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공회전"…완성차업계, 임단협 '난항' 언제까지?
기본급 인상·성과급 지급 규모 놓고 노노갈등
'맏형' 현대차, '동생' 기아도 임단협 교섭 난항
한국GM 노사 성과급 1800만원 요구, 역대 최고 수준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국내 완성차업계의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장 먼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던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일부 조합원 반대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완성차 노사의 임단협 타결도 요원한 상황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 노조는 지난 21일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금 250만원 지급, 임금피크제 격려금 100만원, 노사화합 비즈포인트 20만원 등이 담겼다.
그러나 찬반투표 결과 투표자 1389명 중 찬성 658표(47.4%), 반대 727표(52.3%), 무효 4표(0.3%)로 잠정합의안은 부결됐다. 특히 소수 노조인 금속노조 르노코리아자동차지회에서 무더기 반대표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코리아자동차지회는 최근 성명에서 "10만원 인상이면 고작 시급 416원"이라며 "이는 내년도 최저임금 미달에 조정수당 메꾸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약직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라인 가동은 불가능했다"며 "계약직 동료들을 외면하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성이 약화된다"고 밝혔다.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향후 노사 협상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측은 "하계휴가 이후 재협상을 벌이겠다"고 밝혔으나 장기간 신차 부채로 실적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추가 임금 인상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 상반기 르노코리아의 국내외 누적 판매량은 6만4847대로 전년 동기보다 14.8% 줄었다.
기본급 인상과 성과금 지급 규모를 둘러싼 노조간 견해차도 크다. 노조는 지난 5월 15일부터 시작한 교섭에서 기본급 14만7740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을 사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교섭 과정에서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금 250만원 지급으로 잠정 합의하자 소수 노조는 "조합원 생계에 도움이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임단협도 '산 넘어 산'
노사는 최근 금속노조 총파업 여파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노조는 지난 12일 금속노조 총파업에 따라 오전, 오후 각 2시간씩 총 4시간 파업을 벌였다. 현대차는 이번 파업을 정치적 파업이자 불법 파업이라고 주장하며 안현호 지부장을 포함한 노조 간부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기아 노사는 지난 25일 2차 실무교섭을 벌였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 전년도까지 정년연장 요구 ▲신규인원 충원 ▲만 59세 임금 동결 및 만 60세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정년연장 요구는 수용불가"라고 못 박으며 "신규인원 충원 보다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 개정이 우선"이라고 맞받았다.
한국GM의 임단협 협상도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한국GM노조는 지난해 9년만의 흑자 달성이라는 실적을 낸 만큼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성과금 1800만원 지급 ▲국내 전기차 생산시설 및 설비 구축 ▲정비부품지회 감정노동수당 신설 ▲조직관리·조사연구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중 성과급 요구안은 완성차업계 중 최고 수준이다.
KG모빌리티 노사는 지난달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을 진행 중이다. 노사 모두 원만합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섭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KB모빌리티 노사는 2010년 이후 1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달성하며 임금 동결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KG그룹 인수 직전인 지난해 7월에는 고용보장과 장기투자 등을 골자로 한 특별협약서를 체결했다.
완성차업계의 임단협이 진통을 겪자 일각에서는 하투가 뜨거워질 가능성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차 전환 시대에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완성차는 물론 부품업체까지 피해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당장의 타결까지는 힘들더라도 양측 모두 한 발씩 양보해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최근 4년간, 기아는 2년간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쳤다. 르노코리아와 한국GM, KG모빌리티는 지난해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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