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좨송합니다’ 네티즌 울린 노부부 “다 자식같아 많이 주고 싶어”
“어제는 하도 바빠서 한 끼도 못 먹고 일했어”
지난 25일 오후 5시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분식집. 3m 폭의 좁은 가게 안에서 이무진(75)씨와 아내 이모(68)씨가 분주하게 배달 주문을 받고 있었다. 테이블 4개는 모두 손님으로 가득찼고, 2~3분에 1번씩 배달 앱 알림이 울리며 주문이 밀려들어왔다. 이씨는 “너무 바빠서 내일 병원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음식들을 포장했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이 분식점은 최근 사연이 퍼지며 이른바 ‘돈쭐(돈으로 혼쭐)’나고 있다. 배달 앱에 “분명 오이 빼달라 그랬는데 넣을 수 있는 곳은 다 넣어놨네요. 요청사항 좀 읽어주세요”라는 리뷰가 올라오자 노부부는 틀린 맞춤법으로 “너무 너무 좨송합니다. 너무큰실수를햇내요. 앞으로는 조심 또 조심 하갯읍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런 노부부의 마음씨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자, 많은 네티즌들이 ‘마음이 아프다’라며 이 가게를 찾고 있는 것이다.
원래 20개 안팎이었던 분식점 지도 앱 리뷰는 최근 300여 개로 늘어났고, 노부부는 가게를 찾는 손님과 배달 주문으로 쉴 틈도 없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씨 아내는 “우린 늙어서 잘 모르는데 인터넷 그런 데서 유명해졌다고 들었다”며 “다들 입맛에 좀 맞나봐”라고 했다. 노부부는 감사의 표현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댓글로 “앞으로도 맛잇개 해드리고 양도 만이 드리겠다. 조금 실수가 있더라도 잘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20년 넘게 이 분식집을 운영해온 노부부는 처음에는 가게 앞에서 리어카로 과일 장사를 했다. 가게의 이전 주인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돈 대신 가게를 인수받았다고 한다. 이씨 아내는 “이전에는 호프집도 같이 했었는데, 처음에는 장사를 할수록 빚만 늘고 중간 중간 사기도 당해서 지금도 은행에 빚이 2억이나 된다”며 “코로나 유행으로 배달 주문이 늘어 가게 수익이 어느 정도 늘었다”고 했다.
노부부는 노량진 공시생 손님들을 자식처럼 생각하며 장사를 이어왔다고 한다. 이씨 아내는 “다 내 애들 같아서 많이 많이 주고 싶다”며 지름 30cm가 넘는 김치전을 부쳤다. 작년부터 가게를 찾았던 단골손님 이해수(30)씨는 “작년에는 손님이 정말 적어서 밥 먹을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는 주문이 없어 쉬고 계셨다”며 “최근에는 부쩍 바빠져 가게 일을 잠시 도와드리고 있다”고 했다. 가게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노부부는 밥 메뉴 시키면 고봉밥을 두 공기씩 내줬다고 한다.
가게를 찾은 노량진 공시생 이소영(25)씨는 “사장님이 친절하시다고 소문이 나서 찾아왔는데 주신 음식을 다 못 먹었다”며 “공부하다 생각나면 종종 또 찾으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최준호(29)씨는 “친구들에게 이미 맛집으로 소문 났길래 내가 제일 먼저 가게를 찾았다”며 포장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부부는 “과한 관심에 부담을 느끼기도 하지만, 덕분에 살아가는 거니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가게 음식 먹고 다들 아픈 것 싹 다 나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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