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문화상품권 쏟아지는데…고객 '안전장치'가 없다

이형두 2023. 7. 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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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커머스 업계가 판매한 문화·도서 상품권 규모가 연간 조(兆) 단위로 증가하는 가운데, 차후 상품권 구매 고객들이 이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어 결제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화상품권 유통 및 결제구조가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됐음에도 상품권사업자가 전자금융거래법이 아닌 상품권법 적용을 받아서 생기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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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규모 연간 兆 단위 증가
7~8% 할인율…역마진 상품
정산주기 다가오면 '돌려막기'
전금법 대상 편입 등 점검 필요
온라인 쇼핑몰 인기 검색어 1위와 2위를 문화상품권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 e커머스 업계가 판매한 문화·도서 상품권 규모가 연간 조(兆) 단위로 증가하는 가운데, 차후 상품권 구매 고객들이 이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어 결제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화상품권 유통 및 결제구조가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됐음에도 상품권사업자가 전자금융거래법이 아닌 상품권법 적용을 받아서 생기는 문제다. 전금업자가 준수해야 하는 신탁이나 지급보증보험 등 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자칫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e커머스 업체 A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상품권을 합계 1조3000억원어치를 팔았다.

A사의 지난해 전체 상품권 취급액은 8000억원 수준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판매액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해 전체 판매액 대비 68% 급증했다. 동종업계 B사 역시 상반기에만 약 3870억원 상품권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전년 전체 판매액 대비 40% 증가한 수치다. 모바일 상품권 시장 평균 성장속도가 10% 초반인 점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의한 매출 상승으로 보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판매량 증가분 대부분은 컬쳐랜드나 해피머니가 공급한 핀번호 기반 디지털 문화·도서상품권을 '덤핑' 처리한 것이다. 지류 상품권과 달리 핀번호만 문자메시지(SMS) 등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면 판매가 끝난다. 재고 관리 비용이나 유통비용이 들지 않고,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판매할 수 있어 커머스 업체들이 사실상 '어음'처럼 활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유동성을 확보하는 장치로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통상 문화상품권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액면가 대비 1~3% 할인된 가격에 판매가 이뤄진다. 상품권 공급업체들이 5% 할인된 가격에 소매업체로 공급하고, 소매업체는 할인폭을 조절해 마진을 남기는 구조다.

문제는 매월 수십억원 규모로 쏟아지는 특가 상품인데, 이 상품들은 일반 상품과 달리 7~8% 할인율을 적용한다. 쇼핑몰 입장에서는 역마진을 보는 상품을 수십억원 규모로 팔아치우고 있는 것인데, 당연히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재무구조는 악화된다. 단순 계산으로 3% 역마진을 보고 상품권을 판매했다고 가정한다면, 1조3000억원을 판매할 때 390억원 손실이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문화상품권의 6주 정산 주기를 활용해 '돌려막기'를 하더라도 이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A사 정산주기가 다가오면 B사에서 상품권을 또 수천억원치 판매해 이를 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결제업계 전문가는 “현행 전금법 개정안은 선불사업자에 예치금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PG(전자지급결제대행대행)사의 판매수수료(고객예치금)에 대한 규제는 없어서 생기는 문제”라며 “머지포인트 사태와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전금법 대상 편입을 포함해 금융당국의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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