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새 브랜드 X, 상표권 소송만 수백 건 달할 수도
“일론 머스크는 페이팔을 엑스닷컴(X.com)으로 새로 단장하려다 CEO 자리에서 축출됐다.”
“트위터의 리브랜딩은 머스크가 가진 비전의 다음 단계다. 하지만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있었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인수한 소셜미디어(SNS) 트위터 로고를 ‘X’로 바꾼 다음 날인 25일(현지 시각) CNN, 워싱턴포스트(WP),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일제히 로고 변경을 비판했다. 트위터의 상징인 ‘파랑새’를 영문 ‘X’라는 대체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브랜드 가치가 날아간 것은 물론 앞으로 수백 개 이상의 상표권 소송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머스크의 오랜 야망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하는 ‘슈퍼 앱’을 구축하기 위해 트위터라는 브랜드를 버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로이터는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X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트위터가 누군가에 의해 고소당할 가능성이 100%”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내에는 문자 X를 포함하고 있는 상표 등록 건수가 900개 이상이다. 로이터는 “X라는 문자는 매우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상표라, 트위터는 향후 X라는 브랜드 자체를 방어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WP는 머스크가 과거 페이팔의 전신이었던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 이름을 ‘엑스닷컴(X.com)’으로 고집하다, 휴가를 간 사이 CEO 자리에서 밀려났던 과거를 끄집어냈다. WP는 “페이팔을 개발한 칸피니티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과 맥스 레브친은 머스크가 몇 년 만에 첫 휴가를 떠났을 때 쿠데타를 조직했다”며 “이사회는 2000년 9월 머스크는 엑스닷컴 CEO 자리에서 몰아내고 피터 틸이 차지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2000년 3월, 칸피니티가 만든 송금 서비스 ‘페이팔’을 자신이 공동 설립한 온라인 뱅킹 회사 엑스닷컴과 합병했다. 머스크는 페이팔의 미래에 낙관했지만, 엑스닷컴 전임 회장이던 빌 해리스는 이에 공감하지 않고 2000년 5월 회사를 떠났다. 이후 머스크마저 밀려난 이후 엑스닷컴은 2001년 페이팔로 회사 이름을 바꿨었다.
◇ 머스크가 꿈꾸는 ‘슈퍼 앱’...서구 시장 성공 가능성은 “글쎄”
머스크가 15년 동안 트위터의 가장 큰 무형 자산으로 여겨지는 파랑새 지우고, 23년 전에 내세웠던 엑스닷컴을 내세운 것은 트위터를 ‘슈퍼 앱’으로 변신시키겠다는 계산이 반영된 결과다. 트위터의 기능은 짧은 단문을 전송할 수 있는 것에 특화돼 있다. 머스크는 여기다 물건을 사고팔고, 차량을 호출하는 등 모든 서비스를 결합해 트위터를 슈퍼 앱으로 만들고자 한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트위터를 사는 것은 만능 앱인 ‘X’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트윗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모델로 삼은 것은 중국 텐센트의 ‘위챗(WeChat)’으로 알려져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기 전인 지난해 6월, 트위터 직원들에게 “중국 위챗과 비슷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 로고를 바꾼 24일 밤, 트위터에 금융 서비스를 추가하겠다며 슈퍼 앱으로의 변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트위터는 말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그리고 모든 것의 앱(the everything app) X의 가속화를 위해 ‘X 법인’(X Corp)에 인수됐다”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우리는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금융계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라는 이름은 그런 맥락에서 의미가 없으므로 우리는 새와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위터는 이미 슈퍼 앱으로의 전환을 준비해 왔다. 최근 몇 주 동안 ‘트위터 페이먼트’라는 결제 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 대표적이다. 트위터는 지난달부터 애리조나, 미시간 등 미국 4개 주에서 송금 서비스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여기다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더 긴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뜻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트위터가 슈퍼 앱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가득하다. CNN은 “머스크가 채팅부터 식료품 주문, 요가 수업 예약, 청구서 지불의 기능을 갖춘 위챗과 같은 서비스를 구축하려면 갈 길이 멀다”며 “현재 트위터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에도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머스크가 꿈꾸는 슈퍼 앱이 서구 시장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딜로이트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서구 시장에서 조만간 위챗과 같은 슈퍼 앱을 볼 가능성은 낮다”며 “서구 시장에는 이미 디지털 결제, 승차 호출과 같은 서비스를 잘 구축한 기업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미 실패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9년 당시 페이스북은 자체 디지털 통화 및 결제 시스템을 만들면서 온라인에서 물건을 더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규제 기관에 의해 해당 시도는 좌절됐다. 틱톡, 인스타그램 역시 쇼핑 기능을 추가했지만, 사용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CNN은 “쇼핑 기능을 추가하려는 다른 플랫폼 등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슈퍼 앱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 리서치의 벤파 마케팅 전문가는 “머스크의 비전은 ‘X’를 슈퍼 앱으로 바꾸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시간, 돈, 사람이 필요하다”며 “머스크가 트위터라는 이름을 버림으로써 15년 이상 가졌던 브랜드 가치를 혼자서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마이클 프룰스 리서치 전문가도 “매우 충성도 높은 사용자에 기반을 둔 트위터의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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