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고립’ 니카라과, 북한 대사관 개설 합의…권위주의 정부와 밀착 강화
장기 독재와 인권 탄압으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어온 니카라과가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콘피덴시알 등에 따르면 니카라과 정부는 평양에 북한 대사관을 개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북한도 니카라과에 외교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니카라과 부통령 겸 대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는 “우리는 우리 형제 김정은이 보낸 대표단과 만나 대사관 운영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며 “이미 평양에서 외교 업무를 수행할 사람에 대한 문서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무리요 대변인은 장기집권한 독재자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의 부인이다.
니카라과가 북한에 대사관을 열면 브라질, 쿠바, 멕시코, 베네수엘라에 이어 북한에 대사관을 둔 5번째 중남미 국가가 된다.
니카라과와 북한은 1978년 수교했다. 산디니스타 혁명 당시 북한은 니카라과에 여러 지원을 했다. 산디니스타 반군은 1979년 친미 소모사 독재 정권을 몰아내고 정권을 수립했다. 오르테가는 당시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을 이끌었다.
북한과 니카라과는 1980년대에는 교류가 활발한 편이었다. 1979년 수도 마나과에 북한 대사관도 설치됐다. 그러나 이후 니카라과 정권이 교체되면서 양국 관계가 소원해지고 북한에 경제난도 겹치면서 1995년 북한 대사관이 폐쇄됐다.
양국 관계는 2007년 오르테가 정부가 다시 들어선 후 복원돼 원만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산디니스타 혁명기념일 44주년을 맞아 오르테가 정부에 축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서한에서 “당신과 정부, 니카라과 국민에게 축하를 전한다”며 “나라의 주권을 수호하고 번영을 이루는 일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니카라과의 야당 대표 펠릭스 마라디아가는 북한 대사관 개설에 대해 “이는 니카라과를 더욱 고립시킬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면서 “외국의 지정학적 갈등에 국가를 연루시키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르테가 정권은 ‘적의 적은 친구’라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한다”며 “이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깊은 반미주의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니카라과는 쿠바, 베네수엘라와 함께 중남미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르면 내년 양국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오르테가 대통령의 아들인 라우레아노 오르테가 무리요 대통령 경제고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양국 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됐다”는 글과 함께 관영 매체 ‘엘19디지털’의 기사를 게시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1979년 독재자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정권의 붕괴를 주도한 혁명가였지만, 대통령 자리에 오른 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종신 집권을 노리고 있다. 1985년 처음 대통령에 취임하며 5년간 한 차례 정권을 잡았던 오르테가 대통령은 2007년 재선 뒤 개헌을 통해 연임 제한을 없애고 현재까지 5선 대통령으로 장기집권하고 있다. 오르테가 정부는 2018년 니카라과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 이후 반대파를 강력하게 탄압하기 시작한 이후 국제적으로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오르테가 정권은 북한, 이란, 시리아, 러시아 등 권위주의 정부와의 외교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 2021년에는 대만과 단교한 이후 중국과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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