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때와 다르다? ‘이상민 탄핵 기각’ 후폭풍은 어디로 향할까
野 “정치-참사 탄핵은 비교불가…아무도 참사책임 안지는 게 나라냐”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기각으로 167일 만에 직무 복귀했다. 이를 두고 여야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권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데자뷔라며, 후폭풍이 야권에 몰아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야권에선 '참사 탄핵'과 노 전 대통령 사례는 결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묻지마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야말로 탄핵 대상이라고 공세를 집중시켰다. 김기현 대표는 "탄핵이 시작부터 무리였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억지로 강행한 것은 자당에 쏠린 사법 리스크 비판을 모면하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민주당의 '탄핵중독증'이 결국 탈이 났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용 탄핵'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책임은 고스란히 이 대표의 몫"이라고 직격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번 탄핵 사태가 노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재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2004년 국회에선 노 전 대통령이 총선 직전 공개적으로 집권여당 지지를 촉구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다만 당시 헌재는 중대 위법까진 아니라며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노 전 대통령은 탄핵 위기 직후 '동정표' 확산을 통해, 17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당내에선 이번 탄핵 기각이 노 전 대통령 사례처럼 차기 총선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도 탄핵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신집중》에 출연해 "재난의 핵심 부처를 지금 공백 상태로 빠뜨린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이 당연히 있다"며 민주당내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야권에선 이 장관의 탄핵 사안이 참사와 관련된 만큼, 노 전 대통령 탄핵과는 당초 결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두 사안이 닮았다는 것은 궤변이다. 노 전 대통령의 사례는 당시 집권당이 쪼개진 상황에서 정치적 성격으로 탄핵이 추진됐던 것"이라며 "이번처럼 사회적 재난을 컨트롤하지 못한 책임으로 초래된 탄핵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장관을 비롯한 참사 책임자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은 현실이 비상식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159명이 나라의 잘못으로 생명을 잃어도 책임지는 정부도 사람도 없다면 이게 나라냐"고 한탄했다.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도 시사저널에 "이번 탄핵 기각은 대한민국 사회에 안 좋은 시그널이 될 것"이라며 "정무·도의적 책임이 없고 법적 책임만 있는 곳은 '국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탄핵 기각의 후폭풍이 민주당을 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에선 이번 탄핵의 후폭풍이 그렇게 크진 않을 것 같다. 이 장관의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은 당초부터 높게 나왔었고, 이번 헌재의 판결도 정치적이 아닌 법률적 탄핵이었다"라며 "반면 민주당에선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높을 것이다. (여권에) 밀리지 않기 위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와 관련해 원희룡 장관에게 공세를 집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상민 장관이 '탄핵 리스크'를 벗었음에도 정치적으로 재기하는 것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인으로서 성격이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못 박았다. 박상병 평론가도 "이 장관이 공직자로서 한계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며 "총선에 나오려 하겠지만 이번 탄핵기각이 재기의 발판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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