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빼주려는 대출 땐 DSR 안 봐…'가계대출에 독?'
임대사업자엔 RTI 1배로 낮춰 적용
"가계부채 늘리고 질 떨어뜨려" 우려도
정부가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은행권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규제를 완화한다. 이에 따라 전세금을 반환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경우 개인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가 아닌 DTI(총부채상환비율) 60%를 적용받고 임대사업자는 RTI(이자상환비율)가 1.0배로 낮아진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역전세로 인한 세입자 주거 안정에 목적을 뒀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금융권은 물론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번 대책이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가계부채를 더 늘리고 질도 떨어뜨리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DSR 예외'
금융위원회는 역전세로 기존 세입자 전세금 반환이 어려운 집주인이 전 전세금 반환용도로 은행권(인터넷은행 제외) 대출을 이용할 경우 전세금 차액분(기존 전세금-신규 전세금) 등에 대해서는 대출규제(DSR·RTI)를 한시 완화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기간은 오는 27일부터 1년이다.
이에 따라 개인은 DSR 40%가 아닌 DTI 60%만 적용한다. 임대사업자는 규제(1.5배)·비규제(1.25배) 지역에 상관없이 RTI 1.0배를 적용한다.
이를테면 6억원에 내준 전세가 만료되고 다음 세입자를 전세금 5억원에 들이게 될 때 앞 세입자에게 내줄 차액인 1억원에 대해서는 DSR을 따지지 않고 DTI만 본다는 것이다. 집주인 개인의 경우 대출한도는 1억7500만원(금리 4%, 만기 30년, 연소득 5000만원), 임대사업자는 3억7500만원(대출금리 4%, 예금금리 3%, 주택보유수 5채)가량 증가한다는 게 금융위 분석이다.
대출금액은 전세금 차액지원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필요시 전세금 전액대출 후 차액상환도 가능하다. 후속 세입자가 구해져 전세금 차액분을 대출받는 경우뿐 아니라 후속 세입자가 없어도 기존 세입자에 전세금을 반환할 수 있도록 완화된 대출규제 범위 내에서 반환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경우 1년 이내에 후속 세입자를 구해 해당 전세금으로 대출금액을 상환토록 했다.
또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입주하면 자력반환 능력을 엄격히 확인하는 것을 전제로 반환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다만 집주인은 대출실행 후 1개월 내 입주해야 하고 최소 2년 이상 실거주 여부 모니터링 등 관리조치가 병행된다.
금융위는 이번 대출규제 완화가 역전세 문제 해소를 위한 것인 만큼 투자 등 다른 용도 등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지원대상도 역전세 반환대출 규제완화 발표가 이뤄지기 전(23년 7월3일)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 중 내년 7월31일까지 임대차계약 만료 등 반환수요가 발생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금유위는 지원 과정에서 집주인이 대출 외 다른 방법으로 전세금 상환이 가능한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또 대출금을 현 세입자에 직접 지급해 집주인이 해당 자금을 전세금 반환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반환대출 이용기간 중에는 신규주택을 구입하지 못하고, 구입이 적발되면 대출 전액을 회수하며 3년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대출지원을 받는 집주인은 후속 세입자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후속 세입자와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을 특약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후속 세입자는 입주 후 3개월 이내에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거나 보증료를 납입해야 한다. 이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대출금 전액 회수 등 제재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집주인이 후속세입자 보호 의무사항을 이행토록 하기 위해 새로운 보증보험 상품(HUG·HF·SGI)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규제완화 대상 주택의 후속 세입자가 전세금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세입자 가입하는 상품은 27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집주인이 직접 가입하는 상품도 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역전세 잡으려다 가계부채 '불붙일까'
정부는 이번 조치를 두고 "역전세로 인한 세입자의 주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여러번 강조했다.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전세금 차액만큼만 대출 지원하는 게 원칙이고, 이와 맞지 않는 수요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차단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역전세는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과 이주 지연 등으로 임대시장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어 한시적으로 전세금 반환 목적 대출규제를 완화해 시장충격을 줄이려는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와 후속 세입자 전세금 미반환 위험 증가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엄정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실효성이 낮을 뿐 아니라 가계부채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작년말 기준)로 주요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위험을 낮추기 위해 DSR 예외 적용 사례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늘어난 가계부채…어쩌다 세계 3위까지?(7월21일)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DSR을 적용하지 않는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가계부채 질적 차원에서 문제"라며 "(대출규제 완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부실한 임대인(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은행에 질이 떨어지는 부채를 늘리는 것"이라며 "(차주가) 다주택자라면 부실 채무가 여럿 발생하는 것으로, 양적으로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질도 떨어진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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