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가’ 무대 김해 구지봉에서 수로왕 흔적 찾을 수 있을까

최상원 2023. 7. 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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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구지봉 문화재보호구역 첫 정밀발굴조사 추진
수로왕 탄생과 가야 건국 신화를 가진 경남 김해시 구지봉 전경. 문화재청 제공

후한의 세조 광무제 건무 18년 임인 3월 계욕일(서기 42년 음력 3월3일)에 북쪽 구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백성 200~300명이 여기에 모였는데, 사람의 소리 같지만 그 모습을 숨기고 소리만 내서 말하였다. “여기에 사람이 있느냐.” 아홉명의 족장이 “우리들이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말하였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구지입니다.”

또 말하였다. “황천이 나에게 명하기를 이곳에 가서 나라를 새로 세우고 임금이 되라고 하여 여기에 내려왔으니, 너희들은 모름지기 산봉우리 꼭대기의 흙을 파면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만일 내밀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고 노래를 부르며 뛰면서 춤을 추어라. 그러면 곧 대왕을 맞이하여 기뻐 뛰게 될 것이다.”

족장들은 이 말을 따라 모두 기뻐하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러러 쳐다보니 자줏빛 줄이 하늘에 드리워져서 땅에 닿았다. 그 줄을 따라서 내려온 붉은 보자기에 싸인 금합을 발견하고 열어보니 해처럼 둥근 황금알 여섯 개가 있었다. 여러 사람은 모두 놀라고 기뻐하여 함께 백번 절했다. 얼마 있다가 다시 싸서 안고 아도족장의 집으로 돌아와 책상 위에 놓아두고 흩어졌다.

이튿날 아침에 무리가 다시 모여서 금합을 열어보니 여섯 알은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는데 용모가 매우 훤칠하였다. 10여일이 지나자 키는 아홉자나 되었으니 은의 천을과 같고, 얼굴은 용처럼 생겼으니 한의 고조와 같고, 눈썹에는 팔채가 있으니 당의 요와 같고, 눈동자가 겹으로 되어 있으니 우의 순과 같았다.

그달 보름에 왕위에 올랐다. 세상에 처음 나타났다고 해서 이름을 수로라고 하였다. 나라 이름을 대가락이라 하고 또한 가야국이라고도 하니 곧 여섯 가야 중 하나이다. 나머지 다섯 사람도 각각 가서 다섯 가야의 임금이 되니 동쪽은 황산강, 서남쪽은 창해, 서북쪽은 지리산, 동북쪽은 가야산이며, 남쪽은 나라의 끝이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실린 수로왕 탄생과 가야 건국 신화이다.

구지봉 문화재보호구역에 있는 경남 김해시 구산동 옛 김해서중학교 운동장에서 청동기시대 생활유적이 발견됨에 따라 다음달부터 운동장 일부분인 1650㎡(붉은 선 표시 구역)에서 학술 정밀발굴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해시 제공

‘구지봉 문화재보호구역’에 있는 경남 김해시 구산동 옛 김해서중학교 운동장에서 다음달부터 학술 정밀발굴조사가 진행된다. 2018년 9월 구지봉 문화재보호구역 지정 이후 문화재보호구역에 대한 정밀발굴조사는 처음이다.

경남 김해시는 26일 “구지봉 서남쪽 구릉과 옛 김해서중학교 운동장에서 시굴조사 도중 지난달 운동장에서 청동기시대 생활유적이 발견됨에 따라 시굴조사를 학술 정밀발굴조사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밀발굴조사는 운동장의 일부분인 1650㎡에서 진행된다. 두류문화연구원이 오는 11월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시굴조사에서 발견된 유적의 성격과 시기를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앞서 2018년 9월 문화재청은 사적 제429호인 구지봉과 사적 제341호인 김해 대성동고분군 사이 9만3485㎡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김해시는 이 일대에서 가야역사문화 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김해교육지원청·김해건설공고·김해서중·구봉초등학교 등 교육시설이 있어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김해서중이 지난해 이전함에 따라 올해 초부터 구지봉 서남쪽 구릉 8761㎡와 옛 김해서중 운동장 6339㎡ 등 1만5100㎡에 대한 시굴조사를 진행했다. 구지봉 서남쪽 구릉은 일제강점기 이후 건물이 들어서며 심하게 훼손됐으나, 옛 김해서중 운동장에선 청동기 생활유적과 민무늬토기 등 유물이 발견됐다.

이미 이전한 김해서중 외에 3개 교육시설도 오는 2028년까지 모두 이전할 예정이다. 심재용 김해시 문화유산과 담당자는 “발굴조사들이 완료되면 국가사적인 구지봉과 대성동고분군을 아우르는 구지봉 종합정비계획을 세워 금관가야의 시작과 번영을 담은 상징적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야는 비록 단일국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기원전 1세기 한반도 남부지방에서 태동해서 562년 대가야 멸망 때까지 고구려·백제·신라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작은 나라들로 이뤄져 있었다. 현재 780여곳의 고분군에 수십만기의 고분이 남아 있다. 이 가운데 김해 대성동고분군 등 가야 문명을 대표적으로 증명하는 7개 가야고분군으로 구성된 연속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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