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 글로만 배우는 게 아닌 교감·소통이 우선"

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2023. 7. 2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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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시사매거진 제주=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오상 사무국장]
2001년 중증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자립실현 위해 결성
13개분야 42개 사업에 200여명 활동가…1년 4천~5천명 이용
"서비스 총량 중 자신 삶 맞는 서비스 디자인하는 권리나 시스템 도입해야"
"함께하는 동료 보면서 나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변화하고 싶어져"
"신체장애인 권리 증진 사업 중심에서 발달장애인·정신적 장애인으로 확장"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오상 사무국장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3년 7월 21일(금)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오상 사무국장

◇박혜진>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의 장애 공감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장애인 분들 또 열정 인생을 살아가는 분들 만나보는 시간으로 함께 합니다. 오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오상 사무국장님 스튜디오에서 만나보겠습니다. 사무국장님 안녕하세요

◆권오상> 안녕하십니까.

◇박혜진> 반갑습니다. 먼저 제주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어떤 곳인지 좀 소개해 주세요.

◆권오상>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중증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자립 실현을 위해 2001년 결성을 시작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 역시 자신의 삶의 주체가 돼 선택과 결정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이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장애인 복지가 이뤄져야 되고, 그 중심에는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을 전파하는 단체입니다.  

◇박혜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들을 하고 계신지 소개해 주시죠.

◆권오상> 저희 사업 분야가 워낙 다양한데요. 13개 분야 42개 정도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간 상담하는 동료상담사업, 자립지원사업, 역량강화사업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활동지원사 중개사업, 보장구수리 지원사업이 있습니다.

◇박혜진> 센터를 이용하는 분들은 한 얼마나 될까요?  

◆권오상> 이용자라고 하기보다는 활동가라고 하는데 한 200여명 되고, 이분들이 지역사회에 재가 장애인이나 시설 장애인, 그리고 시민들을 상대로 사업을 하거나 참여하는 것들을 하고 있는데요. 1년에 4000~5000명, 횟수로 따져보면 1만 건은 넘는 것 같습니다.  

◇박혜진> 장애인 자립을 위한 관심도가 어느 때보다 더 높아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상황이 그렇습니까?

◆권오상> 2001년 국내에 자립생활 이념이 들어온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다만 잘 몰라서 아니면 경험해보지 못해서 모르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당사자들의 관심들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그것에 따라 복지부나 제주도, 제주시에서도 과거에 비해 장애인 당사자들이 시설 같은 곳에서 한정적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온전한 사회 활동과 참여를 하면서 살아야 된다라는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혜진> 장애인 자립과 관련해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권오상> 과거 장애인들이 비장애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에 대한 지식들이 부족하고 학교 교육에 있어서도 많이 배제돼 왔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 환경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건데요.

장애인 당사자들이 기존 인식이나 편견에 의해 가능성이 없거나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이런 것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해주고 그만큼의 시간을 더 할애해 주었으면 합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지역에 특수학교가 들어온다하면 지역 주민들이 땅값 떨어진다며 반대를 했잖아요. 장애인 당사자들도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아직까지 어떤 인식적 편견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박혜진> 그 외에 구체적으로 또 어떤 게 있을까요?  

◆권오상> 지금의 장애인 복지라는 게 선별적 복지지 않습니까? 어떤 특정 계층 대상을 위해서 어떤 사업을 일괄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때에 따라서는 비슷한 장애나 비슷한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변 환경이나 지원 인력에 따라 서비스의 내용이 달라지고, 요구되는 것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보거든요. 서비스 총량을 가지고 자신의 삶에 맞게끔 서비스를 디자인 할 수 있는 권리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우선적으로 이뤄졌음 합니다.

◇박혜진> 사무국장님도 지금 장애를 갖고 있으시잖아요.

◆권오상> 저는 의학적으로 척수 손상에 의한 하지마비로,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는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혜진> 장애로 힘든 시간도 많이 있으셨겠어요.  

◆권오상> 힘듦이라는 게 물리적인 힘듦이 있을 수도 있고, 저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한 힘듦도 있을 텐데 지나고 보니 학창 시절 학교를 다니면서 인권이라는 단어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장애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도 별로 없었고 특히 장애인에 대한 교육도 없었죠.

제가 막상 장애인이 되니 나도 이제 평생 누군가의 짐으로 살아야 되는구나. 몸이 불편한 이유 하나로 누군가한테 짐이 돼야 되고 누군가한테 손가락질 받아야 되고, 누군가한테는 좀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라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박혜진> 사무국장님은 사고로 인해서 장애를 갖게 되신 거예요?

◆권오상>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하기 전에 학비를 좀 벌어보겠다고 알바를 했었는데 그때 사고로 장애가 됐습니다.

◇박혜진> 사무국장께서 지금까지 이 자리에 서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권오상> 제가 처음 자립생활을 경험했을 때 생각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제가 갖고 있던 장애에 대한 인식은 되게 불편한 존재이고 비하하자면 쓸모없는 존재, 그렇게 사회로부터 비춰져 왔으니까요. 그런데 함께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변화해 가려고 하고,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나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것들을 많이 느끼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박혜진> 장애인을 대할 때 비장애인들이 많이 하는 실수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요?

◆권오상> 수년 전부터 계속해왔던 얘기이긴 합니다만 배려라는 단어가 되게 좋은 단어인데 이 배려에 대한 오류가 있는 거죠. 예를 들어서 제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해 준다고 어떤 것들을 행하는 경우들이 많아요. 그런데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하게 되면 되게 당황스럽고 때로는 불편하죠.

예를 들어서 제가 경사로를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뒤에서 확 밀게 되면 뒤로 넘어지거나 앞으로 쏠릴 수도 있는 거거든요. 도와주시는 분들에 대한 생각은 나쁘지는 않지만 그런 것들이 당사자에게는 조금 피해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놀람이 될 수도 있고 불편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한 실수들이 종종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박혜진> 사무국장께서도 장애인 인권운동을 오랫동안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장애에 대한 인식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보세요?  

◆권오상> 많이 나아진 건 사실이고 근래에 와서는 사회가 인권사회를 표방하면서 학교라든지 각종 기관들, TV매체들을 통해서도 장애인의 인권이나 인권교육, 인식 변화를 하는 캠페인들을 통해 변화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박혜진> 어떤 부분이 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보세요?

◆권오상> 어느 국가에선 장애인이 다니는 통합학급에 비장애 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그 학급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반대의 상황들이 많잖아요. 인권에 대해 글로만 배우는 게 아닌 교감하고 소통하고 같이 생활하면서 배웠으면 합니다. 그런 것들이 확산되면 편견이나 인식에 대한 장벽들이 좀 더 빨리 무너지지 않을까 합니다.

◇박혜진> 올 한 해 사무국장님이 갖고있는 계획이나 또 센터가 갖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권오상> 센터를 20년 가량 운영해오면서 신체장애인 중심의 권리 증진이나 사업을 중심으로 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근래 들어서는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정신적 장애인분들에 대한 권리 증진이라든지 권리의식 강화를 중심으로 하려고 합니다. 올해 발달장애인 중심으로 한 피플 퍼스트 사업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진행 중에 있고 오는 10월말쯤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담은 선언문을 발표하고 지역사회에 알리는 캠페인을 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시작으로 저희 역시도 같은 장애 영역에서도 조금 더 소외되어 있는 정치적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에 대한 권리의식 강화라든지 증진 활동에 조금 더 신경을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오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우상 사무국장님과 함께 했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권오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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