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물에 잠기는 베네치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23. 7. 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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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한때 유럽의 최강자였다.

자동차 없이 물류를 해결하는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잦은 침수로 고생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올여름 전 세계적인 홍수와 침수는 갑자기 늘어난 강우량 때문이지만 전문가들이 말하듯이 향후 50년 내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2.5m까지 높아진다면 베네치아는 물론이고 산업과 교역의 중심인 해안도시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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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사진=김화진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한때 유럽의 최강자였다. 우선은 그 지리적, 지형적 강점 덕분에 번성했다. 아드리아해 가장 깊은 곳에서 보호받는 베네치아는 지중해 지역 최대 규모의 석호 한가운데 위치해 폭풍과 해일의 위협이 없다. 항만이 들어서는 데 완벽한 조건이다. 섬 지형이어서 육지 쪽으로부터의 안보 위험도 낮다. 그 지점을 시작으로 베네치아는 전 유럽과 지중해의 상권을 장악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도 탄생했다.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공화국 국력의 상징은 14세기에 건설된 베네치아 무기창이다. 도시 전체 면적의 15%를 차지해 선박을 건조하고 기타 해양 장구를 제작하는 곳으로 사용되었다. 산업혁명 이전 유럽에서 가장 큰 산업시설이었는데 해양 강자 베네치아의 파워가 여기에서 나왔다. 하루에 선박 한 척을 건조했다. 베네치아공화국의 선단은 3000척 규모였다. 그리스와 사이프러스도 사실상 지배했다. 지금은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베네치아 무기창에서 열린다. 베네치아와 베네치아 무기창은 조니 뎁과 앤젤리나 졸리의 '투어리스트'(2010)에서 잘 볼 수 있다.

베네치아의 전성시대는 16세기에 포르투갈이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으로 나아가도 안전하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끝난다. 포르투갈은 아드리아해나 지중해의 상대가 안 되는 대서양과 인도양을 무대로 무역을 시작했고 동방의 교역 파트너들은 굳이 육로를 통과해야 하는 베네치아 루트보다 해로로 깔끔하게 가는 유럽행을 선호하게 되었다. 흔히 바다를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바다에는 도적이 적고 산도 없고 야간에도 자면서 이동할 수 있다.

베네치아는 조금씩 쇠퇴했다. 오토만제국과의 잦은 마찰도 베네치아의 국력을 소진시켰다. 베네치아도 지중해를 벗어날 생각을 했겠지만 대양 항해에 필요한 대형 범선 제작 기술이 모자랐다. 결국 힘이 빠진 베네치아는 프랑스에 정복당했고 오스트리아에 복속되었다가 이탈리아의 일부가 되었다.

자동차 없이 물류를 해결하는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잦은 침수로 고생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1년에 60회 정도 침수되는데 심한 경우 도시 전체가 물바다가 된다. 이탈리아는 베네치아를 육지와 다리로 연결하고 인근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 생태계를 교란하는 우를 범했다. 매년 베네치아 인구의 20배인 500만명이 넘는 관광객 때문에 주민들이 살기 힘들어 한다는 얘기도 있다. 500만은 거대한 브라질이 한 해에 맞이하는 전체 관광객 수인데 최소한 1박을 한 사람들의 숫자다. 당일치기 방문객은 연 1500만명이 넘는다. 이탈리아 정부는 급기야 대형 크루즈선의 입항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베네치아가 애를 써도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은 막을 수가 없다. 유네스코는 허물어진 유적에 주로 적용하는 보호 대상에 베네치아 전체를 포함할 생각을 하고 있다. 올여름 전 세계적인 홍수와 침수는 갑자기 늘어난 강우량 때문이지만 전문가들이 말하듯이 향후 50년 내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2.5m까지 높아진다면 베네치아는 물론이고 산업과 교역의 중심인 해안도시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세계 인구의 약 40%가 해안도시에 산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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