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발효일에 춤연습하는 소녀들? 50·60년대 미군이 찍은 韓 어땠나(종합)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때 묻은 얼굴, 더벅머리에 앞니 빠진 소녀가 수줍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하느님의 젖먹이'라고 불렸던 우유죽을 떠먹는 소년의 얼굴은 천연덕스러워 영 비참하지만은 않다. 고사리 손으로 씩씩하게 벽돌 더미들을 옮기던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힘을 보태 지은 건물에서 어떤 꿈을 키웠을까.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이 공개한 한미동맹 70주년 기록영상에는 50년대 초부터 60년대 찍은 서울 및 지방 재건사업에 참여한 군민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담겼다.
영상의 대부분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발굴한 것으로 미군과 UN이 한국 국민들과 함께 전쟁의 상흔을 딛고 활발히 진행한 재건 사업의 모습을 담고 있다. 미국의 인도주의적 모습 등을 홍보할 목적으로 만들어져 '지원하고 지도하는 미군과 그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한국인'이라는 구도를 의도적으로 강조한 연출이 조금 불편할 수 있다. 다만 의도와 다르게 미군과 함께 땅을 파고 건물을 세우는 우리 국민, 남녀노소의 적극적인 모습도 담겨있는 점에 의미가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해부터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와 함께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영상을 중심으로 '해외 소재 한국 근현대 기록영상 컬렉션 구축사업'을 추진 해왔다. 그러던 중에 NARA 및 남캐롤라이나 대학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들을 발굴, 원본을 디지털 시네마 파일 형태로 복제했다. 발굴된 영상은 필름 24릴 정도로 약 190여분 분량인데 그 중 16개 릴은 최로로 공개되는 자료들이다. 영상자료원 측은 24릴 중 핵심적인 6릴을 선정해 오는 27일부터 한달간 영상자료원 KMDb VOD 기획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한다.
이날 시사회에서 공개된 11개 영상들은 극히 일부다. 가장 오래된 영상은 1952년 4월14일 서울 영등포에서 미 극동상령부 영상팀이 유엔민간원조사령부(UNCACK)의 교육 및 산업 재건 활동을 찍은 영상이다. 동시녹음으로 진행된 이 영상에서는 전시 교육 시설의 피해 실태와 부족한 교사 수와 종이, UNCACK의 재건 계획과 활동 방향, 교실이 없어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700명의 학생들, 한국인 교장의 인터뷰 등이 담겨 있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발효일에 찍힌 무성영상은 특별하다. 정전협정 관련 영상은 협정에 사인하는 날 정치인들이나 군인을 촬영한 내용이 대부분인데 이 영상에서는 미군이 배달한 교과서를 받아든 교사와 어린이들의 모습, 춤 공연을 준비하는 어린이들의 모습 등을 담아내 이색적이다.
인천 화도감리교회 건설 장면을 찍은 1954년 7월20일자 영상도 사료적 가치가 있다. 인천 화도진에 있는 화도감리교회는 인천 지역사, 한국 선교역사에서도 중요한 교회로 여겨지는 곳. 이번 영상에서는 당시 '화도 예배당'이었던 화도감리교회를 건설하는 장면, 미군을 초청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상량식을 하는 장면들이 담겼다.
그밖에 남녀노소가 대구 지역 사동우유죽급식소에서 우유죽을 배급받는 장면과 대구 계성고아원으로 원생들이 들어가는 장면, 어린이들이 벽돌을 나르며 재건활동에 참여하는 장면(1954.7.21), 수복지구였던 철원 지포리에서 미군대한원조 프로그램 행사를 진행하는 장면(1954.4.5), 크리스천 헤럴드 매거진의 편집인이자 크리스천 아동기금 집행위원 다니엘 폴링 박사의 내한 당시 그가 부산의 동성교육원 등 보육시설을 시찰하는 장면(1955.01.20) 등이 공개됐다.
1960년대 이후부터는 컬러필름으로 촬영된 영상들이 등장했다. 파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미군과 여고생이 함께 배구를 하거나(1963.11.12), 파주율곡중고등학교에서 미군과 교사, 학생들이 어울려 교정을 정비하고(1963.11.13.), 동두천 복지병원건설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원돼 열심을 내고 있는(1963.11.15.) 장면들이 모두 컬러로 촬영됐다. 더불어 도로가 정비되고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60년대 서울의 야경과 남대문의 모습도(1964.2.25.) 컬러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발굴에는 영상자료원과 더불어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와 정영신 카톨릭대 사회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강성현 교수는 "보기엔 '미군이 한국이 도와주는 거 아니야?' 하실 수 있으나 해당 지역 출신들은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상이다, 해당 지역의 중요한 인물과 건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화도교회의 경우 기도처로 출발해 식민지 때 유지됐다가 한국전쟁 때 파괴되고 재건됐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영상이) 지역사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면을 포착한 것"이라고 발굴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번 발굴 수집한 24릴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130여 릴을 더 수집하는 게 목표다. 이후 해당 필름들에 대한 연구 및 해제 작업을 거쳐 기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 상반기 중에 한국영상자료원 KMDb의 '기록영상 컬렉션' 페이지를 통해 대중에 공개할 예정이다.
김홍준 영상자료원장은 "영상자료원은 영상 자료를 보존, 보관만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의무"라며 "NARA에 영상 뿐 아니라 문서와 텍스트 관련 자료들도 많이 발굴되고 있다, 그로 인해 학제간의 연구도 이뤄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본을 확보하면 좋겠지만 디지털 사본을 가져와도 기술적인 스펙을 생각해 가장 원본에 가까운 데이터로 확보하고, 전문가의 의견과 학제간의 교류, 영상자료원의 학예 파트를 통해 전문적인 데이터를 생성해 보존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통로를 통해 국민들에게 소개하고 시의적절하게 자료들이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영상자료원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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