦아줬다. 노시환은 4회 추격의 솔로 홈런을 쏘아올리며 시즌 20홈런을 마크했다. 8회 빅이닝 때에는 밀어내기 볼넷도 얻어내며 승리에 기여했다.
“너무 더러워서 닦아줬다”며 농담을 한 장시환은 “나는 운이라는 걸 믿는다. 노시환이 후반기에 들어와서 안 좋아서 닥아줬다. 그래서 운이 다시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장시환이 후배들의 아낌없는 물 세례에 흠뻑 젖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장시환은 “안 좋은 것은 내가 다 가져갔다. 나는 익숙해졌다”라며 “후배들은 이제 좋은 것만 하고, 좋은 성적만 거둬서 팀에 더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팀은 더 좋아질 것이고 강해질 것이다. 후배들은 좋은 길만 걸었으면 좋겠다”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후배들과 함께 가을야구를 해 보는 꿈을 키워본다. 이날 승리로 키움과 공동 8위를 기록 중인 한화는 5위 KT와 경기 차이는 불과 2.5경기에 불과하다. 장시환은 “이제 연승을 한번 해볼까하는 바람도 있는데 그건 쉬운게 아닌 것 같다”며 “팀이 5강에 가는게 중요하다. 지금 5위와 크게 차이 나지 않다. 팀이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게 노력하고 싶다”라고 미소지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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