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변호사 살인 피고인 “마녀사냥 당해...제주도서 못 살 정도로 명예훼손”

26일 광주고법 파기환송심서 무죄 선고 받아
선고 직후 인터뷰에서 언론·수사기관에 불만
“생활 어려울 정도로 명예훼손”… 대응 예고
유족에게는 “잘못된 언행으로 상처 줘” 사과

1999년 제주에서 이승용(당시 44세)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가 26일 무죄를 선고받은 김 모씨(56)가 수사기관과 언론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송은범 기자]

1999년 제주에서 이승용(당시 44세)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김 모씨(56)가 수사기관과 언론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매일경제신문은 26일 제주시 이도2동 모처에서 김씨를 만났다. 이날 만남은 무죄 선고 직후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김씨가 응하면서 이뤄졌다. 그는 2021년 8월 제주국제공항에서 살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이후 3년여 만에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벗었다.

전(前) 유탁파 행동대원이었던 김씨는 동갑내기 조직원 A씨와 함께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48분께 제주시 삼도2동 북초등학교 인근에 세워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승용(당시 44세) 변호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재판 과정을 보면 1심(2022년 2월) 무죄, 2심(2022년 8월) 유죄, 대법원(올해 1월) 무죄로 결과가 세 차례나 바뀌었다. 이후 이날 광주고법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날 김씨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2019년 10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이승용 변호사에 대한 상해를 사주받고, A씨와 함께 범행했는데 일이 잘못돼 이 변호사가 사망했다”는 취지로 인터뷰 한 바 있다.

김씨는 “(이 변호사의)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담당PD를 만났다. 친구로부터 들은 얘기라도 전해준다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 같아서다”면서 “당시 담당 PD는 인터뷰 영상을 유족에게만 공개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대대적으로 방송에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방송은) 언론이라는 이름을 빙자해 마녀사냥을 당했다. 현재는 제주도에서 살 수 없을 정도로 명예가 훼손된 상태”라며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검·경 조사에 대해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송된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을 뿐 추가로 나온 사실이 없다”며 “최소한 A씨가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것부터 증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유족에 대해서는 “나의 잘못된 언행으로 고통을 줘서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김씨는 “명예훼손 등 SBS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왜곡된 사실에 대해 바로 잡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