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염정아 오랜 팬"…'밀수' 류승완 감독 성덕 만든 케미
조연경 기자 2023. 7. 26. 14:23
류승완 감독이 공포와 핸디캡을 이겨내고 도전을 성공시킨 배우들에 대한 남다른 고마움을 표했다. 특히 김혜수 염정아와의 작업은 두 배우의 오랜 팬이었던 류승완 감독을 '성덕'으로 만든 시간이었다.
영화 '밀수'로 여름 시장에 컴백한 류승완 감독은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처음에 혜수 선배와 정아 씨가 같이 사무실에 미팅을 왔다. 그리고 내 방에서 바다와 해녀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 자료를 보여 드렸다. 사실 '이런 걸 보여주면 (영화를) 하고 싶어서 빠져나가지 못 할 거야'라는 마음이었다. 캐스팅을 꼬시려고 보여 드렸던 건데, 두 분 표정이 멍하더라. 속으로 '이렇게까지 감동할 정도로 준비한 건 아닌데' 생각했다"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다.
류 감독은 "알고 보니 정아 씨는 어느 정도 영화에 대해 이야기 듣고 왔지만 예상보다 더 한 영상에 '수영을 1도 못하는데 어떡하지' 싶어 놀랐다 하고, 혜수 선배는 영상 속 물만 보고도 공황이 왔던 것이었다. 근데 난 그 모습을 '감동 받았다' 생각하면서 '이 정도면 됐어!' 했던 것이다. 그걸 며칠 동안 몰랐다. 이후에 두 분만 서로의 상황을 이야기 했더라. 혜수 선배가 '나 이 영화 못하나 봐' 생각하고 있던 차에 염배우가 전화해 '언니, 저 수영을 아예 못하는데 어떡하죠. 세면대에 물 받아 놓고 눈 뜨는 것부터 연습 하려고요'라고 했고, 혜수 선배는 "나 사실 옛날에는 물을 되게 좋아했는데 물 공황이 생겼어'라고 했다는 비하인드를 나중에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게 단순히 흉내만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물에 들어가서 촬영을 해야 하다 보니까, 두 분 모두 신인도 아닌 경력이 있는 분들이라 '무턱대고 한다고 했다가 프로덕션에 피해 주는 거 아닌가' 싶어 쉽사리 출연 결정을 못하셨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도 그 이야기를 듣고 '아, 영화 못하나 보다. 엎어질 수 있겠다. 어떡하지' 걱정과 논의를 한꺼번에 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해 보겠다'는 답을 받았고, 그 때부터 준비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 바탕에는 '배우'라는 존재에 대한 감독의 신뢰와 믿음이 있었다. "내가 경험한 배우들은 좀 보통 사람들과 그런 점에서 되게 다르다. 영화 '바빌론'을 보면 브래드 피트가 완전히 술에 취해서 걷지도 못하는데 슬레이트를 딱 치면 언제 취했냐는 듯 대사를 치고, '컷' 하면 다시 무너지지 않나. 내가 알고 있는 배우들은 그런 사람들이다. 어떤 악 조건에서도 '연기를 하겠다' 마음 먹으면 어떻게든 해내는 부류의 사람들이어서 그걸 믿었다. 특히 김혜수 염정아 선배는 수 십 년 동안 그런 모습을 증명해 온 배우들이었기 때문에 더 믿었다"고 강조했다.
믿음은 완벽한 결과물로 보답 됐다. 류승완 감독은 "김혜수 선배는 처음 수중 훈련을 할 때 공황이 왔었다가, 수중 팀을 비롯해 함께 연기한 해녀 배우들의 파이팅이 좋아서 서서히 극복해 나갔다. 나중에는 물 속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미래 소년 코난 같은 표정도 짓고 말까지 했다. 정아 씨가 지금도 이야기 하지만 당시 촬영이 끝나고 모니터 옆으로 와서는 '감독님, 감독님! 언니는 물 속에서 말을 해요. 난 흉내도 못 내겠어!'라고 했던 말이 나 역시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웃었다.
