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체결일에 교과서 나른 아이들…전후 재건사업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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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
영상자료원이 이날 공개한 영상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등에서 발굴한 미군 주도의 전후 재건사업 기록영상의 일부로, 촬영도 미군이 했다.
아이들이 벽돌을 나르며 재건사업에 동참한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동시 녹음으로 찍힌 이 영상엔 서울 영등포국민학교 운동장에서 수백명의 아이들이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수업 중인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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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
교사로 보이는 남성이 까까머리 아이 서너 명과 함께 수십권씩 끈으로 묶인 교과서를 옮긴다. 아이들은 남루한 옷차림이지만, 얼굴은 밝다. 이들의 뒤로는 학교로 추정되는 단층 건물이 보인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정전협정 70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마포구 시네마테크 KOFA에서 시사회를 열어 공개한 기록영상의 한 장면이다.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재건을 시작하는 정전협정 체결일에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의 교육을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당시 한국인들의 뜨거운 교육열은 전후 재건사업에 참여한 미군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상자료원이 이날 공개한 영상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등에서 발굴한 미군 주도의 전후 재건사업 기록영상의 일부로, 촬영도 미군이 했다.
영상자료원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필름 24릴 분량의 기록영상 가운데 6릴을 27일부터 한 달 동안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웹사이트(www.kmdb.or.kr)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기록영상의 대부분은 1953년부터 1971년까지 미군이 주도한 재건사업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1954년 7월 21일 촬영 영상은 대구에 있는 '사동 우유죽 급식소'에서 배급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기를 업은 여성, 노인, 아이 등 남녀노소 여러 명이 급식소에 모였고, 아이들은 식탁에 앉아 우유죽을 먹는다.
우유죽 급식소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부터 피란민, 극빈자, 노인 등의 구호를 위해 도시 여러 곳에 설치됐고, 전후에도 상당 기간 운영됐다.
아이들이 벽돌을 나르며 재건사업에 동참한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들이 벽돌을 서너 개씩 나른다. 카메라 앞에선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흑백이던 기록영상은 1960년대로 넘어가면 컬러로 바뀐다. 1963년 11월 12일 촬영 영상은 미군의 원조로 지어진 경기도 파주 상업여자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여고생들이 군복을 입은 미군 장병과 배구 시합을 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파주 율곡중고등학교에서 교직원과 학생, 미군이 삽을 들고 교정 정비작업을 함께하는 장면도 있다.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학생들도 보인다.
6·25 전쟁 전엔 북한에 속했다가 정전협정 이후 '수복 지구'가 된 강원도 철원에선 사뭇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1954년 4월 5일 촬영 영상은 철원 지포리에서 열린 미군의 원조 프로그램 행사 장면을 보여준다. 총을 든 미군이 도열해 있고 주민들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있어 경직된 느낌이다.
촬영 시점이 가장 앞선 것은 전쟁 중인 1952년 4월 14일 영상이다.
동시 녹음으로 찍힌 이 영상엔 서울 영등포국민학교 운동장에서 수백명의 아이들이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수업 중인 모습이 담겼다. 교실이 없어 야외에서 수업한 것으로, 전쟁 중에도 사그라지지 않는 교육열을 보여준다.
기록영상은 미군이 냉전 시기 옛 소련과의 체제 경쟁에 활용한 것으로, 미군의 인도주의적인 모습을 부각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게 영상자료원의 설명이다.
좋은 장면을 연출하려고 같은 행위를 여러 번 찍은 영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영상은 당시 한국인의 생활상 등 귀중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상자료원은 영화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를 담은 기록영상을 발굴하고 있다.
김홍준 원장은 "기록영상은 어떤 순간과 장소의 종합적 정보를 담은 타임캡슐과 같다"며 "(기록영상 발굴은) 영상을 통해 세대 간 소통을 지향하는 영상자료원의 존재 의의와도 맞닿는다"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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