팀 해녀로 함께 한 김재화 박준면 박경혜 주보비의 활약도 남달랐다. 김재화 박준면 배우는 잘하는 것을 넘어 선수처럼 움직여 모두의 감탄과 놀라움을 자아냈다는 후문. 박경혜 주보비는 합류부터 하고 본 케이스다. 류승완 감독은 "박경혜 주보비 배우에게 연락을 해 '자기 혹시 수영 할 줄 알아?'라고 물어봤는데, 내가 연락을 하니까 일단 '뭐가 있나 보다' 했던 것 같다. '저 물개죠!'라는 답이 왔다. 근데 알고 보니 물에서 고개도 못 들더라"고 토로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류 감독은 "근데 또 내가 놀랐던 건, 배우들이 훈련을 하고 나서 첫 수중 테스트를 할 때 못하는 게 전혀 티가 안 났다는 것이다. 나는 이 배우들이 수영을 잘한다고 알고 있고 정아 씨도 3개월 정도 훈련을 하면서 '되게 잘 적응하고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상황이라 혜수 선배의 공황만 집중해서 신경을 썼다. 실제 테스트 땐 박경혜 배우도 너무 아름답게 움직여 놀랐다. 들킬까봐 엄청 하는 척을 했던 것이더라. 그들에게는 수영 강습 영화가 됐지만 너무 잘해줘 고마웠다"는 진심을 표했다.
배우들의 팀워크는 물 밖에서도 빛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감독 한 명이 잘하고 나선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닐 터. 류승완 감독이 배우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한 이유가 있다. 류승완 감독은 "본인 촬영이 아닌데도 수조 세트에 남아서 흡사 운동 팀처럼 '슛' 하면 '파이팅!'을 외쳐주고 물 속에 들어가서 같이 박수를 쳐주곤 했다. 수영장처럼 울리는 세트이다 보니까 더 크게 들리고 배우들에게도 전염이 됐다. 촬영팀도 산소통을 메고 촬영을 하다가 갈아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고 계속 들어가 찍고 그랬다. 배우들의 호흡이 안 맞았다면 대단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촬영이 됐을텐데 에너지가 너무 좋아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수영을 못하는 염정아, 물 공황이 있는 김혜수를 그럼에도 캐스팅하고 이끈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주 오랜 팬이었다"고 말한 류승완 감독은 "염배우는 '우리들의 천국'부터 좋아했던 배우다. '장화홍련' 이미지를 보면서 차갑고 도시적인데 굉장히 시네마틱한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범죄의 재구성' 구로동 샤론스톤과 '미성년'에서의 연기도 정말 너무 너무 끝내줬고 '스카이 캐슬'은 말할 것도 없고. '이 배우와 정말 꼭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혜수에 대해서는 "내가 연출부 시절 인물 담당이었을 때 혜수 선배와 일을 한 적이 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90년대 현장은 필름으로 찍었던 시절이라 모니터 화질이 아주 안 좋았다. 밤 장면을 찍으면 그대로 어둡다. 당시 혜수 선배의 클로즈업을 찍는데, 눈을 내리 깔고 있다가 탁 치켜 뜨는 신이었다. 그 순간 모니터 전체가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우와~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 놀랐다. 지금까지도 혜수 선배는 영화배우이면서 어떤 상징 아니냐. 이후에는 오며 가며 인사를 주고 받는 정도였는데 이번에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흡족해 했다.
류승완 감독은 김혜수 염정아의 투샷 케미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뜨겁고 차가운, 음양의 조화가 좋았다"는 류 감독은 "혜수 선배가 연기에 한해 뜨겁고 공격적이었다면 정아 씨는 차가우면서 말 그대로 쿨하다. 정아 씨가 쿨톤으로 중심을 잡아줘서 혜수 선배가 높낮이, 연기의 고저를 마음대로 갖고 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같이 뜨거웠다면 아마 영화가 되게 이상했을 것 같고, 반대로 같이 톤 다운이었다면 너무 멋만 부린 것처럼 보였을텐데 아니었다. 특히 우리 영화는 모든 배우들이 경쟁심은 1도 없던 사람들이라. 이번 기회를 통해 두 배우와 함께 하고 싶었던 내 꿈을 이뤘다. '하길 참 잘했다' 생각한다"고 리스펙했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26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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